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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Oct 12. 2024

나나의 위대한 서점

두 남자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나나가 위대한 서점에서 일을 한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지고 그 자리를 초록색의 잎들로 가득 채우며 조금씩 햇볕이 따가워지기 시작했을 무렵, 나나는 웽과 웽의 여자친구 데이지와 베리까지 함께 위대한 서점과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는 우동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서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란히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걷고 있는 웽과 데이지의 모습을 나나가 부러운 듯 바라보며 위대한 서점 후문에 다 달를 때쯤, 앞서 혼자 걸어가던 베리가 갑자기 뛰어가며 누군가에게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이 보였고, 곧바로 웽과 데이지도 손을 흔들며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구지?’


나나가 한걸음 뒤에서 베리와 웽, 데이지와 함께 웃고 있는 사람을 살핀다.


큰 키와 어두운 피부톤에 밝은 갈색의 머리색과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웃을 때마다 새하얀 치아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때 멀뚱하게 서있는 나나를 웽이 부르며 소개한다.


“나나씨, 인사해요 여긴 푸푸루~ 사거리에 있는 루 인쇄소 알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우리 서점과 많은 작업들을 같이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주 볼 거예요”


“안녕하세요 송나나라고 합니다” 하며 나나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푸푸루, 나나씨는 한 달 전부터 우리 코너에서 일하고 있어, 앞으로 잘 좀 대해주길 바라”


웽이 소개하자 잠시 말없이 나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푸푸루가,


“안녕~ 나나라고? 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말 놔도 되지?”


예상치 못한 첫마디에 살짝 당황한 나나는,


“에? 어... 어 그, 그래” 하고 대답하자, 대뜸 나나의 손을 잡고 악수하며,


“반갑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크게 웃으며 나나에게 인사하는 푸푸루 뒤로 베리의 두 눈에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이를  사람은 없었다.


자리로 돌아와 나나가 웽에게 루 인쇄소와는 어떤일을 같이 하냐는 질문을 하자, 웽은 간단하게는 서점에서 하는 행사나 광고 전단지부터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출판하는 책들까지 대부분 일을 함께 하는데, 무엇보다 3년에 한번씩 열리는 공모전 수상작들 모두가 그 인쇄소에서 제작 된다는 말에 나나는 많이 놀라워 하며, 그 인쇄소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런 나나의 속마음을 읽은 듯 웽은, “아마 자주 왔다 갔다 할 일이 생길 거예요, 곧 여름 행사와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층과 매대마다 다른 포스터와 알림장, 광고지 같은 일로 자주 소통하기도 하고, 아까 푸푸루와는 제가 잘 아는 사이라 우리 쪽 매대일을 더 신경 써주고 있거든요”


“정말이요? 인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었어요, 더구나 이 서점과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니  궁금해요”


나나와 웽이 루 인쇄소와 푸푸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잠잠하던 베리가 중간에 끼어들며 갑자기 쏘아붙이듯 말했다.


“흥~ 누구 마음대로 수습사원한테 인쇄소 일을 맡겨? 지난해 4층 어느 매대에서 신입 사원이 중요한 실수를 하는 바람에 포스터도 없이 행사해야 했던 일을 벌써 잊은 거야? 그리고 인쇄에 관한 일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내가 다 할 거니까 촌뜨기 수습사원은 알 필요 없으니 신경 끄라고”


“뭐? 베리 너는 항산 너만 여기서 제일 많은 일을 한다면서 투덜투덜 되잖아? 그리고 인쇄소의 일들은 대부분 신입들이 했고, 나나씨가 왔으니 이제 나나씨 일이지 왜 네가 계속 한다는 거야?”


웽이 갑작스러운 베리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되묻자, 베리는 가만히 서있는 나나를 한번 흘겨보더니, 

“아무튼 무조건 인쇄소 일은 내일이니까 그렇게 알라고” 하며 휙 돌아 다른 쪽으로 베리가 가버리자,

“재는 언제쯤 철이 들는지...” 웽이 한숨을 쉰다.   


