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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진주'

나의 바로크시대 ..?

by 조앤

요즘 거의 매일 매시간.. 조각난 마음이라든지 복합외상이라든지 애착외상에 대해 너무 과한 열정을 가지고 산 것 같다. 난 왜 이리도 이 주제에 몰입을 하는 걸까.. 집착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내 삶이 무채색이 되어버린 것 같다. 머리가 멍하다. 며칠 아무 생각을 할 수 가 없었다. 읽겠다고 책상위에 놓은 책이 동시에 대여섯권에 이르고 필요하다 싶어 인쇄한 논문도 많이 쌓여있다. 이것도 중요한것 같고, 저것도 잊어서는 안될것 같고.. 결국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했고 산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복합외상 증상 중 하나인 것 같다.


브런치에선 매일 올리겠다고 약속한 연재를 밀렸으니 연재하라고 메시지가 온다. 징징거리는 글 말고는 한 자도 쓸 수가 없는데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클래식엔 문외한인 내가 음악사를 배울 때, 바흐의 음악과 헨델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었다. 자꾸 듣다 보면 익숙해 지겠지 기대하면서..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를 받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음악사속에서 파란만장한 음악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누구보다도 많은 경쟁과 질투와 음모의 스트레스와 상처와 경제적인 어려움등 치열한 마음전쟁속에서 살면서 그 아픔들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분들이라는 생각이 오버랩 되며 한 곡, 한 곡 허투루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고..


바흐와 헨델은 비발디와 함께 대표적인 바로크시대의 주요 음악가들 이시다. 음악사에선 1600년부터 1750년까지의 시기를 바로크시대라 일컫는다. 바로크라는 뜻은 ‘일그러진 진주’ 라는 뜻이며 1920년대 음악학자들이 이 시기의 모습이 과하다는 느낌을 많이 줌으로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삶에서도 그 당시에는 옳고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일도 조금 떨어져서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일그러진 진주’라도 진주는 진주다. 비록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거장이었던 바흐를 비롯한 엄청난 음악가들의 지혜와 영감으로 이 바로크시대는 어떤 시대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음악사뿐만 아니라 세계사 전체에 귀한 업적들이 세워졌다고 생각한다.


일그러진 진주. 그 시대가 과했던 것 처럼, 그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지만.. 나도 내 나름 열심이 너무 과했나 보다. 개학이 코앞인데 공부에 손을 놔 버린 모양새다. 나는 이런 고통속에서 과연 진주를 내놓기라도 하려나.. 비록 일그러진 진주일지라도...


바흐의 The Violin Concerto 에 기대어 마음을 달래본다.


https://youtu.be/_ioc6sdgugo?si=oHSuVast7mOYspHs

(그림 : 유투브 Bach The Violin Concerto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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