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
우리말엔 엄격한 높임말이 있지만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나는 영어에 높임말이 없으니 모두 똑같이 생각해서 이름도 그냥 부르고, 편하게 말하거나 이메일을 보냈다.
어느 날 외국인 매니저와 업무와 관련해서 채팅했다. 그녀가 무언가 자료를 요청했기에 나는 "기다려"라고 말하려고 "Hold on."이라고 타이핑을 하고 자료를 찾느라 이래저래 바빴다. 자료를 찾은 후 채팅창을 본 순간 심장이 벌렁거렸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Please를 붙여야 하는 거 아니니?" 같은 뉘앙스의 답글이었다. 순간 '영어에 높임말이 없는데 무슨 상관이지? Please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생각하며 일단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미국에서 성장한 친구에게 물었다. 영어에 'Please'가 그렇게 중요한지.
의외로 미국에서 아이들은 항상 모든 문장에 'Please'를 붙이도록 가정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말할 때도 "물 주세요."라고 말하려면 반드시 'Please'를 붙여야만 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후 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Please'를 안 써서 오해를 받는다는 글을 보았다. 특히 식당에서 서빙을 받을 때, 음식을 주문할 때,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할 때 너무나 당연하게 자기 할 말만 하고 'Please'를 붙이지 않는다. 그런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매우 무뚝뚝하게 들린다고 한다. 즉, "커피 드릴까요? 차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Coffee, please."라고 말하면 "커피 주세요."가 되고 그냥 "Coffee. "라고만 말하면 "커피"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러니 매너 없게 들리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웬만한 말에 다 'Please'를 붙인다. 비행기에서 음식을 골라야 하거나, 식당에서 서빙을 받기 위해 음식 주문을 하거나, 호텔에서 뭔가를 요구할 때도, 그리고 대부분의 요청 이메일에도 다 붙인다. 웬만하여서는 'Could you please~'로 시작한다. 그러므로 영어에는 높임말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높임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Please'를 붙이는 순간 마법처럼 높임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멀고도 험난한 영어의 정복 그날까지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