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하태완 에세이

책리뷰 11편.

by forcalmness

장마비가 내린뒤에 더운 땡볕이 다가와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내린대로 뜨거운 햇볕이 나오면 나온대로, 모두 밖에 나갈 엄두는 나지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땐 제 최애 행동은 책한권 펼쳐놓고 통풍 잘되게 해둔 집 안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는 겁니다!♡ 오늘도 그런 주말의 오후를 만끽하는 날입니다:D



어느 분에게 어떤 책을 주로 읽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고 했습니다. 질문한 이는 에세이는 읽다보면 뻔한 이야기 같아서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요즘엔 그게 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놓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과 간단했던 그 대화를 곱씹어 봤습니다. 전 에세이가 뻔하다는 그 사람 말에 맞장구 쳐주었으면서 왜 계속 새로운 에세이들을 찾아읽고 있는것일까란 물음에 자문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낸 답은 뻔해보이는 일상을 뻔하게 살지 않게 위해서였습니다. 이 세상에 나온 수많은 에세이는 어떻게 하면 한없이 마음이 초라해지고 슬퍼지는 순간들을 감당하면서 기쁨의 순간까지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적은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순간들을 적으니까 뻔하고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그 일상을 수용하는 방식과 언어는 다 다르거든요. 그 다양한 언어를 발견하는 맛에 에세이를 읽는다는 스스로의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하태완 에세이)엔 이런 비유가 등장해요. '관계와 권태'라는 글에서 '권태를 마음의 쉼'이라고 표현하고, '숨을 잃은 사랑이 깊은 바다 속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깊은 바다에 한번 빠지면 '누구도 찾으려하지 않고 찾을 수도 없는 바다의 일부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고'. 너무 절묘한 표현이지 않나요. 전 이런 매력적인 표현들을 찾았을 때 행복한 희열을 느낍니다. 내 일상의 어느부분과 맞닿아 있구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앞으로 숨을 잃은 사랑으로 나가기 전에 어떤 노력을 해야겠다고 곰곰한 다짐을 해보기도 하고요. 주변에 이런 상황에 있는 듯한 사람을 떠올리며 이 책을 소개해주거나 이 글을 보내줘봐야겠다고도 생각하고요. 물론 지나친 참견인가 싶어 실제로 글을 보내진 않지만 그런 생각들을 이어이어 하면서 연결되는 기분을 느껴요:) 책과 저와 세상과 내 주변 사람들이 오밀조밀 합쳐지는 느낌이에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세상의 조합들이 빛나는 모습으로 순간 만들어져요.



또 감탄한 비유는 '인간관계는 창밖에서 바라보는 장대비'라는 거에요. 창밖으로 바라보는 건 음미할 수 있는 낭만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면 헤쳐가야할 악천후라고. 내가 직접 겪지 않고 듣는 인간관계는 조언할 수 있지만 직접 헤쳐나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잖아요. 그 감각을 잊지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조언하지 않으리라 다시 마음 먹기도 합니다.



이 책의 매력은 진부한데 진부함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전 이 생각을 건졌어요. '나를 지탱해주는 건 뭘까. 하나는 스스로 구축한 세계에 대한 만족감이고, 또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기 위해 기다리고 고대하는 시간이 있음이다.' 이런 생각들을 건져올려준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라는 에세이에게 소중한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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