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진짜 필요한 건

by 여지나


작년이 결혼 10주년이었다.


우리는 연애 때부터 기념일 당일을 꼭 맞추기보다는, 휴일로 미루어 보내곤 했다. 평일이면 케이크 정도로 만족했다.


그런데 '10주년'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결혼기념일이나 맛집 같은 단어를 검색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불편해졌다.


커다란 꽃다발, 특별한 장소, 진심이 담긴 카드...


마음이 안 좋은 이유는 분명했다. 부러움 이상의 상실감.


다들 남편이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착각인 줄 알면서도 그게 진짜 행복 같았다. 평소 스스로 정하는 걸 더 좋아하는 나인데, 이럴 땐 비교가 본능인 인간의 뇌가 싫었다.


내게는 없을 것 같은 장면들을 더 이상 보기 싫어 검색은 그만두고 주말에 갈 식당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나왔다. 남편이 결혼기념일 당일에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뭐?"


우리는 다르다고 되뇌던 건 전혀 효과가 없었다. 우리의 주말은 그대로인데도 화가 났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좀 부러워. 비슷해야 한다는 건 아닌데... 뭔가..."


비교를 꺼리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남편은 대신 '더 좋은 것'을 하자고 말했다.


더 큰 꽃다발을, 좋은 레스토랑을 준비하려 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는 걸, 남편의 제안을 들으며 깨달았다.


부러웠던 이유는 그들의 '표정'이었다.


꽃다발 뒤의 함박웃음, 여행지에서 맞잡은 두 손, 편지에 담긴 진심 어린 말...


함께라서 행복해하는 마음이 보이길 원했다면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약속을 취소하길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기념하고 싶어서 안 잡았기를' 기대했기에, 그냥 다녀오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사 왔다는 작은 꽃다발은 의외였지만, 기분은 그대로였다. 며칠이 지나고 10주년을 기념한 주말의 데이트는 준비한 만큼 괜찮았다.



다행히도, 11주년은 훨씬 나았다. 멀리 떠나지도 않았고 굉장한 선물도 없었지만, 진심이 담긴 미소로 함께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서로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확신하는 시간.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이런 순간이야, 내가 진짜 원했던 거 말이야."


어쩌면 어렵지만, 소박한 일이었다. 아마 남편도 작년에 서운해했던 나를 의식했을 것이다.


12주년은 어떨까.


매일같이,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변하지만 그날만큼은 서로가 서로에게 50점 이상이면 좋겠다. 기념일은 이제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누가 준비하든, 특별한 식당도 근사한 여행지도 여전히 좋다.


하지만 내가 정말 바라는 건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기뻐하는 마음이기에, 평범했지만 충분히 달콤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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