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른 어려운 커뮤니케이션
예전 외국인 매니저와 일하며 궁금한 게 있었다. 항상 나에게 지시를 할 때 "If you want, I can..."이라는 표현을 썼다. 해석하자면 "니가 원하면 나는 ~할 수 있다."이므로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될 것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상황상,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 같아 항상 "Yes, please."라며 수락했다. 그러면 매니저는 엄청 좋아했다. 즉, '나는 이 일을 너에게 시키고 싶은데 내가 지시하면 너무 나쁜 매니저처럼 보이니 마치 니가 원하면 내가 해주겠다는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는 표현이다. 영어의 완곡적 표현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새 매니저가 딱 그 표현을 오늘 썼다. "If you want, we can have a lunch meeting." 이 질문에 대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그가 점심 미팅을 하고 싶은데 "Let's have a lunch meeting."이라고 하면 점심시간을 뺏는 게 되니까 미안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솔직히 나는 점심 미팅을 하면 좋겠지만 니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돼.'라는 표현을 '니가 원하면, 점심 미팅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니가 괜찮다면 점심 미팅하는 건 어때?'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 즉, 'If you want'를 '니가 원한다면'이 아니라 '니가 괜찮다면'으로 받아 들어야 한다.
want의 지수가 100이라면 이 표현은 상대의 want가 0이 절대 아니다. 상대의 want가 50 이상인데 너의 want 50을 채워 100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은 한 절대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상사라면 더 그렇다. 친구 사이에는 정말 원하지 않는 경우에 어쩌면 거절할 수도 있겠다.
이런 미묘한 차이로 영어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비단 영어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한국말도 이렇게 돌려서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말의 경우 우리가 그 맥락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므로 영어보다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는 없다. 영어는 문장 그 자체도 이해해야 하고 맥락까지 파악해야 하니 쓸수록 어렵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If you want"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게 되어 기쁘다.
"If you want"를 제대로 알기 위해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 두 명에게 물어보고 얻은 결론이다. 혹시 비슷한 경험이나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