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났어!

그땐 너무 어렸다.

by 푸른산책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의 설날이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막냇동생과 함께 보낸 마지막 명절이었죠.


점심상을 막 물렸을 때, 전화벨이 따르르릉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0 0 야, 아빠다"

"아빠..?"

"사고가 났어. 엄마 얼른 바꿔"아빠의 목소리는 무언가에 짓눌린 듯 무척 힘겨워 보였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엄마는 아빠와 막냇동생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며 황급히 병원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외할머니가 집으로 오셨죠.


며칠 뒤, 엄마의 심부름으로 옷가지와 칫솔등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친척오빠가 차로 데려다주었죠. 2-3일 만에 마주한 엄마는 저를 보자마자 와락 안고 우셨습니다.

막내는 중환자실에 있어서 볼 수 없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그날이,

막냇동생을 떠나보낸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고가 나기 바로 전날, 막냇동생과 여동생 둘, 우리 넷은 정말 즐겁게 놀았는데..

그 모습이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음 날, 저는 동생의 물건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야 엄마를 다시 뵐 수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터져 나오던 엄마의 울음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저, 저 차가운 곳에 혼자 있어서 어떡하니..." 라며 오열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빠는 가슴뼈에 금이 가셔서 그 뒤로 몇 년 동안은 일을 쉬셔야 했습니다.

단단한 가슴뼈와 함께, 마음 깊숙한 곳도 금이 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너무 어려서 죽음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멍하기만 했죠.

아빠는 어떠셨을까요, 엄마는 또 어떠셨을까요.


사고 당시 동생을 품에 안고 계셨을 아빠는,

혹시 마음으로 울고 계셨던 걸까요.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흔들려 아빠도, 엄마도, 나도, 그리고 동생들도

보이지 않지만 모두 마음에 금이 갔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어떻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빠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오늘도 마음속으로 묻습니다.

언젠가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 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며 한 걸음씩 옮기려 합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