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치우자 그럼
나는 좀 착해지고 싶다. 안 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척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정말 진실로 힘든 일이다. 언제든 뚜껑이 드글드글하며 튕겨나갈 준비 중이라 그렇다. 과장이 아니다. 쉽지 않다. 나만 여기서 일하는 게 아니거든.
어떻게 이렇게 싸가지 없이 말할 수 있는지 그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못 하겠어? 그래. 못 하겠으면 때려쳐.
나한테 하는 말이다.
절반은.
절반씩이나.
정말로.
"어른들 석션 안 해보셨어요?"
"안 해요."
"안 하신다고요?"
"애들은 못 해요."
"못 하신다는 거죠."
"못 해요, 못 해."
"저 똑바로 보고 말씀하세요. 못 해요?"
"못 해요."
다시 생각해도 빡치는 일이다. 입원을 온 날 그 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화가 났다. 이틀간 나이트와 오프를 거쳐 다시 간 그 병실의 걔는 씻은 당근같이 말끔했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잔뜩 끓는 가래, 또 못 한다는 간병인. 거기다 부어오른 피부, 더러운 침상.
이거 듀오덤 누가 생각 없이 확 뗐어. 누구야? 누구냐고. 아. 나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내가 걔 부모도 아니면서.
몰랐겠지 하고 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한테는 그랬다. 빗물 고이게끔 파인 보도의 홈처럼 도량이 좁은 나한테는 그랬다. 얘 간병인 아무것도 안 한다고 인계장에 화풀이로 써 놓은 줄 알아? 구라 아니야. 잘 봐 달라고. 물론 걔가 내 자식도 아니고 잘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지만 말이라도 그렇다고. 불쌍하잖아. 그것도 엄청나게 불쌍하잖아. 가엾어 죽겠잖아. 아냐? 그냥 생긴 것만 사람이지 못생긴 길고양이나 다름없는 애잖아. 가끔 마음 맞는 사람들이나 한 번씩 예뻐해 주는 그런 야생동물이랑 뭐가 다른데.
엄마아빠도 버린 애. 간병인조차도 이런 쓰레기 같은 노인네들만 골라서 만난 안타까운 애. 아파도 욕도 못하는 애. 가끔 울어도 어차피 관심 주는 사람들만 주는 애. 뭔가 잘못됐으면 전달하라고. 방치하지 말고. 나도 이렇게 떠드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일 더 크게는 만들지 말아야 하는 거잖아. 일이 생겼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신규는 정맥주사를 빼 놓고 왜 뺐는지는 인계를 안 줬다. 그냥 수액이 안 들어가서인 줄 알았지. 다 퉁퉁 부어서였어, 그게? 나는 바빴다. 두 명은 연달아서 재워서 검사실에 보내고 스무 개는 되는 척수 검체가 끊임없이 잘 접수되나 확인해야 했다. 나이트가 대충 해놓고 간 일들을 뒤치다꺼리하면서 그 일들과 다른 일들을 차질 없게 해결하느라 열이 받았다.
아예 외면하거나 그야말로 '전인간호'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후자?내가 어떻게 하는데? 하루종일 얘만 보라고? 딴 애들 검사는 어떻게 가, 그럼?그럼 아예 못 본 척 해?
근데, 봐 버린 걸 어떡하냐고. 욕창 전 단계나 다름없는 얼굴 상처, 부드러운 살갗이 부푼 팔. 진짜 머리끝까지 빡쳤다. 이걸 이렇게 해 놔? 내가 애들 주사 부은 거 인계 달랬지, 아니. 나 그 때 말 안 했구나. 했어야 했다.
말 안 하면 몰라? 입 닫고 기록 안 남기면 없는 일이 돼? 그 자리에서 신규한테 바로 전화해 개지랄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똑같은 행동을 하고 싶었던 그 때도 똑같은 경우였다. 그 때 그냥 성질 있는 대로 다 부릴 걸 그랬다.
