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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마음이 요동친다

나의 브런치

by 조앤

핸드폰에 가느다란 표시로 알파벳 필기체 b가 나타나면 행복하다. 내가 연결된 독특한 세상을 얻었다는 기쁨이 솟아 오른다.


2017년에 나는 '꿈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에 가입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었고, 바로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바램으로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한동안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브런치와 멀어졌었다. 씁쓸한 도전이었다. 7년간 휴면계정이 된다고 안내받고 연결하고.. 누가 붙들고 있는 것도 아닌곳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미련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올 여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난 어깨가 으쓱해졌다. 기뻤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막 말하고 싶었다. '나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왜 다시 작가 지원을 했냐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깊은 속내는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미국에서 늦게 시작한 상담심리학 학업을 통해 나 자신이 원가족으로 부터 부정적 멍든 아동기를 지낸 복합트라우마 생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나의 남편과 아들,며느리.. 현재 내 가족들에게 그런 것들을 세세히 설명할 수 없었다. 언제라도 준비가 되면 내가 이 브런치 계정을 가족에게 공개하리라 맘먹었었고그때에는 나를 아는 나의 중요한 타인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리라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도 난 계속 글을 쓸 것이고 이건 나를 치유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며 다시는 내 브런치 계정을 휴면계정으로 만들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랬는데 구독해 주시는 작가님들이 계셨다.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작가님들도 계셨다. 너무 고마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구독자 숫자가 갑자기 줄어든 일이 있었다. 그 줄어든 숫자를 보자마자 요동치는 내 마음을 발견하곤 난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 당황했다. 그 순간을 표현하자면 나는 마치 ‘파양당한 어린아이’의 심정이 되어 버렸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누가 날 버렸을까? 왜 나를 구독했다가 취소했을까? 좀 더 좋은 글을 써야 했는데.. 내가 그렇지 뭐.. 등등


이 ‘숫자’라는 트리거에 난 이전에 어린 내가 엄마의 사랑을 얻기위해 했던 기제의 패턴을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었다. 난 다시 피하고 싶어한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인정받든지, 그만두든지' 두 카드만을 나 자신에게 들이밀며 나의 결단을 촉구한다. 참으로 끈질기고 오랜 나의 '내적작동모델' 이라는 친구다.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난 잘 하고 싶어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길 만이 내가 살 길인데 쟁쟁한 이곳에서 실력없는 네가 여기서 살아내겠냐 라며 나 자신에게 속삭이며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그래 그 동안 그렇게 살아오느라 정말 애썼구나. 그런 네가 있어서 지금까지 난 잘 살 수 있었어. 고맙다. 근데 난 이젠 그래도 그냥 그런대로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살지 않아도 괜찮아.. 난 이제 날 돌볼 수 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날 다독거린다.


난 포기하지 않고 나의 브런치를 잘 가꾸고 싶다는 결심을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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