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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

by 이은 Ja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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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내린 버스정류장

맞닿은 두 손

잘 열리지 않는 병뚜껑과

불 꺼진 태권도 학원 계단

다 젖은 어깨와 곤색 우산


모든 일이 갑작스러웠고

모든 것이 허락되었던 여름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매만지던 손길

한쪽으로 쏠려 비뚤어진 입술을 눈에 담으며

바닥을 드러내는 유칼립투스 향초를 끈다


검게 그을리지 않게

다 타버리지 않게 


어쩌면 그날의 소나기가 모든 걸 설명해 준지도 몰라

어쩌면 알면서도 계속 불을 피웠는지 몰라

어설프게 흉내 낸 모조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향은 이미 우리에게 진실이 되어버렸고


길었던 소나기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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