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의 모모
땀이 계속 맺혔다. 아니지. 맺히는 게 아니고 그 작은 머리통이 이미 다 축축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괜히 머리숱 속으로 손을 넣어 땀을 닦다 타월을 뽑아 와서 그 촉촉한 이마와 두피를 살살 눌렀다. 더 건강한 애였으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시끄럽게 울었을지도 모른다. 계속 꿇어앉아 있느라 종아리가 부분 부분 아팠다.
그리고 모모는 그 땀으로 젖었던 머리가 뽀송하게 마른 상태로 수술실로 가는 이송 카에 엄마와 함께 탔다. 웃기까지 했다. 왜 웃니, 뭐 좋다고 웃니, 웃지 마.
딱 열두 시간이 지났네. 잘 왔으려나.
아침 첫 수술인데 주사가 안 잡혔다. 0세. 이브닝번 정맥주사팀 선생님 다섯에 나이트 선생님 한 분까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처치실에서 줄줄이 나왔다. 우는 소리가 어땠더라. 악쓰는 소리보다는 안타까운 짐승 같았다. 담당 교수는 전화를 두 번 했으나 받지 않은.. 줄 알았는데 사실 두 번째에는 짜증을 내더니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IV 확보가 안 된다고 문자를 넣어 놨다고 이브닝번에게 인계를 받았다.
처치팀 선생님들도 못 하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안 되면 수술 미루고 중심정맥관 박아야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나. 8시에 수술이 시작이고 병동에서는 보통 7시 20분에 출발한다. 나에게, 나에게? 어쨌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아홉 시간이었다.
애 수유 좀 하고 새벽에 다시 할게요. 자정 금식이죠, 어차피? 네. 고생하셨어요. 그들은 정말로 고생했을 거였다. 나는 처치실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엄마의 표정을 보기 힘들 것 같아서. 혈관이 카테터보다 얇고 짧아서 넣는다고 해도 진입이 끝까지 안 된다고 했다. 아. 그렇군요. 어떡하지, 생각했다. 진짜 어떡하지.
사실 엄청나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건 내 영역 바깥의 일이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방법을 찾아보되 안 되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오후 내내 전신대발작을 일으키고, 산소포화도가 순식간에 20으로도 7로도 떨어지는 22살 여자애가 더 문제였다. 조금이라도 포화도가 떨어진다 싶으면 당장 달려가야 하니까.
2시부터 다시 라인을 잡기 시작했으나 카테터를 열몇 개쯤 까고도, 그러니까 바늘로 열 번을 넘게 찌르고도 피가 잘 안 나왔다. 나오는가 싶으면 너무 아플 만한 부위였고 수액이 안 들어갔다. 장갑에 따뜻한 물을 몇 번이고 채워서 그걸 팔다리에 올려 도망간 혈관을 돌아오게 만들고, 거즈를 적셔서 계속 피부를 닦아 보고, 아까 시도했던 부위지만 방향을 달리해서 카테터를 꽂아 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병동에서 쓰고 있는 정맥 카테터는 전부 침이 다 길었다. 이 제품을 쓰기 전에는 좀 짧은 걸 썼다는데 그걸 이제는 어디서도 안 쓰는 것 같았다. 혹시 니큐에는 있을까. 나는 주사팀 선생님 옆에서, 저편 다른 병실의 여자애가 경련을 안 하길 바라면서 옆에 서거나 꿇어앉아 있기만 했다. 중간중간 여기 잡아 주세요, 저기 눌러 주세요,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여길 이렇게 펴 주세요, 하는 말을 따르기도 하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처치실을 나갈 수는 없었다. 그녀의 손은 두 개뿐이니까.
아마 이 병원이 세워질 때부터 있었다던 그녀의 눈이 엄청나게 빨갰고 나는 졸리고 불안했다. 갈수록 아무리 많이 자도 나이트는 피곤했다. 여자애 산소포화도가 안 흔들리는지 너무 불안했다. 그나마 이 사람이 오늘 나이트번이라 엄청나게 다행이었다. 그녀가 못 잡는 라인 같은 게 있구나. 대단한 일이었다. 월급을 얼마를 받고 계시든 그의 1.5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녀들이 없다면 이 병동은 돌아갈 수 없었다. 정말로.
