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그날의 맛
많은 80~90년 대생들이 그렇듯, 지금보다는 평범의 기준이 낮았던 시절이 있었다.
배달 음식은 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지금보다 비싸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부침개, 수제비, 국수 같은 것들은 집에서 자주 해 먹었다.
특히 부침개는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내리는 비와 딱이었다.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 편한 옷을 입은 뒤 선풍기 앞에 앉으면, 엄마는 김치만 넣은 부침개를 해주셨다.
별일 아닌데도 '와, 비 와서 좋다. 진짜 맛있겠다' 하며 군침을 흘렸다. 그러고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신나게 먹었다. 부침개는 때론 김치볶음밥이기도, 라면이기도 했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요즘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짜증부터 난다. 대학생 시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남자친구와 굳이 팔짱을 끼고 데이트했던 때가 그립다. 더 어릴 땐, 겨울에 손이 얼어붙은 채로 돌아와, 이불속에 손을 넣으며 느낌이 되게 신기하다고 웃기도 했다.
힘든 일도 많았기에 가난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덕분에 얻은 것도 하나 있다. 작은 것으로도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콩나물, 두부, 김치... 이런 것들만으로도 매 끼니는 참 맛있었다.
남편도 유복하게 자란 편은 아니기 때문인지 우리끼리는 다행히 그런 점이 잘 맞다. 음식이 비싸든 저렴하든 입맛에만 맞으면 비슷하게 행복하다.
풍족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약간의 자신감. 그런 이상한 자신감이 가끔 든든하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맛있는 김치부침개를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아이에게 가난은 절대 물려주지 않을 거지만, 소박한 일상의 기쁨만큼은 전하고 싶다.
'어디'인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면 삶은 조금 더 쉬워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