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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대청소

묵혀둔 겨울을 보내며.

by 뱅울 Mar 24. 2025

유난히 좋아하는 겨울이 가고 있음을, 오늘 아침의 햇살이 일러주었다. 


두꺼운 이불을 층층이 덮어 한가득 포근하고 보드라운 겨울을 즐기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거실에도 한 무더기, 안방에도 한 무더기, 작업실에도 한 무더기 담요와 이불들이 쌓여있는 우리 집의 겨울 풍경. 다행인 것은 남편도 이런 종류의 포근함을 좋아하는 덕분에 우리 집은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오는 시점부터 봄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 이불더미 속에서 뒹군다. 이번 겨울도 한껏 뒹굴고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주 내내 햇살이 너무 좋았고 이제 봄이 오려나 했는데 휴무의 아침 암막커튼 사이로 슬쩍 손 내민 햇살이 예사롭지 않아서 창문을 열었더니. 포근한 냄새가 한가득. 봄이었다. 이제 슬슬 집 곳곳에 쌓아놓은 우리의 겨울을 보낼 때가 된 것 같았다. 분명 하루에 전부 다 하기엔 잔뜩 쌓여있는 것들이 버거워서, 오늘은 하고 싶은 만큼만 하다 멈춰야지 했다. 아무 일정 없이 주어진 하루종일의 여유라는 것은, 집안 가득 들이치는 햇빛과 함께한다는 것은 잔뜩 쌓인 행복 속에 헤엄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냥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뜻이다. 빨래가 끝나는 소리도 건조기가 끝나고 막 나온 따끈따끈한 수건과 이불의 냄새 그 온기 같은 것들이 또 나를 한층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나의 겨울을 책임져준 세상 포근한 이 이불을, 차곡차곡 접어서 넣어두었다.  우리 다음 겨울에 또 만나자 하면서. 그러면서 하나 둘 나도 따뜻할 봄과 무더울 여름과 선선해질 가을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다 남편이랑 양손 가득 분리수거할 거리를 들고나갔다. 1층 문밖을 나가는 순간 또 봄이 왔음을 느꼈다. 1층 공동현관 앞에 심어진 아직 어린 벚나무에도 지난겨울을 버틸 겨울눈들이 올록볼록 나 있었는데, 오늘 보니 그 끝에 초록 잎들이 삐죽 새어 나와있었다. 나는 유난히 겨울눈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초록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잘 버텨내 주었구나. 싶었다. 나무에게는 2025년의 첫 숨이 이제 막 쉬어지는 참이었던 것이다. 진짜 이 벅찬 자연의 찰나를 마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올해의 최고의 순간이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하면서. 이 소소한 모든 것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니. 인풋이 한가득이라 어쩔 줄 모르는 하루가 지났다.

여유롭게 월요일을 집정리하며 빨래 한 바가지 하며 보내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집을 정리하는 행동을 넘어서서, 여유 덕분에 모든 순간에 보았던 것들에게서 오롯이 감동을 느낄 있었던 것이 행복했다. 이런 행복을 앞으로도 조금 자주 느끼고 싶어졌다. 이 정도는 이곳에 쏟아낸 어떤 보다 잔잔한 욕심이 아닐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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