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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Oct 22. 2021

가장 경지가 높은 요가는 무엇인가

모욕을 받고 상처를 입어 지금 무릎 꿇은 당신에게.

TTC(요가지도자과정) 마지막 시험을 앞둔 날 아침. 스와미지께서 우리에게 물었다.


"가장 경지가 높은 요가는 무엇인가?


까르마요가? 아니다. 라자요가? 아니다. 박티요가, 야냐요가? 아니야.아니야.


똑똑히 기억하고 명심하여라. 가장 경지가 높은 요가는 모욕을 감내하고 상처를 견뎌내는 것이다. Bear insult, bear injury. 그것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요가이다. 진정한 사다나, 영적수련이다.


우리 내면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아트만이 있다. 그 어떤 것도 아트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음을 기억해라. 모욕을 감내하는 것, 그리고 상처를 견뎌내는 것이 바로 그 아트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다함께 반복되는 가사의 노래를 챈팅했다. 쉽지 않았던 TTC 과정의 마지막 날 아침, 노래를 하는데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Serve love give purify meditate realize. Adapt Adust Accommodate bear insult bear injury highest yoga.


우리가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한달간 배웠던 그 수많은 요가이론과 수련과 실천 그 위에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이었다.  모욕을 감내하고 상처를 견뎌내는 것.  Bear insult Bear injury. 나는 눈물을 훔치며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TTC 시험을 쳤는데 A4용지 앞뒤로 17장이 넘게 가득 답안지를 메꿔야만 하는 주관식 시험이었다. 영어로 답을 쓰고 때로는 문장을 만들어 설명해야하는 결코 쉽지 않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의 가장 마지막 질문이 이것이었다.


What is the highest Yoga? 가장 경지 높은 요가는 무엇인가.


17장이나 되는 답안지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답을 다 적어다. 그래놓고 막상 아침에 눈물 흘리며 들었던 마지막 질문과 그 답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펜을 놓고 10여분동안 명상을 했다. 그런데도 Remembering Atman 이라고 단 한줄 밖에 적지 못하고 시험장을 나섰다.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끝까지 못썼던 마지막 문제의 완성된 정답, 그것은 Bear insult, bear injury. 였다. 모욕을 감내하고 상처를 견뎌내는 것.


단 하나 쓰지 못했던 정답, 그래서 이 문장은 TTC가 끝난다음에도 이름표처럼 나를 좇아다닌다.


내게 닥치는 무례한 상황과 내가 받은 상처를 견뎌내는 것이, 땀 뻘뻘 흘리는 아사나보다, 몇시간이나 앉아서 하는 명상과 호흡보다, 이기심없는 봉사나 신에게 부르는 헌신의 노래보다, 경전의 성스러운 구절들보다, 보다 더 높은 경지의 요가인 것이다.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신실한 요가수련자인 그대가 누군가로부터 또는 피치못할 상황으로 받은 모욕으로 상처를 받고 무릎을 꿇었다면, 또는 과거의 그런 경험으로 아직까지 상처받고 있다면, 스와미 시바난다께서 우리에게 알려준 정답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대는 지금 가장 높은 경지의 요가를 실천하고 있는 거라고.


파스치모타나사나도 부장가아사나도 하지 못하는 초보 요기일지라도, 그대가 모욕을 감내하고 상처를 견뎌내고 있는 상황 이라면, 그리하여 그대 내면에 변치 않는 신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면, 이미 가장 높은 경지의 요가를 실천하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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