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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r 10. 2020

실수를 기회로 돌리는 방법

회복을 위한 4R

MBTI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진단이 DISC다. DISC란 현재, 그 환경 속에서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한 행동 성향을 유형화한 도구다. D는 주도형(Dominance), I는 사교형(influence), S는 안전형(Steadiness), C는 신중형(Conscientiousness)이다. 나는 S와 C가 강한데 최근 I쪽으로 기울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나의 C유형이 아직도 강한 점이다.


C유형에게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다. 뭐가 하나라도 잘못되면 불편하다. 특히 그 잘못이 본인의 것이면 자책감이 크다. 세부사항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잘못된 게 없는지 정확하게 잡으려고 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학창 시절 공부는 잘했다. 잘못 아는 게 싫어서 제대로 된 정보를 탐색하고 알려고 노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절에도 함수의 스펙을 정확하게 찾아 제대로 사용했다. 한마디로 매뉴얼을 꿰고 있었다. 동료 개발자가 실수라도 하면 콕 집어내어 지적했다. 나의 지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지 그를 비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료는 나의 행동에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오타라도 발견하면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내가 오타 전문가라고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잘못된 책이 시중에 팔리는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지인이 책을 냈을 때도 오타 및 논리적인 오류에 대해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나의 의도를 알았다면 감사했겠지만, 어쩌면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른다.


나의 오지랖과 잘못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 때문에 친구와 다투었다. 사람들 앞에서 친구가 무심결에 내뱉은 실수에 내가 토시를 달아 고쳐주었다. 친구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는데 나는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적했다. 역시 내가 잘났고 더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고쳐주려는 의도였다. 자존심 강한 친구는 나의 행동에 기분이 상했다. 


그날도 내가 잘난 척하다가 (의도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친구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의 반복적인 실수를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당시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을 번역 중이었는데 회복의 4R이 생각났다.


1단계 인정하기 (Recognize) “아, 실수했네.”

2단계 다시 연결하기 (Reconnect) “나 때문에 네가 상처받은 것 같구나” 같은, 아이의 감정을 확인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눈높이를 맞추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과 같은 비언어적인 방식으로도 가능합니다.

3단계 사과하기 (Reconcile) “미안해.”

4단계 해결하기 (Resolve)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까?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 4부 1장 두뇌 이해 p275 중에서


회복의 4R


책에서 회복의 4R은 부모가 아이에게 실수한 경우 회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데 어른에게도 적용이 가능해 보였다. 


1단계 인정하기 (Recognize) “아, 나 실수했네.”

2단계 다시 연결하기 (Reconnect) “내가 틀린 것 지적하는 걸 못 참아서 사람들 아파서 망신을 줬네. 그 때문에 마음 상했지?” 

3단계 사과하기 (Reconcile) “미안해.”

4단계 해결하기 (Resolve) “내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만, 어떻게 하면 내가 앞으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함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비폭력대화와도 유사하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관찰하고, 느끼고, 필요로 하고, 부탁하는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친구는 자존심이 상했고, 사람들 앞에서 지적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가졌다. 그 느낌과 필요(욕구)를 회복의 4R에서는 2단계 다시 연결하기 (Reconnect)로 해소한다.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친절하면서 단호한 방식의 친절에 해당하기도 한다. 


당시 회복의 4R 덕분에 친구와 화해했다. 하지만 난 최근에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상대에 따라 달리 대하는 것을 잘 못한다. 나에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사람에게도 아무 생각 없이 방긋방긋 웃는다. 나에게 늘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인데 늘 까먹고 내가 먼저 인사한다. 계산된 인간관계가 싫어서 거부한 습관의 부작용이다. 나와 별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내 습관대로 대하는 게 맞다. 하지만 소중한 내 친구라면 달라야 한다. 친구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오지랖과 돌직구를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회복의 4R로 즉시 실수를 기회로 만회해야 할 것이다. 친구가 바뀌길 바라지 말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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