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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Sep 14. 2022

엄마가 사주지 않는 것

스스로 해결해보자



아이들은 할머니집 가는 것을 좋아한다.

뻔히 보이는 작전이다.


막내는 

"너 할머니집 가서 텔레비전만 보면 안갈거야!"라는 으름장에

"응. 나도 노는 게 더 재밌어."라고 해놓고서는

가서는 할아버지 꽁무니만 쫓으며

"또봇 v 틀어줘."라며 애교를 부린다.


둘째는

"할머니집 가면 심심해"라고 하고서는

할머니 무릎에 강아지처럼 편안하게 턱을 괴고서는

이말 저말 종알종알 수다가 한나절이다.


첫째는

"나 딱 삼십분만 게임할게"라고 사람을 홀린 뒤

제 사촌형만 만나면 어딘가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뭘 하는지는 하나하나 알 수가 없다.




명절 마지막날엔 심부름을 가는 이모를 신나게 쫓아간

셋이 막대사탕을 물고 나타났다. 

저 큰 설탕덩어리는 십분의 일도 먹지 못하고 버릴 것이 뻔한데,

절대 사줄 수 없는 금지 품목이다.

- 샀으면 다 먹어라! -



아이들은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지.



키대로 나란히 사탕행진이 기막히게 귀엽긴 하다.

아무리 그렇대도 엄마는 이 초대형 막대사탕을 앞으로도 절대 사주지 않을 작정이다.

지금을 즐기거라. 어린영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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