애정결핍 주기, 그리고 나를 살아가는 법

션도, 정혜영도 아닌 우리.

by 여지나


어제는 기분이 좀 울적했다.


남편도 갑자기 회식이라고 하고, 아이는 유난히 말을 안 듣고. 쓸쓸함과 힘듦이 겹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서야 돌아온 남편이 곧 잠들기 위해 침대로 왔다. 그리곤 내 표정이 어두웠는지, 한마디 건넸다.


"삐졌어?"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 말 한마디에 금세 마음이 느슨해졌다.


"갑자기 회식이라고 해서 오늘따라 좀 쓸쓸했는데, 저녁식사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편하기도 했고. 그냥 반반?"


남편이 잠이 안 온다길래, 실은 나도 그다지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났다.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틀어놓고, 야식으로 냉동만두를 데워 먹었다.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왜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지 몰랐는데, 어느새 그 말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가라앉았던 기분은 잠깐의 위로로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인 오늘,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하게 위로해 줬던 남편은,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많이 피곤해할 뿐이었다.


"커피라도 타 줄까?"


괜찮다며 무표정하게 거절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자 출근 준비를 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된다. 상대를 의지하며 행복한 순간을 누리면, 계속해서 그 충만한 상태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훅, 현실로 돌아온다.


어제의 야식타임에 남편에게 말했듯, 내겐 약간의 애정결핍 주기가 있는 것 같다. 어떨 땐,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원서사'가 우리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내가 울적할 때마다 나를 구해주기를.


이런 비현실적인 바람과는 상관없이, 나도 알고 있다. 이런 의존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늘 그럴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물론 상대방을 계속 사랑해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존경스럽다. 그런 배우자가 있다면 진심으로 부럽다. 아쉽게도,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덕분에 나만의 삶을 생각한다. 누가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에 의지할 수 없는 게, 합리화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무엇을 할 때 편안한지, 앞으로 뭘 해보고 싶은지. 이런 걸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나를 제대로 위하는 방법은, 내가 제일 빨리 찾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바다와 공연을 좋아한다. 그림을 보는 것도, 글을 읽거나 쓰는 것도 재밌다. 누군가의 아내이기 이전부터 사랑했던 것들을, 행히 지금도 즐길 수 있다. 새로운 관심사가 쉽게 생기기도 한다.


어젯밤처럼 계속 기대고만 싶었던 아침이었지만, 어제와 다른 우리의 아침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아쉽지만 서운하지 않다. 덕분에 소재도 생겼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도 꽤 행복하다.


예전에는 나도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결심이었다면, 이제는 감사가 되어간다.


앞으로도 내 길은 스스로 찾을 것이다. 그 길에 함께 하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필요할 땐 어깨를 내어줄 것이다. 때로는 그저 견딜 뿐이겠지만 그러다 기쁜 날도 만나겠지. 그렇게 서로 간의 거리는 매번 달라질 것이다.


래도 괜찮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내 삶 역시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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