나나는 이런 상황들을 바라보며 ‘인쇄소 일은 뭐길래 저렇게 까지 지키고 싶은 걸까?’하고 생각했다,


분명 중요한 일이겠지만, 여태껏 인쇄소 일은 신입들의 일이었다는 웽의 말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렵거나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나나씨는 베리말에 신경 쓰지 말아요, 괜한 심술이니까”


“하지만...”     


“서점에서 인쇄소와 하는 일은 대부분 5층의 사원들이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가 인쇄소와 하는 일들은 그냥, 행사 때 쓰는 이벤트 광고 포스터나, 알림, 초대장 같은걸 매대 특징에 맞게 소량제작 하는 정도이고, 행사전날 인쇄소에 들러 오타나 잘못된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를 마지막에 살피고 인쇄가 완성되면 들고 오는 간단한 일이에요”


“아, 그런 거군요~ 근데 베리 씨는 왜 저렇게 그 일을 지키려는 거죠? 웽씨의 설명대로라면 잡다한 일에 속하고 저 같은 신입이 할만한 일인 것 같은데 말이죠?”


나나가 웽씨를 바라보며 묻자, 소리 없이 웃는 웽.

그리고는 나나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


“베리는 인쇄소 일을 지키고 싶은 게 아니에요, 인쇄소에 있는 어떤 남자를 지키고 싶은 거죠”


웽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나나는 순간 푸푸루를 보며 두 뺨이 붉어지던 베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아~! 베리 씨 남자친구가 푸푸루씨에요?” 하고 묻자,


“아니요~ 베리의 짝사랑이에요, 그 짝사랑의 상대가 푸푸루 라는 거죠” 하며 웽이 재밌다는 듯 킥킥 거리며 말해주자 나나도 “아~ 그런 거구나” 하며 슬쩍 베리를 한번 쳐다 보고는 생각했다.


‘앞으로 이쪽으로 엮이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짝사랑의 연적 따위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하며 고개를 가로 졌는다.   


위대한 서점이 층층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오후시간, 나나는 점심을 먹고 돌아와 까가미누 코너장의 지시로 지하 2층 창고에서 재고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수많은 책의 목록의 자료와 실 재고량 수가 다른 것도 많고 어떤 식으로 책들을 찾아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는데, 몇 번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어떻게 찾아, 정리하고 체크를 해야 하는지 감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해 지금은 벌써 일의 절반을 끝낸 상태였다.


“어디 보자~ 이제 직접 배달 목록 중 창고에 있는 책들만 꺼내서 올라가면 되겠다”    


나나는 굽혔던 허리를 한번 시원하게 펴고는 다시 책들을 찾아 작은 카트에 옮겨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다른 사항 목록까지 모두 확인 후 매장으로 가져갈 책들을 손수레에 싣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걸아갔다.


그때 높은 책장에서 누군가가 나나를 부른다.


“나나씨~ 재고 조사하고 가는 거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노란 모자를 쓴 토끼가 지그재그로 이어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토투 님, 웬일이세요? 창고일까지 도와 주시는 거예요?”


나나가 가던 길을 멈춰서 토투를 기다리며 묻자, 큼지막한 서류파일을 목에 건 흰 토끼 토투가 웃으며 다가온다.

“원래는 아니지만, 오늘 E-14 매대 직원들 중 둘이나 빠졌지 뭐야~ 그래서 내가 오늘 특별히 재고조사를 도와주고 있는 거란 말씀~”


토투가 빨간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둘이나 안 나오셨다고요? 왜요?” 나나가 궁금해 하자,


“한 명은 어제 퇴근길에 발목을 접질렸는데, 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만 의사가 하루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했다나~?

그리고 또 한 명은 출근은 하긴 했는데,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얼마나 해대는지, 코너장님이 그만 들어가라고 하셨거든”


“정말요? 요즘같이 바쁜 시기에 남아있는 분들 너무 힘드시겠어요”


“그러게 말이야, 다치고 아픈걸 뭐라 할 순 없지만... 여하튼 나나씨도 건강 조심해 알았지?”


