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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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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07. 2023

E스포츠 플랫폼Ⅱ

Chapter6-2 토너먼트 플랫폼

토너먼트 플랫폼


이스포츠는 방송 콘텐츠 소비보다 대회 참가가 먼저였다. 방송이 없던 시절에도 게임 대회는 있었다. 북미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대회가 열렸다. 국내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발매된 그해인 1998년에 이미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있었다. 그전에도 기록할 만한 FPS 장르의 게임 대회는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종목의 대회들이 개최되었다. 많은 참가자들은 이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스포츠를 소비해 왔다.  


이스포츠 콘텐츠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송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반면에 이스포츠 대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대회란 단순히 모인다는 뜻이다. 본다는 뜻이 아니다. 모인다는 것은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는 의미다. 대회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참가를 한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대회를 참가하는 방식은 선수일 수도 있고 또 단순히 관전일 수도 있다. 특별히 초기 이스포츠(ex 랜파티)는 참가자가 생산자이면서도 또 소비자일 수 있었다. 큰 매력이었다.  


이스포츠 방송 콘텐츠 분야는 시청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재미와 감동에도 초점을 맞추는 방송을 제작했다. 따라서 이들의 가장 큰 초점에는 노련한 캐스팅과 어울리는 연출이다. 기술적으로는 안정적인 고화질 영상 전송과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자료 제공 등이다. 그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고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반면 토너먼트 개최 분야는 참여자를 위한 다양한 경기 포맷 지원, 사용자의 직관적인 참가와 쉬운 기능 활용, 요청에 대한 신속한 처리, 실수 없는 안정적 대회 운영, 참여자와의 소통, 브랜드와의 협업, 볼거리, 즐길거리, 이벤트, 프로모션 등의 방향으로 진화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대회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참여자들이 대회에 와서 하게 될 활동에 대한 고민을 지속했다.  


토너먼트 플랫폼을 찾는 방문자의 목적은 대회 개최이거나 대회 참여다. 그래서 플랫폼에 진입하면 당신은 대회를 개최하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대회를 참가하려는 사람인지를 먼저 묻는다. 묻는 이유는 구분해서 각각에 지향된(Oriented)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구분된 서비스가 있는 이유는 둘의 필요 기능이 다르기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구조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를 개최하려는 사람은 대회 개설에 필요한 기능들이 보인다. 대회에 참가하려는 사람은 이미 개설된 대회가 보인다. 

   

이스포츠 대회의 개최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이 없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시판이나 이메일 혹은 디스코드 등 만으로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게이머들이 찾는 커뮤니티를 돌면서 게임 대회 개최글을 작성하면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대회 개최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 참가자 정보는 담당자가 수동으로 집계한 후 수기로 대진표를 작성해서 게시판에 업로드하고 사람들이 정한 시간대에 경기를 치른 후 그 결과를 업로드하게끔 할 수 있다. 이스포츠라고 해서 스포츠와 대진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곧 몇몇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참가자를 모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착안했다. 이스포츠 게임은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각 게임별로 적합한 토너먼트 혹은 리그 구조가 다르다. 또한 대회 참여 허들은 낮은 반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대회 참가를 위해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 축구장으로 가야 한다면 경기가 자주 발생하기 어렵다. 그런데 게임은 집에서 참가하면 된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몇 개든 또 밤새도록도 참가할 수 있다. 


비효율은 소비자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소비자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이제는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에 게임 대회를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에 보이는 대회는 이미 다 종료된 대회였다. ⓑ소비자는 매번 대회를 할 때마다 같은 내용을 작성해서 보내야 하는 것이 귀찮았다. 때로 오기가 있을 때도 있다. 기입하는 내용을 미리 저장하고 대회에 참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버튼만 누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는 메일로 참가 신청을 했는데 주최 측으로의 확정 회신이 없었다. 며칠 후에 확인해 보니 접수가 안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소비자는 분명 경기에서 이겼는데 결과 공지에는 진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흔했다. 


최초의 토너먼트 플랫폼은 이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했다. 물론 공급자의 입장에서의 해석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회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자연히 토너먼트 플랫폼은 저변이 탄탄해져 가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토너먼트 플랫폼도 얼추 2010년도 초반까지 올라간다. 당시 서비스를 시작했던 토너먼트 플랫폼들이 완벽한 시장조사 끝에 출현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들이 있게 되었다. Smash.gg는 한화 약 2000억에 MS에 인수되었다.

