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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콩 Apr 04. 2018

아일랜드 여행을 준비하는 당신이 미리 알아둘 것

아일랜드의 교통과 날씨


"이번 달에는 누가 아일랜드 안 와요?"

손님이 조금 뜸하다 싶으면 아이들이 되려 묻는다.

 "글쎄, 이번 달에는 누가 오더라~" 대답과 동시에 캘린더를 펼쳐 스케줄을 확인해 본다. 1월에 한 명 온 후, 한동안은 잠잠했고, 4월에 한 명, 5월에 다섯 명, 6월에 두 명, 그리고 7월에 네 명까지. 상반기에 비행기표를 예약한 지인, 친구, 가족들의 일정표를 쭈욱 훑어주니 아이들이 뛸 듯이 좋아한다.

더블린에 온 지 어느덧 22개월. 그사이 서른 명은 넘는 지인과 친구들이 우리 집을 다녀갔다. 한 달에 한두 명 이상 꼴로 손님이 왔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녀석들은 심심하다 싶으면 또 누가 찾아오지 않을지 미리부터 마음은 현관문 앞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

민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이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집도 아니지만,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까지 날아와준 이들이 반갑고 고마워서 언제든 누군가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방학을 맞아 잠깐 들러준 친구들도 있고, 유럽 여행을 하는 김에 아일랜드를 거쳐간 이들도 있는가 하면, 일부러 우리 가족을 보겠다고 아일랜드를 콕 집어 찾아온 지인들도 있다. 덕분에 잊을만하면 스멀스멀 찾아오는 향수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님맞이 준비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살림에는 워낙 소질이 없는 터라 하루 이틀이라도 집에 손님을 들일 생각을 하니 처음에는 덜컥 겁부터 났다. 그리 깔끔하지 않은 집안 구석구석을 비롯해 욕실과 화장실, 냉장고 속까지 타인과 공유하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오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서로를 감싸는 반가움과 애틋함이 깊어질수록 자연스레 마음이 놓였다. 오랜 시간 함께한 가족처럼 편안하게 한 공간에서 먹고 웃고 나누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이 모든 것을 덮는 듯했다.


누군가 오기로 한 날이 다가오면, 일단 아들의 침대 시트와 이불을 세탁한다. 침실 중 가장 안쪽에 자리한 녀석의 방은 침대 맞은편에 자리한 창문으로 아침이면 햇살이 은은하게 번지고, 날씨가 좋은 밤이면 달도 별도 환하게 보이는 명당이다.

방을 빌려줘야 하는데도 아이는 손님이 오면 오히려 좋아한다. 동생의 방에 에어베드를 깔고는 둘이서 자기 전까지 쑥덕쑥덕 떠들며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은 열두 살이나 됐는데도 아직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운 이유가 가장 크긴 하지만, 여하튼 녀석의 호의 덕에 우리는 다행히 손님방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인원수에 따라 에어베드 한두 개를 더 준비해서 방에 놓아두고 그동안의 밀린 청소를 부랴부랴 해두면 대강 방 준비는 갖춰진다. 아침 식사는 그래도 유럽이라는 핑계로 밥을 생략하고 빵이나 시리얼, 과일로 준비하고, 더블린 인근의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에는 더블린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삼겹살이나 립을 구워서 함께 먹을 준비로 장을 봐 두면 그럴듯한 손님맞이가 끝난다.

주방 너머의 작은 앞마당은 새소리, 빗소리,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이 만난

그곳이 바로 아일랜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효리네 민박>과 한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더블린과 골웨이에서 버스킹을 했던 <비긴 어게인>이 처음 방영됐던 지난겨울, 더블린에서 방송을 찾아보면서 우리 가족은 이렇게 외쳤다.

"저 두 프로를 합친 게 아일랜드잖아!"