토투가 한쪽눈을 찡긋하며 말하자 나나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한다.


“걱정 마세요, 저 이래 봬도 정말 튼튼하다고요~”


“오~그러세요?” 나나의 말에 토투도 웃으며 나란히 손수레를 끌고 간다.


토투는 나나가 자신의 매대에서 일하는 동료 외에 처음으로 친하게 된 도움팀 소속 토끼다.


자잘한 심부름으로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매대와 책장을 찾아가는 일이 많았는데, 아무리 숫자와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해도 워낙 넓고 많은 손님들록 붐비는 시간에 헤매지 않고 목적지를 찾기란 쉽지 않아서 자주 방향을 잃어버렸는데, 그때마다 나나의 눈앞에 나타나 도움을 주었던 것이 토투였고 몇 번의 같은 우연들로 친해지게 된것이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온 나나와 토투는 어딘가 모르게 들뜬 직원들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것을 느껴졌고, 직원뿐만 아닌 손님들, 특히 여자 손님들이 모여 웅성이며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방향이 나나의 매대가 있는 쪽인듯 했다.  


“뭔가 이상한데요?”

나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토투에게 묻자,


“아마도 그분이 오셨나 보네~”


“그분이요? 그분이 누구인대요?”


나나가 알 수 없다는 듯 되묻자,


“나나씨도 소문 들어 알고 있지? 이 위대한 서점의 총지배인이 엄청난 미남이라는 거 말이야”


토투가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대답해 주자,


“아, 총지배인님을 말하신 거예요? 정말 그렇게 잘 생기셨어요? 진짜?”

나나가 토투의 얼굴에 바짝 다가서며 묻자,


“그렇게 궁금하면 어서 가서 직접 확인해 봐~”


토투의 말에 나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 그럼 이따 봬요~~”


손수레를 이끌며 시선이 몰려있는 방향으로 나나가 달려가듯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그런 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토투였다.   


역시나 예상대로 자신이 일하는 매대 쪽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몰려있었고, 나나는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총지배인님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나나를 발견한 까가미누 코너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나씨 마침 잘 왔어요, 이쪽으로~”


까가미누 코너장의 부름에 고개를 빼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나가 “

네? 아, 네~” 하며 급히 다가가자, 까가미누가 누군가에게 나나를 인사시킨다.


“지배인님, 한 달 전부터 이 매대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송나나 씨입니다”


“나나씨 이분은 위대한 서점을 총 관리감독하시는 서화륜 총지배인님이십니다”


까가미누코너장의 소개가 끝나자, 뒤돌아 있던 큰 키의 남자가 방향을 돌려 나나를 향해 다정하게 인사해 주었다.


“반가워요 송나나 씨, 앞으로 이 서점을 위해 애써 주시길 바라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나나는 잠시 시간이 멈춤듯 멍하니 서있었다.


1초... 2초... 3초 정도의 멈춤 상태의 나나를 웽이 등을 살짝 쳐준 뒤에야 나나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엄청 큰 소리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소... 송나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너무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바람에 총지배인과 코너장뿐만 아닌 주위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고 곧이어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사태를 파악한 나나가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졌고, 지금 당장 매대 아래쪽 서랍장에라고 기어들어가고 싶어진다.


‘으아 창피해, 이게 무슨 망신이야~~~’


밀려오는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나를 향해 “아주 밝고 씩씩한 분이 들어오셨군요, 나나씨 저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면서 총지배인 서화륜이 나나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웃어주자,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나나의 얼굴이 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듣던 위대한 서점의 총 지배인의 미남설은 사실로 밝혀졌고 나나의 가슴에도 사랑의 빛이 밝혀진다.


“나나씨 괜찮아요?”


웽이 아직도 영혼이 나가 있는 나나에게 묻자,


 “아, 네? 네~ 이제 괜찮아요” 하며 머쓱한 듯 웃는다.