 

시작 시점에서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것은 없었다.  플랫폼 서비스 담당자들은 플랫폼을 오픈하기만 하면 지금 열리고 있는 대회들이 플랫폼을 적극 사용해 줄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는 않았다. 상품이 좋아도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다. 플랫폼 출현 이전의 이스포츠 대회는 대회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을 무작정 참가시킬 수가 없었다. 이유는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진표 작성, 배치, 성적 관리, 소통 등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관리에 대한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면 인건비가 증가한다. 그뿐 아니라 실수도 많아지게 된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개최자들은 선별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대회에 집중했다. 초청 선수 대회라고 말할 수도 있다. 잘한다고 소문난 선수들에게 시드를 주고 그들만 참가할 수 있도록 하면 운영에 필요한 리소스와 실수가 줄었다. 때로는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플랫폼은 이런 대회들이 타깃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런 대회들은 굳이 이제 와서 플랫폼을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새로 태어나는 대회들은 플랫폼을 사용해 줄 오히려 더 강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신생 대회는 플랫폼 서비스를 사용해 주는 대가를 지급받기를 원했다. 내 대회로 인해서 당신 사이트의 트래픽이 올라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플랫폼은 대회를 스스로 열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직접 대회 개최 목적은 두 가지다. 먼저는 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신기술 맛 보이기'다. 한 번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 전략이다. 신기술을 알게 된 소비자는 길들여졌다. 이후 그동안 플랫폼을 굳이 사용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 대회 개최자들에게 이 신기술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불나방 전략이다. 대회를 참가하고 싶은데 아직 열린 대회가 없어 기다리고 있는 대상이 어딘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나방은 몰려온다. 플랫폼에 대회를 참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내기 위해서는 대회가 개최되고 있어야 했다. 시장에서는 어떤 식이든 대회가 개최된다는 것이 알려지기만 하면 사람들은 온다.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참가자에게 누가 대회를 개최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대회를 참여하기 원한다는 것과 그 대회가 여기서 열린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회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참석을 할 수가 없다. 플랫폼 내에서의 대회는 자전거의 바퀴와 같다. 한번 굴리면 계속 굴리는 것은 쉬워진다. 따라서 한번 방문자가 대회 참가를 위해 방문하면 재방문을 하게 하는 것은 첫 방문보다는 쉽다. 그런데 대회 개최자는 플랫폼이 없다. 매번 새롭게 자전거 바퀴를 굴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회 개최자에게는 누가 바퀴를 굴리고 있다면 매력을 느낀다. 플랫폼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예상대로 모인 참가자들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대회 개최자들에게 자극이 되었다. 대회 개최자들은 플랫폼에 모이게 된 참가자들이 자신의 대회에도 참가하기를 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만 이때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브랜드 대회의 개최자에게는 여전히 그리 위협은 아니었다. 이는 이 분야가 발전의 여지가 아직 계속 남아 있는 것이라고도 판단할 수 있다.  


정리하면 토너먼트 플랫폼이 등장하던 시기에는 참가 제한이 없거나 제한이 극히 낮은 대회들은 많이 없었다. 리소스가 많이 필요한 대회는 애초부터 존재하기가 힘들었던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의 B2B 영업 대상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B2B 영업 대상 중에 플랫폼을 사용해 주거나 솔루션 비용을 지급할 만한 대회는 이미 참가 제한이 있어서 필요를 못 느꼈다. 신생 대회는 지급 여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플랫폼으로부터 사용 대가를 지급받기를 원했다. 전체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매력은 높지 않았다.

  

플랫폼의 가설은 더 많은 참가자가 참여할 수 있다면 플랫폼 활용 대회가 늘어날 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 시장은 ‘플랫폼을 활용해서 나쁠 것이 없다’ 혹은 ‘확실히 더 편하다’ 정도로 포지셔닝이 되었다. 플랫폼 사들은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현실을 인지한 몇몇 회사들은 플랫폼을 활용해 대회 유치 영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플랫폼이 없는 개최자들은 이제 플랫폼이 있는 곳과 경쟁을 해야 했다. 흐름이 조금이지만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픈 오거나이저로


플랫폼의 기대와 달리 솔루션의 등장은 참가 제한이 없거나 적은 대회를 개최하는 회사를 출현하게는 못했다. 대회 개최는 수익률이 높은 사업이 아니다. 해외 플랫폼 사는 참가자들로부터 참가비를 받아 상금 풀을 형성하고 상금 풀의 일정 %를 수수료로 받는 모델로 전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남은 플랫폼 중에 시장에 안착한 것도 있다. 적극적인 자체 대회 개최로 플랫폼의 존재를 알렸다. 동시에 B2B에서 B2C로 사업 전략을 전환했다. 일반 사용자가 대회 개최 기능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두가 쉽게 대회를 생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서비스 성격을 전환했다. 일명 오픈 오거나이저다. 사용자는 개최하려는 대회의 기본 구조를 알고 필요한 몇 개의 기능만 배우면 된다. 1등이 스타벅스 커피 쿠폰 정도인 대회를 이제는 누구나 언제든 쉽게 개최할 수 있다. 상황을 반대로 돌파하려는 기업도 있다. B2B 대상 기업을 위해 맞춤형 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배팅 플랫폼에서는 ‘Odd’라는 솔루션을 사용한다. 여기에 토너먼트 솔루션을 도입해 활용하는 예가 있다.

