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차 음료를 사러 나갔다.
이글거리는 길가 위,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 얼굴을 가린 채 카페로 향했다. 결제 먼저 하고 안을 둘러보는데, 배치가 신기한 자리가 있었다.
바처럼 기다란 나무색 테이블은 평범했지만, 테이블과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파란 출입문이 있었다. 홀린 듯 그 자리에 앉으니 잠시 후, 파란 문이 바람에 활짝 열리며 갑자기 숲이 드러났다.
문 밖은, 발 디딜 틈 없는 연둣빛 투성이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햇살이 스며들었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향긋한 풀내음으로 가득했다.
얼굴과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릴 정도로 기분 좋은 간지러움,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주 잠시지만 그런 생각이 스칠 때쯤, 음료가 모두 준비됐다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쉬운 마음에 눈앞의 작은 숲을 한 컷 찍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적이 또 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 집에만 있기 답답한 마음에 근처 공원을 산책하던 날이었다.
봄인데도 낮시간이라 그런지 덥게만 느껴졌다. 아기띠 속 작디작은 아이가 왜 이리 무거운지.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이 포근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저마다 다른 초록을 띤 나무들을 배경으로, 커다란 벚꽃 나무 몇 그루.
흩날리는 꽃잎 아래,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나뭇잎들은 바람에 서로 부대끼며 '솨-아' 하고 길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행복하다.'
잠든 아이의 무게마저 평온하게 느껴졌다. 순간이었지만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을 지워버린 또 하나의 안식처였다. 그래, 이래서 또 살지.
그동안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이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사실 이 작은 카페의 풍경은, 사용하지 않는 출입문과 그 바깥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앞에 있던 나무들과 바람 덕분에, 일을 하던 중이었는지조차 잊어버릴 수 있었다.
고마운 바람과 연둣빛, 그리고 문을 살짝 열어두신 가게 사장님까지.
돌아가는 길은 예상만큼 더웠고 양손 가득한 음료들로 버거웠다. 그래도 마지막에 찍어 둔 주머니 속 낙원 덕분인지 약간은 쌩쌩해진 기분.
의외의 선물은 에너지바라도 먹은 듯 내게 힘을 주었다.
짧은 시간에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찾는 마이크로 어드밴처가 유행이라는데, 의도치 않게 일을 하다 여행을 해버린 느낌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도 가능하다면, 우리 집 근처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말엔 다니지 않던 길로 산책을 가야겠다.
(표지, Pixabay / 본문 그림,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