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잔다고 화내서 미안해

아이에게 쓰는 사과편지

by 여지나



안 잔다고 화내서 미안해.


네 건강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어떤 날은 그냥 쉬고 싶어서였어.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건 상관없는 척해서 미안해.


하루가 끝나는 게 아쉬운 그저 어린이일 뿐인 너를,

건강과 규칙이라는 방패로 무섭게 한 날도 있었지.


어른이면서,

너보다 30살도 더 많은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네.


어느 날 이런 나를 어물쩍 사과했더니

너는 참 마음이 넓었어.


"엄마는 내 건강이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괜찮아."


나에 대한 너의 믿음이

나를 더 작아지게 하지만,

동시에 단단해지게 해 주는구나.


이제는 솔직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어.


"엄마가 오늘 너무 피곤해서 좀 힘들어.

너도 건강하려면 일찍 자야 해.

내일 또 같이 놀자."


다만 너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를 끼치지는 않도록,

때로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가르쳐줄 거야.


과정이 길어지더라도

언제나 곧바로 알려주고, 못하게 멈춰줄게.


실은 전에 한두 번

귀찮은 마음에 대충 넘어가려 했었어.


아빠가 바로잡아주어서 다행이었지.

너한테 꼭 필요한 교육이었거든.


네가 많이 놀랐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사랑만큼은 늘 진심임을 느끼면 좋겠다.


그런데 몇 번쯤 그런 일을 겪어보니

내가 더 단단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사랑하려고 만난 너를

내 성격이나 트라우마를 핑계로

상처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가 자라면서 저절로,


'난 괜찮은 사람이야.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

사람은 다 장단점이 있어.'


이렇게 건강한 인식의 틀이 생기면 좋겠어.


그래서 우리가 한 번씩 잠들기 전에 말하는 거야.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그러면 이제는 조금 자란 네가

"엄마가 나를 낳은 거잖아. 나도 고마워."라고 하기도 해.

그렇게 말해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져.


너에게 고마워, 그리고 또 배워.

덕분에 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져.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꼭 성공할 거야.


네가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내 많은 꿈 중 하나야.

이런 말은 네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비밀로 하겠지만.


언젠가 네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든든한 우리를 믿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야.

그게 다야.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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