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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Apr 17. 2024

여자 축구하기 좋은 날

 흐드러졌던 벚꽃 잎이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분홍이 사라진 자리에 초록빛이 얼굴을 내밀었다. 싱그럽다.

 축구하기 딱 좋은 날이다.


허나 운수 좋은 날이란 이런 것.

축구하기 딱 좋은 날 빨간 날이 시작되었다.

여자에게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빨간 날은 운동에 큰 어려움을 준다. PT를 할 때도 그랬고 수영을 할 때도 그랬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운동을 쉬고 돌아오면 겨우 붙들고 있던 페이스를 잃고 만다.


  축구하기 좋은 날씨에 축구하기 안 좋은 몸으로 이불속에 누워 있었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몸은 자꾸만 자꾸만 땅 밑으로  꺼져가는 듯했다. 


그렇지만 축구의 강점은 팀운동이라는 점에 있다. 카톡 카톡

축구팀 카톡방에서 대화가  활발하게 오고 갔다. 시합도 얼마 안 남았고 오늘은 야외 수업까지 예약되어 있다. 모두들 서로를 독려했다. 각자 간식도 한 꾸러미씩 가져온다.

 이렇듯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팀의 구멍이 되면 안 된다는 마음, 그럼 일단 가보기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야외 수업이다. 따뜻한 햇살아래 반짝이는 초록 잔디,  조금은 기운이 난다. 긴 팔에 반팔을 걸쳐 입고 왔지만 이내 긴팔 티셔츠는 벗어던졌다.

운동은 기초체온을 올려준다. 볼이 붉어지고 피가 도는 것이 느껴지며 온몸의 온도가 상승한다.


맘스 사커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멤버에 있다.

 아줌마가 되기 전에 나는  낯을 많이 가렸다. 그런 내가 참 괴로웠다. 할 말이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좋으면서 곤욕이었다.

하지만 아줌마가 된 이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줌마라는 이름 하나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축구하는 틈틈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랑이나 선 넘는 충고가 아니라 대체로 응응 나도 나도 마자마자 같은 끄덕임과 그 끝은 깔깔깔 하는 웃음이다.






오늘은 모처럼 9명이나 나왔다. 다음 주 다른 팀과의 대결을 위해 다들 열일 제쳐두고 나오셨다.

3팀으로 나누어 3가지 훈련을 했다.

첫 시작은 준비운동, 그리고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뛰기 , 발 바꾸어 뛰기.

발을 바꾸어 뛰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셋씩 팀을 이루어  패스 후 골까지 연결하기 대결을 했다.  차분하고 실력 있는 두 분과 팀이 되었다. 나만 잘하면 돼 나만 잘하면 돼! 하다 보니 자꾸만 실수를 했다.

 그럼에도 두 분은 괜찮다고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나를 배려한 자리 배치도 이어졌다. 두 분 덕에 우리 팀은 1등을 했다. 3등을 한 팀이 버피테스트와 운동장 달리기를 했다.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웃었다. 


 이후 반으로 나뉘어 축구 시합을 했다. 이제 제법 공을 찰 줄도 막을 줄도 알게 되었다. 발 안쪽으로 공을 때리면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나아가 팀원의 발 앞에 안착할 때, 상대 팀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공을 빼앗을 때의 쾌감. 그런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한 축구인이 되어가고 있다.






 운동 후 먹는 자장면은 놀라운 맛이었다. 빨간 날이라는 것,  오늘 아침 축구 가야 해 말아야 해 고민하던 것은 전부 잊은 지 오래였다.





축구하기 좋은 날,

그런 날이 있다면

어쩌면 매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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