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일기>, 롤랑바르트

책리뷰 15편

by forcalmness

바쁠수록 정신이 없을수록 자꾸 책속에 파묻이고 싶어져요. 책 한장 또 한장 넘기면 넘실대는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을까 싶어서. 정신없고 바쁜데 책을 주섬주섬 펼쳐드는 모순 속에서 또 읽어내려간 책, 롤랑바르트의 <애도일기>입니다.



정지우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에서 인상깊게 등장하는 책이라 읽고픈 책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집어들었습니다. 이책 말고도 다른 책에서도 등장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책과 책이 연결되는 연속적인 리듬이 제 일상의 기쁜 리듬을 만들어 주는 건 너무나 자명합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작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부터 네등분한 쪽지에 쓰는 애도의 메모들이라 합니다. 그리워하는 사람을 마음깊이 매순간 떠올리는 작가. 얼마나 뼛속까지 작가인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롤랑바르트는 어머니를 책속에서 마망이라 부르고, 마망이 자신을 나의 롤랑이라 불렀던 순간을 잊지 못해 노래가사 속에 비슷한 소절이 나오는 소리에 울고 맙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해결해줄 거라 위로하지만 롤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의 애도는 똑같은 박자로 중단없이 지속되는 아주 특이한 무엇'이라고 표현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옅어질까요. '무거운 마음 안에서 살아가는 일'을 견디는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그나마 절망감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롤랑은 그 마음들을 글로 풉니다. '내 감정의 울혈상태를 다른 감정으로 바꾸고, 위기를 변증법적으로 완화하는 건 글쓰기 뿐'이라고. 그리고 전 다음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건 이제 '삶에 너그러움이 없어지는 감정'이라는 말이요. 전 사랑이 너그러움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이해하고 싶고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너그럽게 만드는 고통과 인내가 수반된다고 생각해요. 롤랑은 어머니 자체가 자신에게 너그러움이라고 칭했지만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지면 스스로도 너그러워질 필요가 더 이상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시간이 견딜 수 없게 힘겨울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함께.



그러다 롤랑은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존재로 그녀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매일매일 그녀의 가치관에 맞춰 살아가려고 애쓰는 일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할 때 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마음의 지주대'가 되어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게 대화하듯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견디는 일, 저도 어느날 사랑하는 할머니가 작별인사를 할 때 롤랑처럼 내 마음을 풀며 살 수 있기를.





keyword
이전 05화<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