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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에디 Sep 17. 2023

힘을 덜어내야 멀리 갈 수 있다

퇴사 통보, 그 이후 | 수영장에서 얻은 교훈

수영을 시작한지 약 한 달이 넘자, 점차 변화가 생긴다. 몸에 잔뜩 주었던 힘이 자연스레 빠진다. 놀랍게도 몸이 뜬다. 하나둘 힘을 빼자 한층 더 자연스러워진다. 당연히 덜 지친다. 더 오래갈 수 있다.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회사를 나온지 약 두 달이 되었다. 


지난 시간, 내 몸과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고 알아차린 것은 최근이다. 그동안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 퇴사 후 일이 너무 많다며,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즐겼더랬다. 퇴사 후 꼭 찾아온다는 번아웃은 남의 일이라고 느껴졌다. 감사하게도? 퇴사 후 수 없이 많은 미팅이 잡혔다. 당연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회사 밖에서 주어지는 모든 기회는 일단 다 하겠다고 답했다. 


몸과 마음에 힘을 덜어내야 멀리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취미로 시작한 수영 때문이다. 


서른이 넘어서 첫 수영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친구 잘 둔 덕분에 친구표 무료강습을 받는다. 


“힘을 좀 더 빼봐” 

“몸에 힘을 빼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있어”


처음이다 보니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나보다. 친구가 계속 힘을 빼라 말한다. 문제는 힘이 들어갔는지 내가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서툴다. 


몸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물이 겁나기 때문인 것 같다. 물 먹지 않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준다. 어떻게든 물에 빠지지 않기위해서 버티다보니, 오히려 물 먹기 일쑤다. 수영을 잘하는 내 친구에 따르면, 비결은 간단했다. 첫째, 현재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둘째,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물에 뜰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것. 그렇게 수영장에 갈 때 마다 '힘을 빼는' 연습을 했다. 


수영을 시작한지 약 한 달이 넘자, 점차 변화가 생긴다. 


몸에 잔뜩 주었던 힘이 자연스레 빠진다. 놀랍게도 몸이 뜬다. 하나둘 힘을 빼자 한층 더 자연스러워진다. 당연히 덜 지친다. 더 오래갈 수 있다.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약 50분간의 짧은 명상 체험을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날의 기억은 강렬하다. 


선생님이 묻는다.


"최근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쉬었던 적이 있었나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확히 내가 언제 쉰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여행도 자주 다녀왔지만,늘 일을 붙잡고 있었다. 회사 후에는 제곱의 속도로 달려야한다는 강박에 빠져있었다. 사실 퇴사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여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조금 더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퇴사 후 더 바빠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 갑작스럽게 주어진 많은 시간의 다른 의미는 내게 불안감이었다. 한동안 퇴사 후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 더 많은 아웃풋을 이뤄내야한다는 생각. 자유를 찾겠다고 나와서 스스로 만든 틀에 나를 가둔 것이다. 


다시 한번 수영장에서 배운 교훈이 떠오른다. 


자연스레 물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니 더 몸에 힘이 들어간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간절한 생각이 앞서다보니 쉽게 지친다. 


결국, 수영장에서 얻은 교훈을 내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긴장을 풀고, 힘을 덜어내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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