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짐승처럼 네발로 뛰어다니다가도
이상한 날개를 달고 바다 위를 떠다니지
하나는 유니콘에게서 빼앗아 왔고
다른 하나는 나비에게서 받아왔어
기울어진 몸으로 태양과 함께 뉘엿뉘엿 바다로 들어가
나도 너를 따라 바다에 들어가
상어 무리 속에 숨어 몰려오는 어둠을 맞이해
모래 속에 푹 박힌 닻이 되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편하지만
더 이상 배들을 잡아둘 수 없으니
나는 닻일까 다이버들의 놀잇감일까
너는 짐승이었나, 아니 유니콘이었나, 아니 나비였지
다 죽어가던 나비
바다에는 수많은 노래가 존재해
언젠가 저 절벽 위를 올라 왕자를 죽이리라
저주받은 인어는 거품이 되어 죽어버린 지 오래지만
노래만은 존재해
네가 떨어졌던 그 절벽 앞에 인어들의 시체만 쌓이네
너는 인어를 죽게 만든 왕자였나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은 네가 만들었다는 것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
존재할 수 없는 나를 존재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래 나는 인어였나 보다
네가 사라진 그 절벽에 매달려 수없이 가슴을 쓸어야 했던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주검이 되었네
우리의 비극은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으로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