말 못하는 애, 표현 못 하는 애. 아픈 걸 아프다고 못 하는 애. 더럽고 불편해도 찡찡거리지도 못하는 애. 몇 달 전 걔도 그랬다. 다를 게 없잖아. 거기다 +1 해서. 얘한텐 부모도 없지. 옆에서 대리로 난리 쳐 줄 보호자 같은 거 없다고.
너 일부러 그랬니? 엄마 아빠 없어서 컴플레인할 사람 없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아? 왜 말 안 해?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뭐가 잘못됐으면 나한테 인계를 주라고, 주사 잘못돼서 팔뚝 부풀어오른 그걸 시설에서 온 사람이 먼저 발견했을 때 내 기분을 알아? 그 담당자 아니고 친엄마 아빠였으면 벌써 병동 뒤집어졌어. 너 나이트라서 자고 있으니까 내가 참은 거야. 전화했으면, 넌 뭐라고 했을까. 몰랐다고?
키가 나보다 십 센치는 작을 것 같은 나이든 간병인도 빡쳤고 대체 내가 같은 일들을 몇 번을 참고 넘겨야 혼자 각성할지 모르겠는 신규도 빡쳤다. 기저귀를 갖다주러 온 시설 담당 간호사는 애를 보고 더 부은 것 같다며 걱정을 잔뜩 했다.
나는 복도에 서서 그 간병인과 이전 간병인은 다시는 고용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그 노인에게 석션 가르쳐 드릴 테니까 자주 해 주시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몰라요, 몰라요. 안 해요, 를 반복했다.
이걸 대쪽 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마 이제 그 병실의 사람들은 내가 보통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란 걸 알았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죄다 붙박이처럼 집에 안 가고, 안 갈 애들이라 한 달은 나를 봤을 애들이고 보호자들이었다. 애들은 안 중요하지. 그들의 대리인이며 나보다 당연히 나이가 많은 보호자들이 나를 봤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그 병실에는 나만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진짜 열받는 일이었다. 맞닥뜨린 상황은 다른 그 간호사들이나 나나 똑같을 텐데 나만 유별나게 싸가지가 없었을 테니까. 근데 빡치는 걸 어떡하라고.
못 하시겠으면, 안 할 거면, 정말 그러실 거면 그냥 그만두시라는 말이 머리끝까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입원한지 열흘이나 됐는데 아직도 목에서 돼지 본드 색깔의 가래가 쭉쭉 나올 때마다, 미음 먹이고 양치도 안 시켜 줘서 앞니에 거뭇한 게 끼어있는게 내 눈에 항상 보일 때마다, 모니터를 아예 등지고 보호자 침상에 누워서 중국어 쇼츠를 보는 그 머리칼 듬성한 누런 정수리가 내 눈에 보일 때마다.
식사가 나오면 애 석션은 커녕 본인 밥이나 꼬박꼬박 꺼내 먹는 그 꼴이, 어떻게든 일을 덜 하고 싶어서 추가되는 약을 못 미더워하는 걸 숨기는 그 추한 노인네가 너무 꼴보기 싫었다. 못 해요? 못 한다고?그럼 집에서 쉬시면 되잖아요.
퇴근해서도 걔 얼굴이 계속 생각났다. 더 해 주고 싶었는데 못 해줬다. 왜냐면 난 바빴으니까. 핑계가 아니다. 병원에서 내게 주중에 열 명의 환자를 배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게 죽지 않고, 누구를 어떤 식으로든 죽이지도 않고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맥시멈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옆에 8시간 내내 붙어서 전인간호를 해 줄 수 없다. 열 명 본다고. 그 열 명이 어디 멀쩡해?
