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운동 첫날의 단상

운동에세이 8편

by forcalmness


계단오르기운동을 시작했다. 오늘이 계단운동 첫날. 날씨가 맞아 떨어졌다. 추워도 너무 추워졌다. 계단운동 결심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져 긍정적 해석왕인 난 계단운동의 시작이 때가 알맞다 하며 씨익 웃는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야 시작이 가능한 저질체력자라는 게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인 걸 알지만 이런 우연한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이다.



생각이 많고 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타이밍이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도 좋아해서 계단운동의 시작에도 여러 생각의 요소들이 머릿속을 분주히 움직였다. 일단 첫날이니 가볍게 시작하되, 빨리 해치우는 게 우선이라는 전략이 맴돌았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계단오르기이지만 시간대가 1시간 안에서 조절가능하기에 시간대를 다양히 정할 수 있다. 간단히 점심먹고 독서 겸 활자 좀 쓰다가 마지막에 계단운동을 하기로 처음 계획을 짰다가 계단운동을 독서 앞으로 당겼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처음 습관 들일 때 스스로를 '지지리 말 안듣는 조랑말'이라고 생각하라 했다. 난 조련 안된 조랑말이므로 하기 싫어 미루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회사 1층에 도서예약기가 있어서 요청한 책을 찾을 겸 1층으로 내려가서 사무실이 있는 13층까지 오르는 게 단순하디 단순한 오늘의 운동코스다. 말로는 단순하지만 실행 전 계획 잡기, 귀찮은 마음 다잡기 등 마음 속의 미세조정을 다 거친 운동의 시작이었다. 1층에서 책은 잘 찾았는데 계단은 어디 있지?? 업무공간이 바뀐지 4개월이 다 됐는데 계단이 있는 문 위치도 모르고 있었다니. 주변환경에 대한 무심함에 한숨을 한번 쉬고, 다행히 한번에 계단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냈다.



드디어 실행이다. 오늘따라 긴 바짓단을 생각하며 밟히지 않겠지 걱정하는 마음과 달리 몸은 성큼성큼 발을 옮긴다. 6층까지는 단숨에 아무 부담없이 올랐는데 6층부터 다리근육이 말을 건다. 들어올리는 근육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8층에 오니 숨이 가빠와 헉헉 소리가 내귀에 박힌다. 11층에선 결국 "아 힘들어"란 말이 내 입을 통과했다. 역시 운동은 혼자 해야한다. 층을 오를수록 한계를 여실히 체감하며 반투명해진 자신을 혼자서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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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계단사진 한장을 찍었는데 사진속엔 흔들린 계단이 찍혀 있었다. 스스로는 흔들렸는지 당시엔 몰랐지만 찍은 사진을 보니 여실하다. 계단운동의 첫 흔적이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웃어준다. 열심히 성큼성큼 올라왔네. 계단을 오르며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익숙한 계단오르기의 느낌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기억을 되감다 보니 떠올랐다. 사내커플로 결혼전 신랑과 점심시간에 점심을 각자 먹은뒤 계단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앞뒤로 걸으면서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던 순간이. 그래서 궁극적으로 계단운동이 떠오른건가. 속삭이는 대화의 공간이었어서? 기억의 뒤편에 웅크리고 있었던 시간이 되살아났다. 계단운동 첫날, 10년전 계단에서 서로에게 속삭이며 대화했던 시간을 소중히 떠올려본다. 역시 계단 운동 시작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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