아일랜드는 섬나라인지라 변화무쌍한 제주도와 기후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무척 비슷하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에서 벗어나 탁 트인 하늘과 초록 잔디로 가득한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블린을 벗어나 동서남북의 다른 지역들을 돌아보면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변덕스럽게 몰아치는 비와 바람이 제주도의 날씨와도 매우 비슷하다. 바로 그 점이 아일랜드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반면, 운이 없으면 내내 비만 맞다가 돌아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 역시 여행이 주는 묘미라고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아일랜드의 자연을 만끽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더블린 시내만 나가면 언제든 <원스>의 한 장면과 같이 버스킹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익숙한 TV 프로그램의 풍경과 이야기를 되새김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더블린에 정착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주변의 모든 환경이 그저 낯설기만 했던 초기에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를 해주지 못했었다. 조금씩 적응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가족도 더블린을 벗어나 아일랜드의 이곳저곳을 틈틈이 여행하다 보니 여행 노하우가 하나둘씩 쌓여갔다. 굳이 조언을 해주지 않아도 우리 가족보다 더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워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는 이들에게는 일정과 시간에 맞게 한두 곳 정도는 추천해줄 수 있는 경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방문객들에게 매번 비슷한 정보를 전해주다가 문득 나만의 가이드를 정리해 놓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월에 방문하실 친정 엄마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자세하면서도 지극히 주관적인 '내 맘대로 식 가이드'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비행기표는 구했나요?

일단 날짜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연히 비행기표 구입이다. 대부분이 아는 것처럼 하루라도 빨리 표를 구입할수록 더욱 저렴하고 비행시간이 짧은 티켓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넓어진다. 특히 7,8월은 어느 나라든 휴가철이 포함된 기간이기 때문에 비행기표가 유난히 비싸다. 아일랜드 역시 이 시기의 날씨가 가장 좋아서 여행객들에게는 여름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6월이나 9월의 날씨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티켓 가격이 저렴한 이 시기에 아일랜드를 포함한 인근의 나라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계획이다. 물론 좋은 날씨라 하더라도 아일랜드에서 비는 예외이다. 덥든, 춥든 비는 언제나 어느 곳에 내릴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하도록 하자!


한국에서 더블린으로 오는 직항은 없기 때문에 한 번 이상의 경유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보편적으로는 파리나 런던, 암스테르담이나 헬싱키 등을 경유하는 코스를 이용하곤 한다. 이곳들을 들르면 짧게는 14시간에서 길게는 20시간 정도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두바이나 카타르, 이스탄불을 경유하게 되면 2~3시간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아일랜드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면 너무 긴 시간의 경유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랜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과 시차 적응이 맞물리면 하루 이틀은 쉬는데만 시간이 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유지를 선택했다면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간혹 첫 비행기가 연착되는 경우, 너무 빠듯한 시간 텀을 두면 다음 비행기를 놓칠 위험이 생기기도 하는데, 혹여 실제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첫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승무원에게 미리 사정을 얘기해서 먼저 내릴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지고 갈 짐을 쌀 때는 각 항공사마다 수하물의 규격이나 무게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규격을 확인해야 한다. 미리 부칠 수 있는 위탁 수하물과 가지고 탈 짐 안에 넣을 수 있는 물건들도 반드시 알아두도록 하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배터리와 같은 전자제품과 귀중품이나 깨지기 쉬운 물건은 직접 가지고 타는 것이 좋다. 위탁 수하물의 티켓은 따로 잘 보관해 두어야 한다.


입국심사, 그리 무섭지 않아요.

처음 더블린에 올 때 나 역시도 가장 떨리는 것이 바로 입국심사였다. 물론 대부분을 남편이 대신 감당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꼭 준비해야 할 몇 가지만 제대로 기억하면 그렇게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먼저 입국 심사 라인이 EU와 Non EU로 나뉘어 있는지 확인하고, Non EU 라인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도록 한다.


첫째로,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고 정중한 태도로 대한다.

둘째로, 심사관이 할 주요 질문 몇 가지에 대해서 미리 대비해두면 좋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이곳에 왜 왔는지, 얼마 동안 머물 것인지, 숙소는 어디인지, 어느 어느 도시를 여행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인데, 미리 영어로 질문을 숙지하고 대답을 준비하면 안심할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패턴의 인터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동영상들도 많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셋째, 여권을 당연히 지참하고, 왕복 티켓과 묵을 숙소가 예약된 서류를 미리 프린트해서 준비한다. 일단 돌아갈 티켓이 있다면 입국 심사에서 큰 문제를 삼을 일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만일 일반 호텔이나 숙소가 아니라, 지인의 집에 머무를 예정이라면 지인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가도록 한다. 우리 집을 방문했던 몇몇 지인의 경우 입국심사 도중 우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행 목적과 관계를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혹시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경우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지인의 연락처를 반드시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시내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공항버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온 후에는 위탁수하물이 나오는 번호를 알려주는 스크린을 통해 짐이 나오는 게이트 번호를 확인한다. 짐을 안전히 찾았다면 공항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온다. 참고로 더블린에는 지하철이 없다. 우리 가족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때마다 에어 코치(aircoach)를 항상 이용해왔는데 택시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가까운 곳이 아니라면 에어 코치를 타는 것이 더 낫다. 인천공항처럼 버스가 너무 많거나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 타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현장에서 목적지를 말하면 바로 티켓박스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미리 티켓을 구매하면 더욱 저렴하다.