엄마는 우는 건지 그냥 비염인 건지 중간중간 코를 훌쩍였다. 시간은 안 가는 듯 잘 갔다. 두 시 이십삼 분, 사십 분. 사십이 분, 세 시 삼 분. 나는 중간에 다른 애들이 열이 나지 않는지, 당뇨 여자애의 한밤중 혈당이 어떤지 처치실을 잠시 나갔다 와야 했다. 나간 김에 니큐에 전화를 했다. 그들은 이브닝번이 저녁 내내 수소문하던 그 카테터를 잔뜩 보내주었다.
애는 약 부작용으로 부은 건지 통통한 건지 몸 전체가 토마토 같았다. 유동식 섭취 튜브를 혼자 삽입하고 뺄 정도면 그냥 면허만 없다 뿐이지 웬만한 간호사보다 나을 수도 있는 그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 덕인지, 유전인지, 개월수에 비해 머리숱이 엄청 많았다.
그 머리가 온통 다 젖어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땀을 흘려 본 적이 언제더라. 모모, 그 책 표지에 그려진 모모의 머리 같았다. 까맣고, 약간 곱슬에 여기저기 뻗쳐 있는.
"니큐에 오래 있었어서, 교수님 일찍 출근하신다고 하니까.. 연락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서 되물었다.
"네? 어떤 교수님이요. 그때 보시던 선생님이요?"
"네. 신생아 중환자실 선생님이 알려주셨어요. 그 때라도 연락해 보시라고."
"선생님? 간호사요? 의사 선생님요?"
".. 좀 전에 디엠했거든요. 지금 근무하고 계신 분이 모모 예전부터 보셨어서."
"아, 간호사요. 알겠습니다."
일단 알겠다고는 했으나 주사를 못 잡는데 왜 의사에게 연락을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거기서는 이렇게 주사 없다고 안 했었는데.."
"그때보다는 많이 컸잖아요. 상황이 다르죠."
"열네 번 찔렀어요. 지금."
말이 부드럽게 안 나갔다. 그걸 또 세고 있었어?
그래. 엄마니까. 주사팀 선생님도 무안한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어머니. 그때랑은 지금이랑은 또 애기들 많이 클 때니까.. 선생님."
"예?"
"그 카로티드 보는 걸로 하나보다. 전화해 봐요, 나도 다시 해보고 있을 테니까."
거기서는 애들 라인을 잡을 때 혈관이 다 비쳐 보이는 기계 같은 걸 쓴다고 했던 것 같다. 그걸 말하나. 어쨌든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오 분만에 병동으로 왔다. 연차가 상당히 높은 사람일 텐데, 이번 달은 월급의 세 배를 받아도 될 것 같다. 그분은. 모모가 수술을 오늘 받을 수 있던 건 전적으로 그 사람 덕이었다.
"지금 갈게요."
"예?"
"첫 수술 아니에요? 몇 시부터 하셨어요?"
"두 시요."
"아아. 어떡해. 지금 갈게요."
선생님, 바쁘신데 죄송한데 아침에 첫 수술 가는 애기가 아직 라인을 못 잡아서요. 이브닝 때 두 시간이고 지금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안 돼요. 혹시 거기서는 어떻게들 하시나요,라고 전화를 걸었더니, 애 몇 살인데요? 빵 살요.. 십 개월. 십 키로 좀 안 됩니다. 아. 네, 하더니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온다고. 사실 전화를 받은 게 누군지도 몰랐다. 왜 온다는 건지도 몰랐다.
"펠로우 선생님께는 연락이 됐어요?"
"예?"
주사를 못 잡는데 펠로우한테 연락을 왜 하지.
"안 됐다는 거죠? 알겠어요."
"지금 하겠습니다."
"넹."
신생아 중환자실 당직은 어떤 짜증도 없이 오겠다고 했다. 소아과 애를 왜 본인한테 지금 노티하냐느니 뭐 그런 말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와 펠로우가 등장했다.
그녀들은 카테터와 물이 든 장갑들과 거즈들과 토니켓과 소독솜으로 난장판이 된 처치실로 오더니, 땀으로 젖어 반짝이는 애를 보고서는 모모야! 했다. 아, 어떡해. 뭐야뭐야, 너무 힘들었겠다. 어떡해. 응? 우리 모모 어떡해. 근데 많이 컸네. 진짜 많이 컸다. 엄마는 나에게 보이던 것과 완전히 다른 눈빛으로 그들에게 인사하고 웃었다.
