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ncer

어떤 춤

by 이븐도





"중학교 어디 나왔는데?"

"A 중학교요."

"오오, 그렇구나."

"고등학교는 B 여고 나왔어요."

"B?공부 잘했구나?"

"아니요? 언니는 공부 잘했는데, 저는 못 했어요."

"아닌데, 거기 가려면 잘 해야 되는데. "

"공학을 갔어야 하는데. 남자 보는 맛에 살아야죠."

"아이돌 봐, 아이돌. 여기 안 아파요?"

"네, 안 아파요. 저 공부 진짜 못 했어요. 현대무용 했었거든요. 흐흐흐."

"현대무용? 언제까지 했었어?"

"작년까지?"



"뭐 좀 먹었어요? 지금 어디가 제일 불편해?"

"없어요. 그냥 너무너무너무 배고파요."

"그치, 배고프지. 삼킬 때 불편한 건 없어요?"

"짜파게티 먹을 거예요. 간호사 선생님은 저녁 뭐 드세요?"

"너 짜파게티 좋아해?"

"네. 제 최애 라면이예요."

"나? 뭐 먹을까, 추천해 줘."

"뿌링클? 마라탕?"

"그럼 니가 그거 먹으면 되겠네.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아. 저는 지금 그거 씹기에는 좀 불편해요. 그리고 매운 걸 잘 못 먹어요."

"아. 좀 더 나으면 먹으면 되겠구나. 불닭볶음면 못 먹겠네?"

"못 먹어요. 소스 완전 쪼끔 넣어서!"

"근데 그건 나도 그래. 매운 거 못 먹어."

"저녁 언제 나와요?"

"여섯 시쯤 나와. 열두 시부터 굶어서 엄청 힘들겠다."

"선생님도 그 때 밥 드세요?"

"글쎄에. 니가 많이 먹어야지. 짜파게티랑."



"간호사 선생님들 너무 멋있어요."

"응? 왜?

"사람들 치료해 주고, 낫게 해 주고.."

"아니야, 치료는 의사선생님들이 해 줘. 이거 안 아프지?"

"안 아파용. 근데 주사 언제 빼요?"

"누가 뺀대?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어?"

"아니요. 그냥.. 불편해서..."

"손등이라 엄청 불편해. 맞아. 여기 눌렀을 때 어때?"

"괜찮아용. 안 아파요."

"수술하려고 넣은 거라 바늘도 엄청 커. 빼 버리기에는 좀 아까우니까 조금만 더 가지고 있자."

"알겠어용."






모든 것을 잃고서도 살 수 있다면, 소중한 것들을 잃고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답을 익혀가며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소중한 것들도, 아름다웠던 것들도 사라지고 사그라들테니까. 그런 게 없어도 잘 지내야 하는 거니까.






한 쪽 안구가 없다고 인계를 받았다. 기관절개관을 꽂았지만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인계와 히스토리에 비해 앉아 있던 애는 말이 많았고 밝았다. 숨을 쌕쌕거리면서 쉬었고 말할 때마다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식사를 잘 하는지, 시술을 하고 와서 별 문제가 없는지 다시 들어간 병실에서 그 애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부르며 잘게 자른 짜파게티와 밥을 먹고 있었다.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관심이 나는 고파. 되고파.




현대무용을 했었다는 말에, 앞으로는 영영 과거형이 될 게 분명한 그 단어에 감탄할 수 없었다. 멋있다, 와, 정말 멋있다, 라고 덧붙여서 지금의 상황을, 가능했던 그 때와 앞으로의 상황을 구태여 더 대비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컵으로 된 짜파게티 맛없는데, 집에 가서 더 맛있는 거로 끓여 먹으라는 농담도 할 수 없었다. 뿌링클은 니가 먹어야겠다는 말을 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본가 근처의 대학병원을 돌다가 온 애였다. 휴일이 지나면 재활의학과로 전과가 된다. 작년이라. 나는 하루종일 본인을 귀찮게 했을 가끔 친절하고 또 불친절할 간호사들을 멋있다고 말하기까지, 열몇 살짜리 여자애가 지나온 잔뜩 뒤집힌 일상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저 쾌활함 뒤에 어떤 어둠 같은 게 없기를 바랐다.




내가 몸살이 나서 그런가 눈물이 좀 났다. 다분히 문학적인 상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 수 있는 춤은 뭐가 있을까. 잃고도, 부서진 후에도, 흉터가 가득해도 따라서 출 수 있는 동작과 음악이 어떤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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