아프고 잘못됐고 소리지르는 비정상적인 애들이라고. 그 애들을 가만히 보존하는 건 내 일이 아니야. 걔들 앞으로 쭉 나 있는 검체와 검사가 시행과 접수를 넘어 결과보고가 뜨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그래서 보호자 붙여 놓는 거잖아. 최소한의 케어는 해 달라는 의미에서. 여기가 요양병원이야? 아무 일도 없이 누워 있기만 하는 데냐고.
"이 정도 병원에서는 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누가 그래요?"
"다 그러드만. 딴 데서는요.."
"네. 거긴 그렇겠죠. 여긴 아니고요. 저 계속 못 해요."
"나는, 못 해요."
"왜 못하시는데요?"
"안 해봤으니까 못 하지요."
"간병사 일 하시는 거 아니예요?"
"애들 석션은 안 해요."
안 하고 싶은 거겠죠. 어차피 말 못 하는 애고 시설 출신이라 지랄할 사람도 없으니까, 그 말을 참았다. 똑같이 못 한다고 말하는 스스로가 상당히 쪽팔렸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그 사람의 못 해요,와 나의 못 해요. 다른가? 달라? 뭐가? 달랐다. 근데 정말 달라? 그 질문을 물고 늘어지기 전에 애는 가래가 찼고 열이 지지리도 안 떨어졌고 산소줄은 자꾸 잡아뜯으려 했다. 원래 그런 애였다.
"저 다른 환자도 봐요. 짬 날 때마다 온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저 바빠서 못 오면 여사님이 해 주셔야죠."
"나는 못 한다구요. 안 해봤다니까."
"진짜 못 하신다는거죠."
"못 한다니까는."
"얘 이게 제일 중요해요. 항상 그랬어요. 가래 빼는 게 제일 중요하다구요. 엄청 끓잖아요. 큰일 나요, 숨 못 쉬어서."
"..못 해요. 할 줄 모르는데 어찌 해요."
나는 정말 할 수 있는 힘껏 그 사람을 째려봤다. 어차피 찢어진 눈, 이래도 저래도 받는 게 오해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럼 애 가래 소리 날 때마다 저 부르세요."
"알았어요."
그 간병인의 낡아빠진 배낭을 쳐다봤다. 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보잘것도 없을 당신 짐은 그렇게나 소중하면서 말도 못 하는 쟤가 어떻게 누워 있는지는 상관도 없다 이거지. 그리고 그녀는 아무리 기계에서 띠띠띠 소리가 나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산소를 쏴 주는 그 줄이 콧구멍을 다 탈출해 얼굴 어디메쯤으로 비틀려 있어도 신경도 안 썼다. 열받게. 그래서 심히 화가 났다.
화가 났다? 이건 꽤 고상한 표현이고, 진짜 개빡쳤다. 입원을 받던 날, 내가 하도 쏘아붙여대서인지 그 여자는 삼 일이 지나서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왜 이런 인간들은 죽지도 않는 거지? 그냥 놀면 되잖아. 이따위로 일할 거면.
내 분노가 정당한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이제야 자각할 수 있었다. 이걸 걔가 다시 입원한 이래 며칠이나 떠올려 왔다는 걸. 간병인이 너무 아무것도 안 해요, 했더니 수간호사는 워낙에, 석션은 간호사가 하는 거고.. 했다. 아. 그래. 그렇구나. 맞지, 이 사람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지. 수선생은.
나는 애를 침대 째로 낑낑거리면서 병실 밖으로 빼고, 뱉어낸 약 다시 처방받고, 검사실 같이 갈 인력도 구하고, 관리 빡센 약물도 준비하고, 수혈도 하고, 검사 예약만 해 놓으면 다인 줄 아는 인턴 대신 다른 병동이며 검사실에 전화를 돌리고 돌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다 알아내서 의사한테 떠먹여 줘야 하고 그 의사가 또 윗년차 의사에게 그걸 재확인받는 걸 기다리고, 옷 갈아입게 주사 끊어 달라는 것도 가고, 왜 이걸 여기다 내렸냐는 검사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세 시간 전에 보낸 검체가 아직도 접수가 되지 않은 이유도 찾는 와중에 걔 옆에 붙어서 끓는 가래까지 재깍재깍 뽑아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녀는 이번 달 인력이 너무 포지티브인데, 어쩌고 하면서 누구의 근무를 뺄지 차지 선생과 상의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분노 또는 짜증에 눈이 돌아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건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글쎄, 모르겠던데?