그래. 차차가 저랬겠구나. 우리한테. 오랜 시간 있었고 어쩌면 조금은 고마웠고 반가운 사이. 똑같은 병원이었지만, 엄마에게 이곳은 낯설고 무서운 세계일 수도 있었다. 아닌가? 어쨌든 그랬다. 그 표정이 그렇게 말했다.
니큐에서는 의사가 라인을 잡는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정 안 되면 두피에도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의사가 카테터를 붙들고 애 혈관을 찾는 걸 보는 게 낯설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애를 어르고 달래고 귀여워하는 것도. 아니, 그전까지는 안 그랬다는 게 아닌데 그 사람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랬다.
미안해, 미안해. 여기만 볼게. 보기만 할게. 이쪽도 한 번 보자.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들은 미안해를 오십 번은 더 한 것 같다. 단 한 번의 짜증이나 포기도 없이 열심히 시도했다. 나는 또 그냥 여기저기를 붙잡아 주고, 부자재를 치우고, 뜯어서 건네고, 준비하고.. 밖의 다른 환자들을 걱정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그리고 다섯 시. 그 수많은 미안해 -물론 정맥주사팀 선생님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며 애를 찌르고 혈관을 찾았었다- 와, 여기도 안 되면 진짜 안 될 것 같아요. 더 못 찔러요, 의 반복 끝에, 그 간호사가 라인을 잡았다. 비록 손목 안쪽이었고, 각도가 조금이라도 비틀리면 수액이 안 떨어졌지만 그래도 찾았다.
우리는 거즈를 주먹 안으로 싸고, 손등에 어떻게 받치고, 손가락을 고정해서 손이 꺾일 일 없게 고정했다. 제발, 수술은 오래 안 걸릴 테니까 반나절만 버텨라. 제발. 엄마는 그들에게 고생하셨다고 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를 향해 인사했지만 나는 알았다. 나한테 한 말일 수는 없었다.
"***입니다."
"아, 네."
"라인 잡았나요?"
"네."
"다행이네요."
"네."
"알겠습니다."
여섯 시, 병동으로 전화가 왔다. 성형외과 교수였다. 오늘의 집도의. 스테이션의 모두가 전화하는 나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개꿀잠잤나봐, 애는 몇 번을 찔렸는데. 한 오십 번 찌른 거 아니야? 했다.
그 여자애는 항경련제가 잘 들었는지 밤동안 발작하지 않았다. 다른 애들도 괜찮았다. 그 간호사에게서 메신저가 와 있었다. 혹시 수액 잘 들어가나요, 나는 정말 잘 들어간다고,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다 선생님 덕이라고 했다.
여자애는 밤보다 지남력이 올라 있었다. 부축해 줘야만 이동할 수 있던 상태에서 이제는 슬슬 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일곱 시부터 금식이야, 하니까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여섯 시 오십오 분. 그녀는 생수 반 병을 다 마셨다. 엄마한테 혀가, 아파,라고 했다. 어제의 경련 중에 혀를 세게 깨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점심부터 식사 시켜 드릴게요. 죽이 나을까요, 했더니 그래 달라고 했다.
자리로 돌아오니 답장이 와 있었다. 아니에요, 실례될까 봐 여쭤보기 그랬는데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봐주시겠지만) 우리 모모 잘 봐주세요. 칼퇴하세요,라고.
나이트 퇴근 후에 편의점 터는 걸 안 한지 꽤 됐는데, 했다.
프링글스 작은 거, 칸쵸 하나. 더 사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하다가 버터 군옥수수볼. 지하의 편의점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프링글스를 다 먹고 칸쵸를 뜯었다. 지겨웠다. 피곤했던 건가? 짜증이 나는 건 아니었고 그냥 지겨웠다.
졸린데 지겹고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제 속을 걷는 기분.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버터에 구운 군옥수수볼은 소금에 튀긴 것처럼 짰다. 혀를 씻고 싶을 만큼. 그런데 쓰레기통이 안 나와서 다 먹었다. 지겨웠다. 사람들이 잔뜩 출근했다. 다, 다 가버려라. 다들 강남이며 판교 어드메로 일하러 떠난 이곳이 텅텅 비고 조용하길 바랐다. 조용. 조용이라. 싫으면 관둬. 사람 없는 곳 가서 살아. 누가 너보고 등 떠밀면서 하랬어?
뭐가? 그렇게 지겨우면 그만둬. 원래 그런 거야.
