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 김에 길을 가다보니
뉴저지 찍고, 필라 찍고, 버지니아 찍고, 다시 우리집..
어찌보면 눈물겨운 만남과 헤어짐의 스토리다.
시작은 뉴저지만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지난 월요일에 동부지역 한인상담센터 일로 뉴저지에 가야하는 일이 생겼다.
오래전에 일정을 잡았는데 갑작스런 한파와 폭설로 가야하나 취소해야 하나 하다가
눈은 잦아들기에 출발했다.
무리하면 하루일정으로 충분한 길이다. 왕복 8시간이다.
오롯이 나 때문에 이 험한길을 나섰다고 생각하니
남편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랬다.
난 그러고 집으로 돌아 올 생각이었는데
뉴저지에서 큰아들이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가 가깝다고
남편이 나선 김에 아들과 연락해서 보고 오자고 했다.
아들은 자기 집은 버지니아에 있고 지금 당분간 필라에서 주말부부를 하고있다.
뉴저지에서 내 일을 마치고 필라로 출발했다.
한시간 반이면 될 줄 알았는데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필라에서 아들을 만나 오랜만에
같이 짜장면을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며느리.손주와 화상통화를 했는데
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이왕 시간을 내었으니
남편이 버지니아도 들르자고 한다.
흠 ..
나도 개학을 해서 할 일도 많고
상담에 슈퍼비전 받을 일에
뭔가 복잡해 진것 같은데
그만 손주보고 싶은 마음에 그게 좋겠다고 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는 유펜근처 호텔에서 1박하고
아침에 손주보러 버지니아로 가면서
이 길을 거의 매주 아들이 다니겠구나 싶으니
마음이 짢했다.
도착하는데 4시간 걸렸다.
귀요미 손주를 보고 하룻밤 손주와 자고 왔다.
한달 전 본 후로도 많이 컸다.
사진만 볼 때는 항상 다 큰애 같았는데
실제로 보면
늘상 아직 작은 아기다.
이제 9개월 들어가는데
기지 않고 일어서려고만 한다고
마마 다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며느리가 내심 걱정하는 것 같다.
이유식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했다.
난 그저 예쁘기만 해서
자꾸 안고 있으려 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남편의 로망.. 손주 목욕시키기
신나게 목욕시키고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점심먹고 집가는 길로 나선다.
배웅한다고 내려 온 현관문 앞에서
엄마품에 안겨 우릴 보던 손주가
웃음을 그친다.
날 두고 어딜 가시나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순전한 내 해석이다..ㅋ
내 맘이 울컥한다.
아주 아주 크게 삼각형을 찍고 왔다.
너도 나도 다 바빠서 쩔쩔매는 세상에
이렇게 뜻하지 않은 여행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박삼일의 여정에
얼추 삼천리를 달렸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한바퀴 돈 거리다.
그만큼 손주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뜻이겠지...
집에 돌아온 지금..
둘다 몸살이 나서 앓아누었다.
그래도 손주가
지금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