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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김소월 시

by 조앤

김소월의

'왕십리'라는 시가 있다.

며칠째, 머리속에서 김소월님의 왕십리가 떠나지 않는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 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시를 아직도 외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갑자기 이 시가 구구절절 생각나서 글로 적지 않고서는 내 머리속에서 영원히 떠날 것 같지 않은

불안함도 신기하다.

어렸을 때 언니는 문학소녀였다.

언니가 작은 소책자 김소월의 시집을 통째로 외운다고 했을 때

나하고 남동생하고 같이 따라 외웠었는데

장난처럼 장단맞춰 서로 누가 먼저 외우나 내기하던

그 장면도 생각이 난다.


시 속에서 비가오던 왕십리는 어떤 곳이었을까?

한국에서 살 때, 2호선 왕십리 역에서 환승하는 사람이 많았던 곳으로 생각이 나는데

2호선 순환선을 타고 맥없이 한바퀴를 돌면서 한번도 내린적은 없었지만

왕십리 라는 곳이 왠지 내가 잘 아는 곳 같이 느껴졌었는데

아무튼 그 때도 이 시가 생각났었는데


어릴 때 즐거웠던 기억은 많이 안 나지만

비록 시의 분위기는 외롭지만

이 왕십리 시를 외우던 시간에 나는 그래도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다 지금 여기 Green Jail 이라 별명지은

미국 산골짝에서 살고있으면서

불현듯 떠오른 왕십리 때문에

때 아닌 한국앓이를 하고있나


언젠가 한국을 가 볼 수 있다면

왕십리를 꼭 가보고 싶다.







그림출처 : <a href='https://kor.pngtree.com/freepng/original-illustration-rainy-day-girl_4218533.html'>의 PNG 이미지 kor.pngtree.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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