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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일기쓰기

2024. 12.31.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by 조앤

낮에 씨에틀에 사는 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안받더니 리턴 콜도 없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 졌다. 다시 전화했다. 언니가 힘없이 전화를 받는 것 같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뉴욕에 있는 조카딸이 결혼을 했다고 언니에게 통보를 해 왔다고 했다.

웨딩 세레모니를 한 것은 아니고

둘이 서류로 완벽한 결혼절차를 마치고 나서

성탄에 집으로 사위라며 데리고 와서 닷새 있다가 갔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진것 같다고 했다.

자식 마음대로 안된다더니.


사실 나에게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릴 때부터 한국사람하고 결혼해야 한다고 애들에게 많이 당부하는 말을 했었는데

결국 미국인 며느리를 보게 되었다.

아들은 프로포즈 후 결혼식 날짜로 몇 개를 보내주며 혹시 충돌되는 날짜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네가 편한 때로 정하면 엄마 아빠가 날짜를 맞추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난 뭔가가 이상했다. 한국에선 어떻게 하는 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결혼날짜를 이렇게 잡는 것이 맞나 싶었다.

상견례도 안했는데..?


한국은 결혼식이 부모의 행사인데

미국은 아이들의 행사로 자신들이 준비하며

부모를 그 예식에 초대하는 모양새다.

미국식 결혼식을 영화에서 본 것 말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생활 20여년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백인 며느리를 맞게 되다니..

게다가 언니의 상황을 생각하니

언니에게 아들의 결혼식 소식을 알려야 하나 고민했다.

아들은 결혼식 초대손님 준비때문에 내가 초대할 사람들을 미리 알려달라고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가족이 올 수는 없기에

미국에 살고 있는 이모부부를 일단 초대 명단에 올리고 확인해 주어야 했다.

언니에게 나중에 말을 할까 하다가 그냥 통화하면서 말을 꺼냈다.

말하면서 아닌게 아니라 너무 미안했다.

역시나 미국생활 40년차 언니가 말하길...

지금 자기 딸 때문에 누구 결혼식가서 축하해 줄 기분이 아니라며

내 딸은 저러구 있는데 누구 축하해 줄 기분이 아니라며..

몇 달 후에 있을 자기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다.

언니가 얼마나 속상할 가 이해도 갔지만

이것도 맞나 싶었다.


한국인 정서도 아닌 것 같고

미국인 정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 사는 나와 남편도 미국으로 왔던 그 해로 한국에 대한 정서가 고정이 되어있고

그래서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젠 진짜 영어공부를 해야 하나보다. 빼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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