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37화 자기소개서 2 - 나라는 사람은요,
20대 초반에 본질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첫사랑을 좋아하면서
당연했던 것이
이상하게 건드려졌다.
겉으로 보이는
나라는 사람은
‘내가 아닌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느끼지?‘라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대학 친구에게 물었다.
“나는 내가 아닌 거 같아,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활발하고 잘 웃고 그랬는데…”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이 모습도 너야,”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는 어투였다.
그때 참으로 씁쓸했다.
친구도 어렸기에
또 이상한 말을 한다고 느꼈을 테고
이상한 엉뚱한 말을 하니
답답했을 거다.
당시에는 풀리지 않은
무한궤도같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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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랫동안 본모습을 숨기고
지내왔으면 본인을
속일 만큼 낯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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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제주도, 울릉도 등등
섬만 빼고는
전국각지를 나를 데리고
틈만 나면 다녔다.
운전하는 걸 즐겨하셨고
길치인 나와 다르게
길도 잘 찾고
내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이라
지도도 있었고
지도책도 있었다.
이곳저곳을 보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라고 배시시 웃으면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여기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야”
라고 말해주는 아빠였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의 창문으로
바깥풍경이 휙휙 지날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여름이면 창문을 열고
“아~~~~~”하고
얼굴을 간지럽히는 바람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아빠를 보면은 같이 즐거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어린 딸을 데리고
여러 경험시켜 주려고
피곤하게 움직였을까,
나를 갖기 전에
엄마가 몇 번이나 유산을 했어서
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남자? 여자? 뭘로 할까?
선택할 때,
아빠는 제발,
딸로 태어나게 해 달라면서
무교였지만
어느 날은 교회에서
어느 날은 절에
또 어느 날은 성당에서
빌고 빌었다.
“제발 딸을 갖고 싶습니다 아멘, 관세보살”
그렇게 빌고 빌어서
내가 태어났고
술을 마셨던 아버지는
갓 태어난 나에게 뽀뽀를 하다가
신생아 황달에 걸려
인큐베이터로 들어가자
자신 때문이라며
아빠는 그날로 술을 끊었고
어떤 이유든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동굴이었다.
갈 곳을 알아보던 와중에
한 번은 유명한 동굴에 가게 되었는데
동굴이 무서웠다.
가기 전부터
무시무시한 박쥐가 있고
거꾸로 매달려
사람의 피를 마신다고 놀렸고
진짜인 줄 알았다.
이솝우화를 꿰차고 있던
나는 이간질만 잘하는 줄 알았지,
사람을 공격하고
피를 노리는
그런 나쁜 놈인 줄 몰랐다.
우려와 다르게
동굴은 매우 아름다웠다.
폐소공포증처럼 어둡고
숨이 막힐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물도 깨끗하고
아무 조명을 놔두어도
분위기가 살고
난생처음 겪는 우와였다.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이
아빠의 기억에 남았는지
이후에
한국에서
유명한 동굴이란
동굴은 다 가보았다.
그것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
전국각지를 돌고 돌며
본인도 피곤했을 텐데
대단했구나 우리 아빠,
아빠와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했다.
애쓰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
그 보살핌과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
그래서
애쓰지 않는 관계를 원하나,
애쓰지 않는 관계가 정말 있는 걸까,
아직 답을 모르는 질문을 품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