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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내린 버스정류장
맞닿은 두 손
잘 열리지 않는 병뚜껑과
불 꺼진 태권도 학원 계단
다 젖은 어깨와 곤색 우산
모든 일이 갑작스러웠고
모든 것이 허락되었던 여름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매만지던 손길
한쪽으로 쏠려 비뚤어진 입술을 눈에 담으며
바닥을 드러내는 유칼립투스 향초를 끈다
검게 그을리지 않게
다 타버리지 않게
어쩌면 그날의 소나기가 모든 걸 설명해 준지도 몰라
어쩌면 알면서도 계속 불을 피웠는지 몰라
어설프게 흉내 낸 모조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향은 이미 우리에게 진실이 되어버렸고
길었던 소나기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걸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