“어때요? 진짜 잘생기셨죠?” 하고 웽이 묻자, 나나는 말없이 강하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네! 진짜 소문이 과장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와~”


나나가 아직도 뜨거운 자신의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말하자, 옆에 서있던 베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인다.


“잘생겼든 아니든 너 같은 촌닭한테는 아무도 관심두지 않으니까, 얼른 정신 차리고 일이나 하세요 수습사원 송나나 씨~”


“베리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나가 먼저 뭐라 하기도 전에 웽이 따지듯 말하자, 나나가 이제 이런 상황은 귀찮다는 듯 웽을 말린다.


“웽씨 괜찮아요~ 제가 혼자 오버한 건 사실이니까요, 얼른 창고에서 가져온 책들 정리할게요”   


하며 잠시 잊고 있었던 손수레 쪽으로 향해가는 나나를 보며 웽이 베리를 째려본다.


베리는 웽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내가 뭐?” 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다.


베리가 이럴 때마다 웽은 짜증을 냈지만 당사자인 나나는 베리의 말이나 행동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베리는 자기가 무서워 매번 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나는 그러든 말든 상관없을 만큼 일에 관한 것이 아닌 것들은 모두 무시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차피 2개월 후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식 사원이 되면 새로운 곳에 배정받을 텐데, 베리와 기싸움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매번 어린아이처럼 구는 베리와 신경전을 벌일 만큼 그녀에게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더더욱 서화륜이라는 총지배인의 엄청난 외모의 충격으로 베리의 말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쁜 오후업무 시간이 끝나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마을버스에 몸을 싣도 퇴근하며 창밖을 바라보던 나나는 다시금 총지배인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까가미루 코너장님도 큰 키였는데, 총지배인님은 코너장님보다 훨씬 더 컸다.


높은 어깨를 살짝 덮은 청색이 도는 매끈한 흑발에 여자보다 희고 고운 피부 위로 머리색과 같은 검고 깊은 눈동자를 담은 두 눈과 하나의 우아한 선으로 연결된 듯한 코와 입술, 턱선까지 정말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던 커다란 손까지...


나나는 버스에서 내려 오덕이의 집까지 걸어오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 완벽한 사람의 연인은 어떤 사람일까? 만약 나라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크게 내쉰다.


“아니야, 역시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무리야”


그날밤, 나나는 잠들기 전 오덕이의 방에 들러 역시나 오늘 하루의 최대 사건인 서화륜 총지배인을 만난 일과 그의 생김새에 대해 자기거 보고 느낀 것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덕이는 나나의 말에도 심드렁한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아~ 난 이미 여러 번 봤어, 그런데 그 정도의 얼굴이 그렇게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겠다~?”


뜨거운 찻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며 오덕이가 말하자,


“뭐라고~? 진짜 오덕이 네 눈에는 그 엄청난 미모가 아무렇지 않다는 거야?”


나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듯 묻자,


“키만 멀대같이 크고 얼굴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거처럼 허옇고, 남들이랑 똑같이 눈 두 개에 코랑 입하나 달려있는데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난리인지 난 정말 모르겠어~”


오덕이가 나나를 빤히 쳐다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자,


“오리라 사람과 미의 기준이 다른 건가?” 하고 이상한 듯 나나가 되묻는다.


“그런 게 아니라 내 미의 기준은 그 정도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거지~”

오덕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그래~ 그래~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나가 졌다는 듯 웃어버린다.      


깊은밤 나나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다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서화륜의 손길이 닿은 어깨를 만져본다, 그리고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내어 웃는다.


그렇게 혼자 웃던 나나가 갑자기 이불을 박차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채 눈을 감고 온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신이시여 저에게도 얼른 남자친구가 생기도록 도와주세요~ 지배인님 같은 분은 바라지도 않고, 또 만에 하나 그런 완벽한 사람은 부담스러우니, 그냥 평범하지만 마음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제게 남자친구를 내려주세요~~~ 제발요~~~’


몇 번이나 같은 내용의 기도를 하고 있는 나나의 표정은 비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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