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영영 없을 줄 알았던
출근길에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
'태어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나?'
다행히 금방 생각났다. 행복한 표정으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내 아이를 볼 때,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러면 이 사랑스러운 웃음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
대학시절, 첫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 '세상에 이런 행복도 있구나' 했다.
더 과거를 생각해 보면 엄마와는 어땠을까.
엄마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좋았고, 놀이공원에 데려가 주셨을 때도 좋았다. 아마 엄마로 인해 행복한 때가 많이 있었겠지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힘든 일이 많았기에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다.
문득 '엄마'라는 존재가 원래 그런가 싶기도 하다. 사실, 엄마에 대한 감정 자체가 복잡하다.
널 위해 희생했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감사와 부담이 뒤섞인다. 엄마로 인해 힘들 땐, 솔직히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자주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아프실 땐 마음이 많이 힘들다.
그래도 이건 확실하다.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길러주셨다는 거. 날 최고로 행복하게 해 주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어른으로 자라게 해 주셨다.
내가 남편과 웃을 수 있는 것도,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것도, 그럴 수 있는 나로 키워주신 엄마가 계셨기 때문이겠지.
다시 생각해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내 아이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갈 때 마치 나처럼, 엄마가 귀찮고 가끔은 왜 저럴까 싶을 것이다. 벗어나고 싶거나 부담스럽기도 하겠지. 하지만, 엄마를 단 한 번도 그렇게 여기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어쩌면 나도 아이에게 애증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 역시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만의 능력을 가지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 어쨌든 엄마 덕이 크니까.
내 아이가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을 믿고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날 찾지 않아도 괜찮으니, 가능한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는다면 더 좋겠다. 만약 이미 받았다면, 늦게라도 내게 말해주고 사과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
너무 먼 미래를 생각했나? 그냥, 내 옆에 잠든 네가 있어서 너무 감사해.
며칠 전 밤, 자려고 함께 누웠을 때 아이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내가 자주 말하는 “00 아,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에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답했다.
“엄마, 00 이 태어나기 전에, 엄마가 먼저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아, 내가 태어난 건 좋은 일이었구나. 난 필요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너를 사랑하기 위해 낳은 줄 알았는데, 네 사랑이 너무 커서 가끔은 이렇게 깜짝 놀라게 돼.
사랑해, 내 아기. 찬란한 너를 사랑한다.
아니, 그 어떤 너라도 전부 사랑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건 당연한 거니까.
이 마음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 둔다.
고마워. 내게 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