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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Sep 18. 2021

한해살이 풀이 아닌, 수천년을 살아가는 나무로

보이차와 수련 이야기

보이차가 나는 중국 운남에는 천년이 넘는 오래된 차나무들이 많다고 한다. 해발고도가 높은 척박한 지역에서 오래 산 차나무들은 키가 수십미터가 훌쩍 넘을 정도로 큰 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그 키만큼 뿌리도 대단히 깊다. 키가 30미터면 뿌리도 30미터라는 거다. 살아남기 위해 하늘로 솟구치고 땅으로 깊이 파고든거다. 그리하여 하늘과 대지의 기운을 충분히 받고 수천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재배용 차나무들은 사람들이 찻잎을 따기 좋게 키가 작다. 비료도 물도 듬뿍 준다. 그래서 수십년 된 차나무들도 수백년된 것들만큼 줄기가 굵다. 이미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은 이 차나무들은 좋은 영양분을 찾으려 어렵게 땅을 파 뿌리를 깊숙히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키도 작고 뿌리도 얕다고 한다. 당장 많은 찻잎을 생산해낼 수 있겠지만 이 차나무들은 오래된 야생차나무만큼의 자연의 기운을 품고 있지는 못하댄다. 빽빽하게 심겨진 만큼 더 커지도 못하고 수천년을 살 수도 없다.



차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련 생각을 한다.


나는 편안한 환경에서 좋은 영양분을 듬뿍 받고 수련을 하며 지금 당장 결과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가.


나의 뿌리는 척박하고 단단한 땅을 뚫고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가. 깊은 땅 무한히 파묻혀 있는 이 땅의 에너지를 마음껏 공급받을 수 있게 나는 충분히 목말라 하고 있는가.


나는 높은 이상을 향해 하늘로 태양으로 손을 뻗어나가는가. 내가 세상에 드러나 있는 부분만큼, 드러나 있지 않는 내면의 힘이 충분히 깊고 강한가.


나는 얕고 짧게 소소한 결과물에 만족하며 살려하는가. 수천년을 살아가는 나무처럼 자연과 하나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맡기며 살아가려하는가.


언제나 선택은 나의 몫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각자에게 올바른 자기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선다.


우리는 늘 틀려왔기 때문에, 결국 가장 옳은 길로 나아간다. 그 모든 시행착오들의 점들이 유려한 선이 되어 나를 이끈다.


하리옴.


우리집 냥이도 물 대신 마시는 보이차. 나랑 같이 오래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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