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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순 Nov 07. 2018

꼭 찾아낼게 열일곱 번째 집  : 다음 이사를 준비하며

[출간전 연재 10]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이런 것도 사주에 나오나요? 저, 언제 집장만을 할 수 있는지?”

“어디 보자. 들었네, 들었어. 부동산 문서가 하나 들어오겠어.“

“흑흑, 드디어 제 인생에도 유주택 시대가... 언제요? 언제 들어오나요?”

“내년!”

“내, 내년이요? 분명한가요?”

“그렇게 딱 나와있어.”

“저어, 올해 8월이 전세 만기인데. 계약 연장한다고 해도 이사는 내후년이잖아요.”

“아무튼, 사주엔 그래!”


하늘이 정해준 내 운명이야 어떻든, 전세 만기는 지엄한 것이다. 열여섯 번째 집에서의 2년도 벌써 8월 말이면 만료다. 집주인은 기존의 월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 상태에 비해 높은 전세금에 새로운 세입자인 나를 받았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싶어하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집주인이 어디엔가 쓸 목돈이 필요했을 거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8월에 전세금을 올려달라거나 방을 비워달라고 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자고로 세입자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법. 어쩌면 더 좋은 조건, 더 안정적인 집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가고 싶다 한들 집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줘야 나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실은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그게 걱정이었다. 다음 집에선 꼭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야지, 뒤늦은 다짐을 하는 중이다. 다행히 2018년 초부터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전세금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도 바뀌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5월 초, 이사(할지도 모르는) 시점 4개월 전이다. 벌써부터 나는 동네 부동산에 멈춰서는 일이 잦다. ‘아파트 급매물 시세보다 저렴’ ‘한옥’(확실히 요샌 한옥 매물이 자주 보인다. 하지만 북촌 한옥 같은 걸 상상하면 금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콘크리트 단층 주택을 한옥이라고 올려놓은 것도 본적이 있다. 물론 콘크리트를 다 벗겨내면 대들보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공사는 필수겠지.) 이런 단어에 시선이 내리 꽂힌다. 빚을 내서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질러봐?하는 용기를 잠시 품어봤지만, 역시 빚을 아무리 낸들 이미 다 쓰러진 집을 구하기에도 한참 모자란다.


지난 달엔 나에게 열네 번째 집과 열여섯 번째 집을 소개해 준 부동산에도 전활 해봤다. 대답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질문을 한다. “요새 전세 별로 없죠?” 중개인은 “그 집, 아마 나가란 소리 못할걸? 그냥 지금 사는데 살아요. 아니면 차라리 청약을 해보든가.” 그래, 언제는 부동산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딱 맞는 게 있어요"라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걱정 마 나의 열일곱 번째 집. 내가 끝까지 널 찾아낼 테니까.


당장의 이사 준비로도 머리가 아프지만 이사 즈음이면 하염없이 다음 집, 그 다음 집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열일곱 번째 이사 다음에 열여덟 번째 이사가 있을까? 열아홉 번째는, 스무 번째는?


내 인생엔 몇 번의 이사가 더 남아 있을까. 지금껏 그래왔듯, 현재로선 도무지 상상도 못할 곳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한 스물 세번째 이사는 평양이나 개성 같은 곳으로 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북한 집값은 얼마나 하나? 찾아보니 벌써 기사가 있다. 집값이 가장 비싼 평양의 아파트는 평균 1억 원, 대동강 조망이면 2~3억 원까지 이른다고 한다.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북한 역시 만만친 않다. 게다가 주택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북한의 주택 정책과 시장화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주택 보급률은 6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단다.


북녘에서도 내 집 장만은 쉽지 않겠구나…… 그래, 언제 뭐라도 쉬운 적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가 번쩍 정신이 든다. 미래의 집에 대한 부질없는 고민은 그만 접어두고, 이젠 일어나 집이나 가자. 그러면서 이렇게 되뇌었다.


지금의 나에게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거, 그 사실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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