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왜 하게 되었냐고요?

작가 아내 회사원 남편 초보 낚시꾼 부부의 취미성장기 <어쩌다 낚시>

by 핑크쟁이김작가
우리가 취미생활 찾기에 실패한 이유


방송작가로, 에디터로, 디렉터로 그렇게 도합 10년을 넘게 일했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대학교도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학과를 나왔고, 직업 역시 글을 쓰는 '작가'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일했고, 취미생활 역시 글 쓰는 일이었다. 글 쓰는 일이 업이자 취미가 되다 보니 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글로 해결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때론 글 쓰는 것 말고 멍 때리는 게 참 좋은데 말이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은 현실이다. 아니, 현실이지만 관심사가 비슷해야 더 오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과 오래오래 행복하기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필요하다는 것. 연애할 때의 치열함과 다르게 우리는 서로의 공통분모가 될만한 관심사는 무엇인가 고민하고 찾아내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공대생이었고, 나는 문학소녀가 되고 싶었던 문과생이었다. 서로 상반되는 전공. 나는 문예창작학과, 남편은 화학공학과. 얼핏 보면 아니 그냥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우리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가 되었다. 화학공학과를 다니지만 글 쓰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었던 남편과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지만 똑 떨어지는 공대생에 대한 로망이 겹쳤던 모양이다.


이렇게나 다른 우리는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탐색전을 벌이며,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결혼 후에는 좀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게 관심사가 비슷한 것을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일명 부부의 취미생활 개발 프로젝트랄까?


숱한 고민 끝에 찾아낸 우리의 첫 취미생활은 바로 '게임'이었다. 모바일 게임, 컴퓨터 게임, TV 게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등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게임을 같이 해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모바일 게임을 먼저 택했던 이유는, 간편하게 카페에서 둘이 같은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례로 숨은 그림 찾기라던지 또는 캐릭터 육성을 할 수 있는 롤플레잉(RPG) 종류 등을 모두 찾아내 봤지만, 남편이 마음에 들면 난 관심이 가지 않았고 반대로 내가 관심이 생기면 남편에겐 안 맞는 것들이 많았다.


남편은 좀 더 전략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나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쉬운 게임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결국 퍼즐 맞추기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나서야 우리의 모바일 게임 선정은 끝이 났다. 퍼즐 맞추는 것 외에 각 캐릭터에 맞는 의상과 아이템들을 업그레이드해주고 매번 다르게 장착시켜야 하는 일이 남아있었다. 물론 이런 부분은 모두 남편이 직접 해주는 걸로 합의를 했다.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세팅해줘야 하던 남편은 지쳐갔고, 나 역시도 이 게임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갔다. 무엇보다, 카페에 같이 있긴 했지만 게임을 할 땐 대화를 거의 하지 않게 되었고, 이점은 취미생활로써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그렇게 모바일 게임은 그만하자고 생각하고 찾아본 컴퓨터 게임은 더 짧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편은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좋아했고, 나는 크레이지아케이드 같은 게임을 좋아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임을 좋아하는 성향과 어려운 미션을 성공시키며 퀘스트를 이어가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차이랄까?


여기서 좌절하진 않았다. 우린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해 게임 CD를 용산 전자상가에 들러 사러 가곤 했다. 물론 플스가 가장 우리가 즐기는 게임이 되었지만 지속하지 못한 이유는 생각보다 어려운 게임이 많았고, 좋아하는 게임 CD는 상당히 고가였다. 무엇보다 둘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임은 거의 대부분 1인용이었다. 우리가 취미생활을 같이 찾아본 이유를 생각하니,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TV장 아래 잘 보관되어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결혼 후 게임 종류는 다양하게도 찾아내 함께 즐기기 위해 시도해봤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결론은? 실패였다. 실패의 원인은 두 사람이 게임을 바라보고 즐기는 성향의 차이였다. 대신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게임을 같은 시간에 하는 것으로 첫 번째 취미생활인 '게임하기'를 정리하게 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각자 게임을 하게 되었으니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의 첫 시도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한 번 취미생활을 찾아보고 나니, 우리는 금방 또 다른 대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스쿼시'. 스쿼시는 격렬하게 온 몸을 사용하며 막힌 공간에서 공 하나를 두고 맞받아치며 움직이는 전신운동 중 하나다. 그 스쿼시를 우리는 주말 아침마다 체육관에 가서 한 시간씩 하며 땀을 흘리고 왔다.


초보인 우리 부부에겐 계단식 단계가 필요했다. 1단계는 공을 쳐낼 수 있는 자세 만들기. 2단계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력! 3단계는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공을 쳐내는 것, 4단계는 같이 스쿼시를 배우는 사람들과의 경기를 해보는 것. 운동을 하기 전 스쿼시 연습장 앞에서 기초체력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며, 같이 배우는 사람들과 친해져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남편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열심히 공을 쳐댔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성공적이었구나!라고 하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면에서 남편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을뿐더러, 점점 격차가 나는 것을 보며 참기 힘들어졌다. 스쿼시는 방송작가 시절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였던 터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스쿼시를 해보는 남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욕심은 분노로 바뀌었다. 더 잘 쳐내고 잘 던지고 싶었는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스쿼시, 이제 그만 하자'라고 했고 얼마 후 그만두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나름의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해본 것 같다. 이 시도 끝에 스쿼시 대신 자전거 타기를 해보기도 했고, 양궁을 해보기도 했으며, 오락실에서 '보글보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전거는 그럭저럭 잘 맞았지만 신혼집 주변에는 자전거도로가 딱히 없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신혼집에 자전거를 왔다 갔다 들고 다니기가 너무 버거웠다. 양궁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체력적인 소모가 큰 운동이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서로 하고 있으니 그걸로 일단 만족! 보글보글 게임은 재미있지만 오락실에서 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시간을 내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이렇게 숱한 시도 끝에 드디어, 우리가 찾아낸 최종병기 같은 취미생활! 그것은 바로 '낚시'였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최근엔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