 

대회 개최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게 있을 수 있고 다 각자의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다만 특별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인플루언서(게임)이다. 게임 크리에이터는 게임을 소재로 방송을 하는 직업인이다. 크리에이터가 방송하면 시청자는 본다. 기본적으로는 크리에이터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선한 콘텐츠가 필요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게임 방송이 특이점이 없다면 다른 크리에이터가 하지 않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시청자와 함께하는 콘텐츠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익숙하다. 비디오 게임은 처음부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이 익숙한 크리에이터들은 팬이 참여하는 대회를 개최해 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친근한 소재이기에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인플루언서에게 대회 개최는 대회 개최로 인한 수익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플랫폼은 기존의 B2B의 대상자들과 추진 성격이 다른 이들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인플루언서와 대회를 함께 개최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었다.

  

대회를 개최하고 싶지만 대회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나 리소스가 부족했던 소비자 그룹이 있다. 비유관산업(Non-endemic)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전문 오거나이저는 이스포츠를 콘텐츠로 인식하고 제작과 방송을 하는데에 특화되어 있다. 단순 대행 성격의 대회는 잘 받아주지 않았다. 케이블TV 시절에 비견될 금액까지는 아니나 여전히 프로덕션들은 적지는 않은 제작비가 필요했다. 그런데 브랜드에게 필요한 것은 방송이 필요 없는 참가자만을 위한 대회다. 오거나이저 입장에서는 방송을 하지 않을 경우 대행 난이도도 수익률도 낮아진다. 한마디로 해야 할 이유가 약했다. 


대회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안이 없기에 프로덕션들에 의뢰했다. 대회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에는 플랫폼사에 찾아가 대회 개최 대행을 요청하게 되었다. 자신의 플랫폼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다루는 플랫폼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금액으로 대회를 개최해 주었다. 대회 플랫폼은 영역을 착실히 확장해 나갔다.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면서 플랫폼상의 대회를 방송으로 제작해 송출해주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또한 스트리밍 채널과 소셜 미디어까지 운영해 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와 같은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플랫폼이 기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FACEIT


페이스잇을 과연 토너먼트 플랫폼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긴 어렵다. 이유는 커스텀(사용자 설정) 매칭으로 잘 알려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다만 페이스잇은 SNS, 매칭, 게임 서비스, 커뮤니티, 토너먼트, 방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분류를 해야 한다면 매칭과 커뮤니티가 강화된 토너먼트 플랫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페이스잇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대부분은 CS:GO(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페이스잇에서는 CS:GO를 서비스한다. CS:GO는 밸브에서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FPS 게임이다. 그런데 이처럼 사설 서버를 허용하고 있다. 사설 서버란 퍼블리셔가 아닌 외부 사업자의 비정식 서비스를 말한다. 이 둘은 같은 클라이언트를 사용한다. 따라서 게임 자체는 밸브 아래 있다. 다른 점은 경쟁전을 위한 접속 서버만 달리한다. 당연히 경쟁전에 대한 관리는 사설 서버에서 한다. 페이스잇은 대표적인 사설 서비스 사업자이다. 정식 서비스만큼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페이스잇의 서버는 본 서버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확인할 할 것은 틱레이트다. 틱레이트란 초당 메시지 전송을 말한다. 메시지는 정보를 담는다. 더 많은 정보가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정교한 결과가 나온다. CS:GO의 밸브 본 서버는 64 틱레이트다. 페이스잇은 128 틱레이트다. 결과적으로 페이스잇이 더 향상된 경험을 줄 수 있었다. CS:GO를 64 틱레이트 서버에서 플레이하면 초당 64개의 정보를 얻게 된다. 반대로 128 틱레이트 서버에서는 초당 128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더 많은 정보가 플레이 향상에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력이 오를수록 더 많은 것을 귀로 들을 수 있을 경우 더 민첩하게 반응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핵이다. 핵은 FPS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다.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하기를 원하는 상대를 그렇지 못한 방식으로 제압하여 괴롭게 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괴롭힐 수 있지만 나에게 복수할 수 없다는 점을 즐긴다. 사이코패스인 듯 보이지만 게이머라면 누구라도 유혹받기가 쉽다. 게임은 익명성이 내재되어 있다. 결국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피난을 간다. 피난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원할 것인가는 서비스 제공 기업에게 달려있다. 페이스잇은 발군의 피난처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핵으로 인해서 건전한 사용자가 고통을 받는다면 게임사는 핵을 몰아내야 한다. 가장 강한 조치는 핵을 사용한 소비자가 영원히 게임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은 누군가가 구입을 해야 수익이 발생한다. 게임 회사는 기로에 서있다. 한번 방출 조치를 한 사용자가 새로 게임을 구입해서 게임을 하려고 시도할 때 그것을 허용할지에 관한 고민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 정도로 강력한 정책은 실시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핵을 잡아내면 잡아 낼수록 핵 게이머는 게임을 계속 새로 구매했다. 게임 개발 없이 사설 서버 서비스만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게임 판매로 인한 수익이 애당초 없다. 그래서 어떤 결정에도 자유롭다. 핵 사용자가 감지되면 여지없이 바로 계정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용자의 호응과 신임을 얻었다. 게임을 만든 곳보다 이미 만들어진 게임을 단순히 서비스만 하는 곳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게 된 배경이다.