제일 열받는 말이다. 몰라요? 씨발. 모르는 게 어딨어. 병원에서. 안 되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 난 알아? 난 아냐고. 모른다는 말은 그냥 안 하겠다는 말과 똑같았다. 누군 다 알아요? 물어보라고. 그 검사를 많이 할 것 같은 곳으로 전화해서 굽실거리면서 물어보라고. 알 것 같은 사람 붙들고 물어보라고. 하는 거 보고 흉내라도 내라고. 그렇게 한다고, 다들. 나는 신규의 몰랐다는 말과 모른다는 간병인의 말이 그래서 너무나 화가 났다.
누군 알아? 아냐고. 그리고 그게 중요해? 여기서 중요한 게 뭔데? 당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몰라? 못 하겠어? 못 하겠으면 때려치워.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걔가 아직도 양 볼이 뻘건 채로 카레색 가래를 목에서 끓이고 있을 그 병실과 아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나는 진짜 생각한다. 나는 뭘 못 하나. 그럼 정말로 못 하겠다는 나는 언제 때려치워야 하나. 그들의 못 한다와 나의 못 한다는 뭐가 다를까.
눈으로, 이목구비로 다 튀어나오는 욕을 참는 거? 그래, 참아야지. 열 받는 상황을 참는 거? 참아야지. 출생부터 박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걔한테 붙어서 할 수 있는 걸 해 주는 거? 그래. 해야지. 어쩌면 그게 지금 떠올리는 것들 중에서 제일 쉽다. 정말이다.
그 간병인들에게 친절히 말할 생각은 여전히 없다. 화가, 짜증이 가라앉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럴 이유가 없다. 손윗사람에게 말 따박따박 쏟아붓던 나를 본 그 병실의 다른 보호자들? 알 게 뭐야. 어차피 언젠가는 절대 마주칠 일 없고 자기 애들한테나 잘하면 나를 신경도 안 쓸 텐데. 이제 와서 내 성격이 어떤지 그들에게 안 보일 리가. 이미 파악은 애저녁에 다 했을 사람들이라고.
친절? 내가 그들에게 왜 친절해야 하는데. 그들이 외국인이라서? 나보다 나이가 많고 빈곤해 보이는 꾀죄죄한 차림이라서? 아니야. 그런 게 아니다. 열이 받기 때문이다.
그 불쌍해 죽겠는 애를 방치하고 하루에 십만 원은 받아갈 그들이 너무 열이 받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까지 사실은 나와 영영 상관이 없을 그 엄마아빠 없는 애가 받는 취급이 떠오르는 게 짜증스럽기 때문이다.
못 해? 못 하겠으면 때려치워. 내가 간병인들에게 속으로 소리쳐댄 그 말이 내게 닿는 말과 뭐가 다른가. 다를 수는 있으나 뭐 얼마나 다른지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다르지 않다고. 똑같아. 못 하겠어?몰라?
차라리 싫다고 해. 그게 아니면, 진짜로 못 하겠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서 못 하겠다고 하라고.
나는 진짜 엄청나게 싫다. 모른다고,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얕은 말로 책임과 할 일을 피하려는 이들이 너무너무 싫다.
몰라? 뭘 모르는데요? 정말 몰라?
진짜 싫다. 그런 인간들. 싫다. 그러니까 나는 단 한 순간도, 그들의 어떤 것도, 조금도 닮지 않을 것이다.
못 하겠어? 때려치워. 정말 못 하게 되면 그 땐 진짜 때려치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관둘 거다. 그게 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