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내 글이 모두 거짓 같다

by 여지나


누군가가 미치도록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제 썼던 글이 거짓 같다.


미안한 마음은 위선 같고, 따뜻한 마음은 미련함 같다. 어떤 사람을 내가 좋아한다고 믿고 있는 게, 과도한 합리화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종종 이렇다 보니 수백 개가 넘는 글을 썼어도 단 하나도 공개할 수 없었다. 그날 그 시간의 나와 지금의 내 생각은 천지차이니까.


이래서 글을 쓰는 게 싫었다. 쓰다 보면 어처구니없이 약하고, 일관성도 줏대도 없는 나를 그대로 들킬 수밖에 없다.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제야 와닿는 말은 감정이란 그저 날씨 같아서 어떤 날은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날씨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건 당연한데 어쩌면 모든 게 한결같기를 바랐나 보다. 그게 더 부자연스럽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믿었던 진실이 무너진 날을 뒤로하고도 봄은 언제나 다시 찾아왔다.


그래서 용기가 생겼다. 흐린 날에 쓴 일기와 무지개가 뜬 날의 일기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맑게 개인 하늘을 기다린다.

햇살 좋은 날의 산책을 기대한다.


구름은 계속 간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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