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스며든 말의 무게

by 여지나


아기 때부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조심했던 건 '부모 영향으로 아이의 방향이 틀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는 상상만 해도 싫었다.


조금 과하게 걱정했던 이유는 내 완벽주의 성향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친정엄마의 커다란 그늘 아래 살았기 때문이다. 그게 어릴 땐 편하기도 했으나 커서는 많이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특히 '말의 영향력'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누가 좀 밉거나 짜증이 나도, 아이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줄 것 같으면 함부로 입밖에 내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아이가 7살이 되어 이제는 마음이 좀 놓인 걸까. 나도 모르게 장난 섞인 말로 남편에 대한 핀잔을 소리 내기 시작했다.


"아휴, 진짜 이게 뭐야...!"


남편이 아무렇게나 놓은 물건들을 보며 아이 앞에서 불편함을 내비치곤 했다. 그렇게 몇 번쯤 내 말을 들은 아이가 어느 날, 같은 행동을 하는 아빠를 쫓아가 구박을 하는 것이었다.


"아빠, 제발 청소 좀 해!"


우리 집이 깔끔한 편은 아니라, 귀여운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다. 그렇게 몇 번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이게 맞나?' 싶었지만, 사실은 약간 통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왔다. 오전 9시부터 지하주차장 청소가 시작되니 그전에 차를 옮겨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아이가 시계를 보며 "엄마, 벌써 9시 다 돼 가. 얼른 차 옮겨야 돼."라고 하는 말에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상에 나와보니 주차할 자리는 없었다. 무더위에 헛걸음했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와 또 한마디 했다.


"괜히 나갔다 왔어. 지상에 나가보니까 이미 자리가 없는 거야. 어휴, 짜증 나 진짜."


그러고 몇 분 뒤, 다시 한번 안내 방송이 나왔다.


"주민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오늘 우리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청소로 인해..."


그런데 아이가 방송이 나오자마자 갑자기 이렇게 소리쳤다.


"아, 방송 듣기 싫어! 자리도 없으면서 왜 자꾸 나오는 거야!"


아뿔싸, 이건 아니었다. 아이가 조금 컸다고 나도 모르게 감정을 쏟아냈구나. 이런저런 핑계로 너무 마음을 놓았다. 나도 모르게 인에게 하듯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 딸을 감정 쓰레기통 삼게 될까 걱정이 앞섰다.


아빠를 잘 이해해 주고, 안내방송에도 즐겁게 귀 기울이던 아이였다. 그렇게 자라기를 바랐기 때문에 모범이 되려고 의식적으로 신경 써왔다.


그런데 수년간의 노력이 최근 몇 달, 겨우 몇 번의 행동으로 무너지려 했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습관이 생기더라도 그 원인이 나인 건 싫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균형'이 제일 중요한데, 가장 어렵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는, 결혼 전처럼 안되면 그만두거나 무작정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다. 살아갈수록 균형 잡기가 제일 까다롭다.


해야 하다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조절하는 것.

원하면 도전하되 간에 필요한 쉼을 주는 것.


이런 적당한 애매함이 많은 곳에 필요했다. 그냥 확 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가 원하는 삶을 되새기며 쉽 않지만 다시 결심을 해본다.


'내 한마디가 아이를 물들이지 않게 잘 살펴야지.'


아이는 작은 씨앗처럼 시때때로 내 말을 흡수한다. 아이에게 너무 무겁지 않게, 적당한 정도로 표현해야겠다.


그 안에서 건강한 싹이 자라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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