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 그 이후 | 드디어 퇴사를 결심했다.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겠다.
6월, 결전의 날이 임박했다.
드디어 꿈 꿔오던 '퇴사' 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이다.
이 날을 얼마나 꿈꾸어왔던가.
퇴사를 실행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날은 하루종일 우울했다.
기운이 없었다.
늘 나를 소개할 때 "ㅇㅇㅇ 대기업에 다니는 대리" 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우울감의 원인은 갑자기 빠져버리는 소속감 때문이었다.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그렇게 자유를 꿈꿀 때는 언제고, 마침내 소속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니. 이제는 온전히 내 이름 석자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갑작스레 엄청난 자유가 내게 주어진다고 생각하니, 참 낯선 기분이 들었다.
잠깐의 우울감에 이어서 이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당연하게도 퇴사를 앞둔 내게 많은 관심과 질문이 쏟아지면서부터다. 6년 가까운 시간동안 꿈쩍않던 사람이 갑자기 퇴사를 하겠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한 조직에 오래있었던 그 시간의 무게만큼 감당해야할 몫이 주어진다.
Q. "대책 없이 그냥 떠나는건가요?"
A. "아니오. 제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입니다."
Q. "정확한 사업명은 뭐에요?"
A. "나중에 차차 알게 되실 것입니다."
Q. "퇴사 전, 여기 선배들에게 조언 받아봤어요?"
Q. "사업에 관한 조언은, 사업을 하시는 선배들에게 받고 있습니다."
왜 나는 열렬히 자유를 꿈꾸었을까.
회사 임원분께서 공공연하게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머슴이다"
이른바 '머슴론'이다. 그러나 나는 머슴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게 대감님 댁의 머슴일지라도. 단 한번도 내가 누군가의 머슴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조직의 리더가 주창하는 '머슴론'은 내 퇴사 욕구에 더 불씨를 지폈던 듯 하다.
결국 퇴사는 '내가 나로서 살기위하여' 내린 선택이었다. 아무도 내게 나가라고 한적이 없었다. 온전히 스스로 주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나의 '자립론' 과도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생각하는 '자립'은 다른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하는 것. 나의 신념을 스스로 증명하는 삶이다.
사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끝은 둘 중 하나다.
"박수칠 때 내가 먼저 떠나거나"
"이용가치가 다하여 조직으로부터 버려지거나"
따라서 사기업을 선택한 내가 언젠가는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커리어에 진심이었던 내가 결심한 퇴사는 마치 출사표(出師表)와도 같았다. 그만큼 오랫동안 고민했고, 또 결연했다. 퇴로를 미리 확보해둔 출사표였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