뭐가 지겨운데. 담당이라고 몇 시간 내내 붙잡혀 있었는데 결국 한 건 아무것도 없어서? 엄마한테 더 친절하게 못 해서? 뭘 더 어떻게 친절하게 할 수 있는데? 몇 시간 후 수술인데 일단 몇 번을 찔렀든 라인이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니가 한 거 아니잖아. 맞아. 맞아. 부족해서 그래. 그 간호사는, 펠로우는 본인 일이 아닌데도 와서 애도 보호자도 달래면서 결국 해냈어. 거기다 나한테 실례될까 봐 조심스레 물었대.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지. 그러면 더 친절하기라도 했어야 한 거 아닐까. 그렇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더 할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정말 어쩌라고. 다시 돌아간대도.. 죄송해요,라고 사과라도 몇 번 더 했어야 했나? 맞다. 원래 브런치에 쓰려던 글 모음 제목은 밥벌이의 기록,이었지.
어떻게 이렇게 날마다 새로운 과제들이 생길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게, 과제야? 니가 못 했는데 무슨 과제야.
무력감? 피로? 짜증? 자괴감?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알면 어쩔 건데. 뭐가 달라지니. 넌 재능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일에 자연스레 적합하지는 않아. 그냥.. 굳이 결론을 내자면 그랬다. 노력해라. 노력, 노력이라.
피곤했다. 지겹고.
*
나 집에 갈래.
-라떼 시켰는데.
나 라떼 안 좋아해.
-무료쿠폰 5일 남았어.
안 좋아한다니까?
-단 거 좋아하잖아.
오늘 먹었어, 잔뜩.
-시킨 거 먹고 가자.
...
-나왔으면서 왜 집에 간다는 거야?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같으니까는 뭐야.
안 좋아.
-그렇구나. 도로 들어갈래?
아니.
-흠.
피곤해.
-그런데 왜 나왔어?
노는 날이니까.
-잘했네. 단 것도 먹었는데 왜 기분이 안 좋아?
원래 그래.
-좋아야 하는 거 아냐?
살찔까 봐. 이미 찐 것 같아. 쪘을 거야.
-아.
병이야.
-안 됐네. 왜 기분이 안 좋아?
그냥 다 지겨워.
-그런 게 어딨어.
내가 무능력한 것 같고 나이트가 너무 피곤하고 날이 애매하게 추워서 옷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
-아.
그리고 나 빼고 다 즐거워 보여.
-무능력한 건 원래 좀 그랬잖아.
그렇지.
-나이트는 피곤해. 맞아. 그래서 잤잖아? 다시 들어갈래?
그건 아냐. 어차피 오늘 몇 시간 남지도 않았어.
-날이 애매하게 추운 게 아니고 봄이 오는 거야.
알아.
-트렌치 입어.
맞춰 입기 힘들어. 그리고 긴 겉옷 귀찮아.
-가죽자켓을 사는 건 어때.
안 어울려.
-그렇구나.
...
-어쩔 수 없네. 감기로 코찔찔이 되거나 뭐든 좀 걸치고 다니든가. 아니면 기다려야지. 더워지길.
그건 싫은데.
-그럼 어떡할까.
나도 몰라. 라떼랑 프라푸치노랑 뭐가 달라.
-나도 몰라. 스누피 이거 14일까지래. 잘 시켰지?
응. 귀엽다. 왕 귀엽다.
-원래 혼자 찌그러져 있으면 다 행복해 보여, 나 빼고.
돈룩백인앵거래.
-그러게. 만능이다. 이 노래.
10월에 보자. 다 마셨어. 근데 기분이 나아지질 않아.
-기분이란 게 꼭 나아져야 하는 걸까?
아닐걸.
-내버려 두자.
그래.
-..
김밥 먹고 싶다.
-내일 집 가서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해.
그래.
-또 살찐다고 생각할 거니?
글쎄. 뭐가 중요하겠니.
-맞아.
돈룩백인앵거, 아 헐쥬 세이.
-일단은 냅두자. 그래도 삼일 놀잖아.
2.5일이야. 지금 저녁 일곱 시라고. 거기다 데이 출근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좀 나아져?
아니.
-음. 안 됐네.
그래.
-낫길 바라.
뭐?
-그 병.
그래. 고맙다.
그리고 나는 다시 커피를 시켰다. 샷을 더 넣어서.
노는 날이잖아. 다시 가서 일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좀 더 웃는 모습으로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