예약한 표를 프린트하거나, 모바일 폰의 티켓을 기사에게 보여주면 탈 수 있다. 평소에는 15분 간격, 자정이 지난 후에는 30분 간격으로 24시간 버스가 있으니 목적지를 잘 확인하여 타도록 하고, 정류장마다 기사가 안내하는 멘트를 잘 듣고 내려야 한다.

더블린 공항 에어 코치 웹사이트 주소 : http://www.aircoach.ie/


더블린에서 교통 이용하기

자유여행을 위해서 우선 결정해야 할 것은 차를 렌트하느냐,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냐인데, 둘 다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차를 렌트하면 복잡한 대중교통 이용방법을 고민할 필요 없이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편하게 다닐 수 있고, 더블린을 벗어난 인근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기에 효율적이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한국과 운전석이 반대방향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혹여 크고 작은 사고라도 생기게 되면 즐거운 여행 일정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더블린 시내에서는 주차하기가 복잡하고 주차료도 꽤 비싸기 때문에 시내 위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면 렌터카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더블린의 대중 교통비는 일단 한국에 비해 비싼 편이다. 구간에 따라 요금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하루에 루아스를 왕복으로 한 번만 이용한다고 해도 5유로 정도(한국 돈으로 6천 원), 버스는 적어도 4유로(5천 원 이상)는 든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더블린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립카드(Leap Card)를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카드 가격은 5유로이고 처음 구입할 때 카드에 돈을 충전한 후, 그다음부터는 일종의 트램인 루아스(Luas)나 기차인 다트(Dart) 역에서 직접 충전해서 사용해야 한다. 카드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며칠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탈 때마다 매번 표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저렴하게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립카드이다. 버스와 루아스, 다트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만 4세에서 15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별도의 카드를 판매하고, 요금도 조금 더 저렴하다. 카드는 아무 곳에서 살 수는 없고 'Newsagent'라고 표시된 상점에서 판매한다.

더블린의 교통을 더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여러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버스, 루아스, 다트 모두 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구글맵을 이용하여 가고자 하는 주소만 입력하면 타야 할 버스와 루아스를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에 처음 더블린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 또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내 모바일폰에 자리한 더블린 교통 관련 어플들

더블린의 트램 루아스(Luas)

다른 유럽 지역을 여행해봤다면 더블린의 루아스 노선이 굉장히 심플하다는 것에 놀랄 수도 있다. 더블린의 루아스는 더블린 한가운데로 흐르는 리피강을 중심으로 세로 노선인 그린라인과 가로 노선인 레드라인 두 가지만 존재할 뿐, 또 다른 종류나 번호가 없다. 늦어도 15분, 빠르면 5분 이내에는 오기 때문에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으로 갈 때에는 버스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루아스에 타기 전에 먼저 립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Tag-on을 해야 한다. '삑' 소리와 함께 위에는 기본 가격, 그리고 아래에는 남은 가격이 찍히는지 확인한 후 타야 한다. 립카드를 혹시 잊었다면 자동판매기를 통해 구간과 왕복, 편도를 선택하여 직접 종이로 된 1회용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열차가 도착한 후 정지하면 문에 위치한 동그란 버튼을 누른다. 한국처럼 자동문이 아니기 때문에 타거나 내릴 때 반드시 스스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열차가 그냥 지나가거나 내릴 역을 놓칠 수도 있다. 그리고 내린 후에도 반드시 단말기에 립카드를 다시 Tag-on 해야 구간에 따라 다르게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특정 시기에는 루아스 안에서 검표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하루에 루아스를 여러 번 이용했던 날은 세 번 검표를 받은 적도 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다가와 표를 보여달라고 하면 당황하지 말고 립카드나 종이 티켓을 보여준다. 무임승차를 했거나 카드로 Tag-on 하는 것을 잊어도 벌금 50유로를 물어야 하니 여행기간 동안 립카드 관리에는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또 한 가지, 루아스 앱을 열면 각 역마다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역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시간에 맞춰 동선을 짜는 데 유용하다.


