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백들>, 이혜미 에세이

책리뷰 24편

by forcalmness

다시 에세이에 불이 지펴진것 같아요. 추석연휴에 고이 읽었던 에세이 두권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더니 연휴 다음날 도서관에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퇴직하면 동네뒷산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볕을 쬐며 글을 쓰는 일상을 꿈꾸는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저 도서관 자리에 내가 앉아있지 않지만 그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몽클해지는 평일 점심시간입니다:) 에세이 두권을 반납하고, 새로운 에세이 두권을 빌려왔어요. <식탁위의 고백들>(이혜미, 창비),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이 당첨입니다.



맛있는 음식사진을 보고 어떻게 만드는지 그 레시피들을 수집하는 게 즐겁다. 생각해보니 신혼때 작은 메모장수첩에 내가 만드는 음식 레시피를 깨알같이 적곤 했다. 그 레시피를 적으면서 간의 비율들을 익히고 잊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레시피 적힌 메모장은 화장대 서랍 안에 고이 모셔져 있고 그게 없어도 뚝딱뚝딱 요리를 하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스스론 자주 떠올린다. 초심자의 기억 같은 것. 그럴때마다 어깨를 으쓱하고 스스로에게 웃어준다. 그땐 하나의 음식을 하는게 챌린지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젠 동시에 여러 개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굴리며 만들다니 대단하다고.



그때를 되돌려 생각해보건대 미션 같았지만 하나하나의 요리에 집중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은 아이에게 음식을 제때 해먹이는 스피드와 그후 한숨 돌려야 하는 휴식이 절실한 시기라,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요리를 대했던 것 같다. 최근엔 식재료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려 간단히 조리하는 음식들에 관심이 간다. 그래서 <식탁 위의 고백들>이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보다. 여러 식재료를 하나의 글감으로 식재료에 대한 생각, 식재료의 특색을 살리는 수준급 요리가 같이 버무려져 있다. 보는 내내 내가 그 요리를 맛보는 행복한 기분으로 음식에 대한, 식재료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당근에 대한 사유였다.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있는 형광색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 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당근은 자신이 화려한 주황빛을 지닌지도 모르고 밝게 피어난다. 캄캄한 땅속에서 같은 암흑색이 아닌 그리 밝은 색을 지닐 수 있는 건 어떤 힘일까. 자신 내면의 밝음으로 인해 밖이 더 어둡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새로웠다. 그럼 믿어도 되는건가. 내면의 기쁨과 빛을. 이렇게 말하는 작가가 사랑스럽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계의 비애 속에서 주홍 단검을 손에 쥐고 드리워진 우울을 가르며 가야지. 은밀하게 자신의 빛을 지키는 것처럼." 주홍 단검, 당근을 들고 귀엽고도 단단한 마음으로 자신의 빛을 지키는 사람으로 나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소장각이다. 힘이 들때마다 야금야금 곱씹듯 읽고싶은 책이 나름대로 세워진 책 소장의 기준이기에. 예전엔 일부를 암기하고 그 부분 종이를 찢어서 먹었다던데 그런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하면 이상해보이려나. 이 세상엔 참 좋은 글들이 많아서 그걸 읽으려고라도 건강히 살아야겠다 생각하는 평일 오후의 서평:)(건강식으로 점심에 샌드위치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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