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 출간으로 얻은 감사한 경험
내 책을 내면 가장하고 싶은 것, 버킷리스트 1호인 출간기념회다. 아직 그 자리는 남겨두었다. 번역서를 출간한 덕분에 대리 만족했다. 페이스북에서 널리 알려 축하받기, 책장에 내 책으로 가득 채워 인증샷 찍고 인스타에 올리기, 서점 투어하며 인증샷 찍기, 서평 이벤트, 연재물을 발행하여 책 내용 소개하기 등 하고 싶었던 것은 거의 다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감동이 남아 있었다.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기쁨 때문에 삶의 의미가 있고,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는 걸까? 글로만 배우는 인생과 실제 부딪혀서 얻는 인생이 다르다는 사실을 또다시 깨달았다. 글은 변하지 않지만 경험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주기에...
내가 버지니아(Virginia)를 알게 된 것은 토스트마스터스(Toastmasters) 활동을 하면서다. 당시 나는 회장을 맡았고 그녀는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했다. 토스트마스터즈스는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법을 익히는 모임이므로 외국인도 종종 참여한다. 모임의 룰에 익숙하지 않던 그녀에게 난 친절하게 설명했고, 그녀는 스펀지처럼 모임의 강점을 흡수하며 나중에는 연설대회에 나갈 만큼 성장했다. 그녀는 한국인 남편을 따라 다시 해외로 나갔고 연락도 끊어졌다.
페이스북에서 나의 출간 소식을 접한 그녀는 번역서가 영어로 된 원서인지 물었다. 그녀 역시 바쁘게 일하는 워킹맘이기에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어 원서를 추천했다. 영어로 읽으면 더 잘 이해하겠지만 굳이 서점에 가면 번역서를 사겠다는 댓글에 설마 했다. 그런데 정말 며칠 후 그녀는 인증샷을 페북에 올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뜨거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올라왔다.
책을 내는 작가가 꿈꾸는 로망이 있다면 북토크를 진행한다거나 독자를 위해 책에 사인해 주는 행사일 거다. 내가 아는 작가는 첫 책이 나올 때 어떻게 사인할지 연습까지 했단다. 내 필명에 어울리는 사인 문구는 생각했지만 충분한 손글씨 연습을 못 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일에서의 즐거움과 삶에서의 충만감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육아휴직 중에는 보통 회사가 있는 방향으로도 잘 쳐다보지 않는다. 회사를 잊고 아이에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육아휴직에 들어간 동료가 식사하자고 해서 기쁜 마음에 회사 근처에서 만났는데 책을 사 와서 사인해달라고 했다. 뜨거운 무언가가 또다시 올라왔다. 좀 더 연습해서 예쁜 글씨로 써야 했는데 아쉽다. 아무튼 그 동료가 나의 첫 사인 대상자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사인용 펜을 별도로 가지고 다닌다. ㅎ) 맛난 훠궈를 굳이 사주기까지 했다. 책도 사줬는데 밥까지 얻어먹었다. 나는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을까?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은 육아서이긴 하지만 성인의 인생을 안내하는 지침서다. 우리의 일과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 시켜 나갈지 알려준다. 그런 차원에서 꼭 아이가 있는 부모만 독자 대상은 아니다. 여러 서평이 올라왔는데, 그중 눈에 띄는 서평이 있다. 아이가 없는, 심지어는 결혼도 안 한 사람의 서평이다. 놀랍지 않은가?
아이와 유대감을 쌓기 위해, 부모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지 부모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기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할까? 그만큼 육아의 세계는 넓고 깊기만 하다. 세상의 부모를 다시금 존경하게 된다. - 아이 없는 기혼 남성 공대생의 심야서재님
'건강한 부모'의 출발선인 '건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이미 '부모가 되었고, 어떻게 바쁜 삶 속에서 전혀 예측이 불가한 아이와의 씨름을 지속하면서도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전해 주는 아주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대 미혼 여성 미셸님
사춘기를 맞이한 동생과 좀 더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는 법을,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법을 배우고자 스물여섯에 부모도 아니고 자녀도 없는 나는 이 글을 읽는다. - 20대 미혼 여성 귤가님
그 외 인터넷 등에서 발견한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서평 모음
출간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주변 작가들이 말하듯 변화는 없다. 세상은 그대로고 작가의 삶 역시 바뀌는 게 없다. 그저 하던 일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감동 덕에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