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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Jun 13. 2024

어제와 오늘 사이, 삶과 죽음의 사이


필리핀 아이들에게

줌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두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시작했다

우리 모두 처음이므로

여러 상황들이 있었고

오프라인으로 얼굴 한번 뵌 적 없어도

은근한 의지가 되었다


일 분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이 분기를 준비 중에

6.11 저녁

한 선생님께서 단체방에 카톡을 보내셨다



폐렴으로 입원했다고 하셔서

선생님 반 아이들과 우리 반 아이들을

몇 번 합반하기는 했지만

병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 줄 몰랐다


목소리도 명쾌하시고

수업도 잘하시던 분이라

이내 퇴원 후 돌아오시겠지 했다


6.11 저녁

사역을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에도

아쉬웠지만

얼른 회복하시길,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바로

다른 분께서 슬픈 소식이라며

부고소식을 알려주셨다


어제는 수업 중이었어서 정신없이 지나갔고

오늘 오전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봉사 초반에

소명이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데려가지 않으시겠지요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


살고 싶으셨을 마음

병과 싸우면서도 봉사하고 싶으셨을 마음

어제까지 문자를 보내던 손이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다는 허망함

죽음 앞에서 봉사라는 선의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고작 하룻밤 사이의 삶과 죽음인데

죽음을 바로 곁에 두고도

매일을 실체 없는 것들과

싸우고 있는 내 모습까지 떠올랐다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과

잘 사는 것조차 의미 없다는 허무함이

마음 안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마지막까지 봉사에 힘쓰셨던 그분

아프고 정신없었을 그 마지막 밤에

문자까지 주셨던 그분

그분의 삶을 가만히 더듬으며

하나님 곁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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