   

핵으로 가장 몸살을 앓은 대표적인 게임은 배틀 그라운드다. 최근 무료를 선언했다. 이제 차단된 사용자는 게임을 구매하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아이디만 생성하면 된다. 있던 허들마저도 사라졌다. 배그는 이 정책으로 사용자수를 얻었다. 그러나 무료화 선언 발표날 커뮤니티에서는 이 문제가 즉각 거론되었다. 과연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발로란트는 같은 컴퓨터에 깔려 있는 다른 게임의 실행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정도의 소프트웨어 뱅가드를 출시해 이슈가 되었다.

 

끝으로 페이스잇은 훌륭한 레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FPS 장르가 아닌 다른 게임 장르 사용자들은 페이스잇의 레더 시스템을 처음 접할 때 랭커에게 제공되는 특별 보상이 없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를 테면 "높은 티어가 되면 뭐가 좋아?", "내 캐릭터가 더 세져?"와 같은 질문은 한다. 그런데 페이스잇의 사용자들은 만약 내 캐릭터가 더 세진다면 오히려 그렇지 않게 해달라고 할 판이다. 나의 강함은 오직 순수한 피지컬과 전략에만 근거한다. 오직 다른 사용자에 비해서 내가 얼마나 게임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다. 바로 페이스잇이다.   


페이스잇은 이 세 가지에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페이스잇의 발표에 의하면 현재 매월 2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와 4천만 시간 이상의 플랫폼 소비 시간을 달성한다. 이 승승 장구하던 플랫폼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도 공개했다. 특히 2018년에 공개한 매출은 인상적이었다. ‘8.95M→15.75M(*단위 유로)’ 2배가 조금 안 되는 사이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상승폭이었다.

 

2018년 가을에 페이스잇과 펍지는 거래가 있었다. 거래 규모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 페이스잇에게 그 외의 대규모 이슈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페이스잇에게는 분명 기회였다. 물론 펍지도 꿈이 있었다. 그러나 거래는 추가 연장되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 도달률을 확보한다는 것이 곧 대회의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둘에게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근거와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퍼블리셔가 플랫폼과의 장기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선행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 숙제 있다.


최근 모던 타임스 그룹(MTG)의 이스포츠 오거나이저 브랜드인 ESL와 드림핵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소유한 투자사인 SAVVY 그룹에 인수되었다. 매각 규모는 약 10억 5천만 달러, 한화로는 약 1조 3600억 원이다. 이때 SAVVY는 페이스잇도 같이 인수한다. 구매 대금은 약 4억 5천만 달러, 한화로는 약 5800억 원이다. 오늘날 대략적인 플랫폼의 가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AVVY는 세계 최대 이스포츠 오거나이저인 ESL과 드림핵이 최대 토너먼트 플랫폼인 페이스잇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측했다.


페이스잇은 최근 9INE 팀(폴란드 베이스), 아스탈리스 팀(스웨덴 베이스), 모비스타 라이더스 팀(스페인 베이스)과 연속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 내용은 크게 플랫폼에 ①팀 커뮤니티를 위한 별도 공간 구성, ②스폰서 공모 기능과 온라인샵 기능 지원, 그리고 ③월간 토너먼트를 생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제공 등이다. 팀들이 그동안 사용해 온 플랫폼들은 팀들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제한적이었다. 이를 테면 SNS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광고를 달수가 없다. 메신저인 디스코드도 동일하다. 

     

최근 페이스잇은 오거나이저와 팀을 위한 서비스로 확장을 시도한다.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사용자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은 종류를 막론하고 플랫폼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만약 퍼블리셔가 온다면 목표는 이스포츠다. 물론 배틀 그라운드의 사례처럼 성공적인 안착을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브랜드가 온다면 1차적으로는 광고가 목적이다. 그런데 2차적으로 리그 또는 팀 파트너십이 목적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허브(리그.팀↔플랫폼↔브랜드)가 되어도 큰 가치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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