더블린 시내에서 버스 이용하기

시티 센터 인근에는 버스가 많기 때문에 루아스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때가 많다. 그러나 더블린의 인구는 한국에 비해 워낙 적어서 시내에서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버스 노선도 줄어들고, 운행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시내에서 루아스로 40분 정도 걸리는 우리 집의 경우 집 근처에 다니는 버스는 두 대 정도이고, 그나마도 1시간에 한 대 정도가 오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려면 버스앱을 통해 버스번호와 정류장 번호, 도착시간을 잘 확인해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마다 번호가 있는데 버스 앱에 번호를 입력하면 그곳을 지나가는 버스 번호와 도착시간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정류장에는 전광판이 있어서 몇 번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더블린의 흔한 버스 정류장. 표지판마다 정류장의 번호가 있고 옆에는 몇 분 후 버스가 오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버스를 탈 때 한국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버스 운전사를 향해 반드시 손을 흔들어야 세워준다는 것. 가만히 바라보며 웃고만 있으면 그저 휙 지나가 버릴 수도 있으니 반드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버스에 탈 때에는 도착할 역 이름을 말하면서 립카드를 운전사 바로 옆에 있는 단말기에 대면 기사가 구간에 따라 요금을 입력하여 카드에서 제하여 준다. 삐익~ 소리가 나면서 기사가 됐다고 말하면 카드를 챙기고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카드가 없을 때는 기사가 금액을 알려주는데 거스름돈을 직접 바꿔주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동전을 준비해서 맞춰서 내야 한다.  내릴 때는 한국에서처럼 미리 Stop 버튼을 누르면 정류장에서 문을 열어준다. 앞문과 뒷문 모두 내릴 때 사용할 수 있다. 내리면서 “Thank you”를 건네는 것을 잊지 말자.


바다를 보려면 다트(Dart)를 타자

다트는 더블린 동쪽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기차를 말한다. 큰 도시를 오가는 기차와 달리 좌석표도 없고 정류장도 빈번하게 있어서 마치 지하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더블린에서 경치가 좋은 바다로 유명한 호스(Howth)나 브래이(Bray), 그레이스톤즈(Greystones) 와 같은 지역에 가려면 다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구입하거나 맛보기 위해 호스를 찾는 이들도 많다. 호스 시내도 아름답지만, 다트 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올라가면 호스의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데, 그곳에서 바다와 언덕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절경은 놓치기 아까운 여행 코스이다.

브레이 역시 탁 트인 바닷가와 멋진 언덕, 그리고 하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바닷가를 거닐며 차 한 잔을 즐기거나 피시 앤 칩스를 맛보며 쉬엄쉬엄 다닐 수도 있는가 하면, 브래이 한 편에 자리한 언덕을 따라 올라가거나 그레이스톤으로 이어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의 멋진 바닷길 산책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호스의 바다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브래이의 무지개다리

비싸지만 가끔은 유용한 택시

더블린 외곽으로 갈수록 교통이 나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지만, 요금이 무척 비싸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일단 기본요금 3.5유로에 세 명부터는 할증이 붙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거리도 10유로가 훌쩍 넘어버린다. 하지만 버스나 루아스 요금도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어서 네 명 정도가 복잡한 길을 다녀야 하거나 짐이 많거나 날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면 택시가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차가 없는 우리 가족의 경우 한 달에 한두 번 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거나 네 식구가 버스나 루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할 경우에는 택시를 타곤 하는데,  'my taxi' 앱을 이용하여 택시를 부르는 방법도 유용하다. 참고로 이 앱은 더블린 외에 다른 유럽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 택시를 손쉽게 부를 수 있고 바가지요금을 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팁을 책정해서 줘야 하기 때문에 어쨌거나 더블린에서 택시가 비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일랜드 여러 곳을 누비는 일일 투어버스

