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날 때

by 여지나

이번 추석 연휴, 아이는 열감기를 앓았다.


금방 내리겠지 했는데 며칠 동안 오르락내리락하니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이제는 괜찮다.


열이 날 때마다 늘 조마조마했다. 신생아 시절은 물론, 어엿한 어린이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열 체크 어플을 켜고 두 시간마다 확인하며 잠 못 이루는 밤. 그런 날이면 내 안의 욕심은 모두 사라진다.


내가 초등학생 즈음, 엄마는 내게 말씀하셨다.


"커서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돼."


우리 엄마는 욕심이 없나 보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셔서 놀랐다. 나도 다를 바가 없으면서 뭘 그리 놀랐는지.


숙제는 알아서 잘하길, 친구관계도 좋았으면 좋겠고, 공부까지 잘하면 금상첨화다. 예의는 기본이고.


아이에게는 늘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매 순간 그랬던 건 아니다. '이왕이면' 뒤에 어울릴만한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신이 있다면 이런 나를 깨우쳐 주느라 열이 나나 싶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울적했던 밤, 뜨끈한 아이의 몸이 불안하여 체온을 쟀다.


'38.4'


내 안의 화는 금세 자취를 감췄다. 누구 잘못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문득, 보지도 않은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가끔은 정신을 차리니 다행이다.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게 몇 가지나 될까. 우리가 함께 있음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제 적어 놓기까지 했으니,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 그러니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너무 큰 욕심이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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