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합니다.
"미국 뉴욕 맨하튼 월스트리트에서 한 소녀가 콧김을 내뿜는 황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소녀는 두려운 기색도 없이 양손을 허리에 짚고 고개를 들어 황소를 바라봅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081522001&code=940100#csidx467c42f97d23468b395cdc12929b14e
내가 7년전 이 기사와 사진을 본 어느날을 기억합니다.
말도 안되는 오버랩 같았지만.. 이 사진은 그날 나에게 인천에서 학대받던 한 소녀를 생각나게 했어요.
그 소녀의 '배고픔'은 목숨걸고 부모의 학대를 피해 집에서 탈출해 나와 마주선 거리의 '두려움' 보다 컸던 것 같았고, 어색하게 바깥에서 가게의 안쪽을 기웃거리는 그녀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습니다.
가게로 들어와 바구니를 들고 먹을것을 담고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어 허겁지겁 먹던 모습도 생각이 났지요.
당시에 버지니아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둘째 아들이 찾아온 날이었는데
아들에게 하고 많은 그리움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모자랐던 시간에
한국의 이 사건을 말하다가 울었다는 게 오늘은 조금 쌩뚱맞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이후에 그 소녀가 어찌되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황소 앞에 서 있는 두려움 없는 소녀상의 소녀를 보며
세상 앞에서 더이상 두려움속에 갇혀 있지 않을, 아니 적어도 앞으로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애잔했던
그 한 소녀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서야 ... 내 안에 있던
아직도 세상이 두려운 작은 소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반백의 나도 보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봐요. 이제 나와 만난 내 안의 소녀는 슬퍼하지 않아요..
여러 이유로 이제 이 겁없는 소녀상은 더 이상 황소를 마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월스트릿 황소상을 떠나 뉴욕증권거래소 앞으로 옮겼다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Fearless_Girl
우리 집에서 4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2025년에도 전시가 연장된다고 하면,
언제 뉴욕갈일 있으면 잊어버리지 말고 가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