더블린 시내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차를 렌트하지 않았다면 투어버스나 시내버스, 그리고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더블린 시내에 자리한 투어버스 센터에 가면 코크나 골웨이, 클리프 오브 모허, 위클로우, 링 오브 캐리, 벨파스트 등 아일랜드 여러 지역을 하루, 또는 1박 2일 코스로 투어 하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더블린 시내 관광을 나선 날에 미리 들러서 표를 구입하면 원하는 날짜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비용은 지역에 따라 한 사람 당 40유로에서 60유로 정도 드는데, 대부분 이른 새벽에 시티센터 인근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서너 곳의 여행 코스를 돌고 밤에는 다시 더블린 시내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기차나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다른 도시에 다녀오는 방법도 있는데 기차가 버스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시간을 두고 자유여행을 즐기기에는 좋은 방법이지만, 버스나 기차역에 내려서 또 다른 대중교통을 알아보고 여행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날씨만 잘 체크해서 일정을 계획한다면 일일 투어버스 여행이 짧은 시간에 아일랜드를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래 링크된 투어 사이트를 비롯해 구글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투어 상품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미리 여행지와 일정을 체크해보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http://www.irishdaytours.ie

https://www.paddywagontours.com/


계절과 날씨에 따라 필요한 준비물 

아일랜드의 날씨에 대해서는 브런치의 두 번째 글인 "Where is the sun" (https://brunch.co.kr/@sumkong/2)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처럼 1년 동안 사계절이 순환하지만 세세한 기후나 환경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행 오는 시기에 맞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단 계절과 상관없이 방수재킷과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겨울에는 좀 더 두툼한 것으로, 여름에는 얇고 가벼운 점퍼를 준비하고, 맑은 날은 태양이 한국보다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선크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10월부터 4월 초까지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4월 초인 현재 최고 온도는 10도 안팎이지만, 아침에는 제법 바람이 싸늘해서 여전히 외출할 때 오리털 파카를 벗지 못하고 있다.

4월 3일 더블린의 날씨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는 해가 무척 짧다. 오후 4~5시면 어둑어둑해지고 아침 8시가 지나야 환해지기 때문에 봄, 여름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는 아일랜드 여행을 권하고 싶진 않지만 맑고 알싸한 찬 공기와 겨울비를 좋아한다면 취향에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겨울 준비물

얇고 따뜻한 내복 / 방수 및 바람막이 점퍼 / 비와 진흙에 대비할 수 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신발 / 혹시 모를 감기에 대비한 상비약


기억을 더듬어보면 4월 중순부터 조금씩 날이 따뜻해지면서 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부활절이 지나면 서머타임(Time Save)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후의 햇살을 더 길게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아침저녁으로 초겨울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면 도대체 어느 계절인지 갸우뚱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낮에는 한두 겹씩 벗곤 하면서 때와 장소에 맞게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일단 더블린에서는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다. 6,7,8월 가운데 햇볕이 매우 뜨거운 날이 1년에 3~4일 정도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얇은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닐 때가 많다. 섬나라인지라 맑은 바람이 항상 시원하게 불어오기 때문에 더위 고생은 확실히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덜한 편이다. 게다가 모기도 없으니 비만 심하게 내리지 않는다면 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최고다. 아일랜드의 다른 지역들도 여행 다니기에는 이 시기가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 준비물

얇고 가벼운 방수 재킷 / 선글라스와 선크림 / 비와 진흙에 대비할 수 있는 시원하고 편안한 신발 / 얇은 긴팔 옷


그 외 기타 등등의 정보

더블린의 물가는 높은 편이다. 영국의 런던이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보다는 덜할지 모르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낮은 편은 아니다. 페스트 푸드점이나 카페 말고 보통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경우, 메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점심식사는 대부분 10유로 내외이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더 비싸진다. 한국 토종 입맛인 우리 가족은 초기에 이곳저곳에서 외식을 해본 결과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음식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한국 식당을 주로 가거나 집에서 재료를 사다가 거의 해 먹는 방법을 택했다. ALDI나 LIDL, 혹은 TESCO와 같은 대형 마트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즈나 우유, 버터와 같은 유제품이나 빵 종류는 한국보다 저렴한 것도 많다.

요즘은 호텔 외에도 일반 가정집과 같은 아파트먼트나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4인 이상의 여행객들이라면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세탁도 가능하기 때문에 외식비도 아끼면서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블린에도 여러 개의 한인 마켓과 한국 식당, 그리고 아시안 마켓이 있어서 현지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선호한다면 한식 재료를 구입하거나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아일랜드의 콘센트는 한국과 달리 구멍이 세 개인데, 미리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와 여러 개를 공유할 수 있는 멀티 어댑터를 구입해 오면, 아일랜드와 프랑스, 영국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다음 편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일랜드에서 갔던 여행지 가운데 가장 좋았던 곳들을 골라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매우 주관적인 가이드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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