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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Jun 06. 2018

4일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기

세상과의 단절 - 디지털 디톡스 프로젝트

지루함이 주는 좋은 점에서 소개된 Bored and Brilliant 프로젝트(아래 박스 참고)를 실제로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생활 속에서 일부 실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하면 재미도 있고 의미 있을 것 같아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핸드폰을 반납하고, 3박 4일 동안 휴가를 내어 인터넷과 외출이 안 되는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도전 1, 주머니에: 지하철, 버스, 인도 혹은 대중교통 자리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가방에 넣으면 보너스 포인트를 얻는다. 
도전 2, 사진 없는 날: 우리는 대부분 핸드폰으로 월 100억 개의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화면이 아닌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길 원한다. 
도전 3, 앱 지우기: 앱을 지우라. 가장 좋아하는 핸드폰 비디오 게임을 삭제하여 디자이너를 곤란하게 만든 이야기를 듣자. 
도전 4, 가짜 휴가(fauxcation, fake-cation)를 가져라: 한 시간, 오후 혹은 종일 부재 메시지를 만든다. 중요한 일에 더욱 생산적이 될 것이다. 
도전 5, 작은 관찰: 한 사람, 사물 혹은 전화에 코 박고 있는 동안 놓쳤을 흥미롭고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에 대해 메모를 하라. 
도전 6, 꿈의 집: 정말 지루하고 창의적인 것을 만들 시간이다. 자신에 대해 배우면 된다. 


1. 준비단계


스스로 선택한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생겼다.

4일 동안 심심하면 어떻게 하나?
가족들에게 무슨 일 이 생기면 어쩌지?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면 어쩌지? 돌아와서 쌓이게 될 업무는 어떻게 처리하나?
스마트폰을 시계 대신 사용하는데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좋은 기회에 대한 제안 전화를 놓치면 그 기회마저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두려움이 있었지만, 약간의 대비책으로 두려움을 일부 해소하였다. 심심함에 대비하여 지겨운 책 3권을 가겨갔고, 근무 시간과 동일한 강도의 일을 준비하였다. 물론, 인터넷 연결과 무관한 업무다. 급한 연락에 대해서는 가족에게만 비상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시계는 방안에 있는 탁상시계, TV의 시계를 활용하면 될 것이고 좋은 기회는 정말 나에게 올 것이라면 다시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은행 이자 납부나 신용카드 배달 등의 연락이 이동 중에 와서 다행히 미리 처리하고 떠날 수 있었다.


2. 3박 4일간의 디지털 디톡스 실행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디지털과 아주 친한 사람은 아니다. 모뎀 연결을 통한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온라인 채팅을 하지 않았고, 게임도 싫어한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국내에 도입되기 전,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가 인터넷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때도 와 닿지 않았다. 당시 그 강사는 인터넷을 우산에 비유하면서 거대한 것이 온다고 강조했었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이 우산을 넘어 하늘과 같은 존재로 우리의 삶을 점령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즈음에, 핸드폰으로 주로 전화와 문자만 사용하던 나는 쉽게 스마트폰으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참여했던 한 워크숍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했었다. 


무언가 궁금한 게 생기면, 생각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생각은 멈출 것이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 도중에라도 궁금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으면 검색부터 한다. 지금은 일상이지만 불과 수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계속 스마트폰을 바꾸길 거부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너무나 재미있게 하길 게 궁금해서 결국 스마트폰으로 바꾸었다. 나의 스마트폰에 대한 거부 주장과는 달리 현재 나의 모습은 매일 실시간으로 페이스북, 인터넷, 이메일,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더 이상 이러한 것들에 대한 노예가 되지 않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궁금하여 이번 프로젝트를 결심하게 되었다.


3박 4일 동안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걱정한 만큼 어려움이 없었다. 정보가 필요하면 책을 활용하면 되었고, 정 검색이 필요하면 나중에 할 수 있도록 메모를 하였다. 평소보다 생각에 대해 메모를 더 하게 되었다. 낮시간의 업무로 인해 저녁에는 많이 피곤해서 생각보다 심심하지는 않았다. 덜 피곤한 때는 책을 읽었고, 쉬고 싶을 때는 TV를 보았다. 즉, 평소보다 책은 더 읽게 되었지만 TV를 더 보게 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TV도 없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3.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 체험 후 느낀 점

Bored and Brilliant 프로젝트의 결과는 그림과 같이 90%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였고 70%가 더 많은 사고의 시간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일단 나는 외출을 하지 않아 생각할 시간은 그렇게 많이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여러 생각을 하고 메모를 하였다. 4일간 책을 1,482페이지를 읽었고 책은 4시간 13분 읽었다. 기대만큼 많이 읽지는 못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한 가장 큰 깨달음은 두 가지다.


첫째, 때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살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시로 알람이 올 때마다 확인을 했던 나는 스마트폰의 노예였고,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4일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다시 수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아날로그 적인 삶을 체험한 것이다. 4일이 지난 후 스마트폰을 켰을 때 개인 메일은 51개, 카카오톡은 129개, 문자는 16개가 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중요하거나 바로 답해야 할 것은 없었다. 특별히 나를 애타게 찾는 사람도 었었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섭섭하기까지 했다. 때로는 프로젝트 도전 4번처럼 가짜 휴가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집중해야 하고, 중요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핸드폰을 무음이나 비행기 모드로 해두고 몰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루에 30분 정도는 집중 시간을 가져 일하면 더 생산성이 생길 것이고, 그 정도는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빠른 응답을 강조하지 말고, 나 역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주변의 지인들 중 일부는 너무 많은 스마트폰의 요구에 카카오톡 알람을 아예 꺼두는 사람도 있다. 한때는 스마트폰 사용을 반대했던 나이지만 요즘은 카카오톡을 보내고 나서 언제 숫자 1이 없어지나 기다릴 만큼 많이 조급해졌다. 때로는 상대에게 카카오톡을 실시간으로 확인 안 하냐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부끄러운 모습이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 상대는 상대의 속도가 있고 나 역시 나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빠른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꼭 실시간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카카오톡 그룹 창은 알람을 더 꺼야 할 것이다. 도전 1을 생활화해서 이동 중에는 사용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동 중에는 오히려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게 좋겠다.


생각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변화를 만들기까지 두려움과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나처럼 더 큰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일 동안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았는데 30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가 늘 두려워하는 불안과 걱정은 실제로는 겪어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디지털 디톡스 프로젝트라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체험을 통해 추억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도 느끼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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