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잘한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하고 싶다고요.
나는 원래 숨기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근데 그냥 티를 내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왕창 티 내고, 할 줄 아는 것을 있는 힘껏 티 내어 저 이거 할 줄 알아요. 짱이죠! 하는 것도.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을 한가득 티 내면 결국에 나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 마주하게 되고, 할 줄 아는 것을 좀 더 잘하게 되어서 그 일 하면 내가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그 레벨업 비슷한 것이 좋았다. 그래서 티를 팍팍 내는 사람, 나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인데. 그런데 요즘의 나는 그렇지 못한 삶을 살 고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현장업무를 돌고 들어와 휴게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고, 사무업무를 보는 담당자 세 분이서 웅성웅성거렸다. "ppt 안으로 동영상이 안 들어가네" "첨부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 해도 추가가 안된대." 대충 들어보니 회의 ppt를 만들던 참이었고 필요한 영상 삽입이 되질 않아 골머리를 쓰고 있던 참이었다. 파워포인트에 동영상을 삽입하는 우회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무슨 이유로 삽입이 되지 않는지만 찾으면 금방인데. '제가 한 번 봐 드릴까요?' 하려다 꿀꺽. 말을 먹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이 말을 뱉으면 거절하거나(거절한다면 좋은 일이지) 이거 할 줄 알아? 하며 일을 그대로 맡길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추가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간 일을 다니며 알게 된 것은, 일을 잘하면 칭찬을 받는 게 아니고 일이 계속계속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참 슬픈 일이다. 할 줄 아는 것을 할 줄 안다 내뱉는 순간 추가 될 업무들이 아찔해서 입을 꾹 닫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슬펐다. 나는 원래 그것도 이것도 저것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애였는데, 여기에서 일을 또 추가로 더 받게 될까 봐 두렵고 하기 싫었던 거다. 아 진짜 싫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변해 버린 내가,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부 다 싫었다.
그러니까 나는 잘하면 잘한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팍팍 티 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순간에 충실해서 상대방에게 그런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 며칠 전의 내가 너무 억울해서, 욕심을 내어 본다. 미래의 언젠가 나는 지금보다 티 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 그래도 받아줄 수 있는 서로의 바운더리가 있는 환경에서 살아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