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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순 Aug 02. 2019

[실전편_4] 낯가림이 심해서요

굴러가 어쨌든






용인 사는 지인의 집에서 아침을 먹기로 약속한 한 어느 토요일. 예약한 공유차가 주차돼 있는 동네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가게들은 아직 문을 연 곳이 없고 거리에도 사람이 없다. 공영주차장은 종종 그렇듯 부스만 덩그러니 있을 뿐 주인은 부재중이다. 자물쇠 달린 쇠사슬이 주차장에 금줄처럼 걸려 있는 걸 보니 오늘 아침엔 주차장에 들어온 사람도, 나간 사람도 없군. 아, 세상에 나만 있는 것 같은 이 평온함! 그래, 이런 게 휴식이고 주말이지. 그런데 말이다, 나는 주차장에서 어떻게 나간담?



부스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받지 않는다. 팔짱을 끼고 ‘쇠사슬 금줄’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한다. 돌리고 당기고 흔들어보니 사슬이 잘강잘강 소리를 내며 풀린다. 자물쇠는 페이크였던 거다(!)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초보운전의 흔한 나날. 뭐 그래도, 내 차는 오늘도 무사히 굴러간다 어쨌든.



이 아침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유는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공유차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공유차의 출현을 놓고 공유 경제니 뭐니 해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에 공유차, 카셰어링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언택트(untact: 비대면)'다. 물론 자기 소유의 차가 있을 경우엔 차를 탈 때 누굴 만날 필요가 아예 없지만, 렌터카만 해도 차를 수령하고 반납할 때는 사람과 반드시 대면해야 한다. 반면 공유차는 서비스 가입부터 대여, 반납까지 아무도 만날 필요가 없다.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차를 빌리고 반납할 때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조금이라도 눈치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통화조차 꺼리는 ‘콜 포비아’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에 이는 엄청난 강점이다. 공유경제라는 게 나와는 너무 먼 듯한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면 언택트는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이고 감각적인 것이니까.



언택트 말고도 공유차에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장점이 꽤 있다. 이건 뭐 렌터카에도 해당하는 얘기지만, 탈 때마다 다른 차를 탈 수 있다는 거?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나는 1년 동안 거의 같은 차종을 탔다. 초보운전 주제에 운전할 때마다 차를 바꿔 타는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차종마다 차 길이나 폭도 달라지고 엑셀과 브레이크의 감도 다르니까.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필요에 따라, 동네 쏘카존의 재고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다른 차를 타보곤 한다. 아반떼 AD를 탈출해 처음으로 몰아본 다른 차는 티볼리였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가는 여정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차가 무거워서 그런지(?) 커브를 돌 때 안정감이 느껴져 좋았다. 이 외에 아이오닉, 스파크, 프라이드 등등을 공유차나 렌터카를 통해 이용해봤다. 공유차로도 외제차를 이용할 순 있지만 혹시 어디 긁지나 않을까 손이 떨려 실제로 예약하진 못했다. 차를 구매하기 전에 공유차로 이것저것 타 보면서 나에게 맞는 차종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그리고 이건 우리 동네만의 장점 하나. 바로 '예상치 못한 발렛 파킹'이다. 생초보 시절, 차를 반납하려고 전진을 했다 후진을 했다 하며 주차에 진땀을 빼고 있으면 보다 못한 공영주차장 사장님이 나와서 대신 주차를 해 주셨다… 호텔에서나 받는 발렛 파킹 서비스를 동네 공영주차장에서 받다니. 물론, 이건 내가 특-별히, 유별-나게 주차를 못해서는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아니다 분명. 왜냐면 좁은 공간에 차 여러 대를 겹겹이 주차해 보관하는 공영주차장의 특성상 운전자의 주차 실력과 관계없이 사장님의 필요에 의해 주차를 직접 하시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튼 그 좁은 공간에 테트리스 게임하듯 차를 주차하는 주차장 사장님들을 진정한 주차의 달인으로 인정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 써놓고 보니 글이 너무 모순적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좋다고 운을 띄워놓곤 마지막은 주차장 사장님께 감사인사라니...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게 나라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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