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2, 당신이 좋아하는 숫자는?
난 12가 좋다. 아주 신비로운 숫자다. 그리스 신화의 신과 성경 속 예수의 제자는 각각 12명이다. 일 년에 12달이 있고, 시곗바늘도 12까지, 연필 한 다스도 12자루다. 12간지 즉, 띠도 12개다. 정말 숫자 12에 마법이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12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12반이었고 내 번호가 12번이었다. 내 책과 노트에 모두 "1212 일과삶"으로 적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1212는 잊히지 않는다. 과거 각종 비밀번호에 1212를 쓰기도 했지만 너무 쉬운 것 같아 보안을 위해 지금은 다른 번호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1212를 우리 집 현관에서 누르진 마시길) 그렇게 익숙한 숫자다 보니 정이 들었다.
왜 뜬금없이 숫자 이야기인가? 좋아하는 숫자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바로 12월 12일 덕분이다. 빼빼로 데이 같은 특별한 날도 아니지만 아침부터 상쾌했다. 달력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숫자가 겹친 날이란 걸 떠올렸다. (역사적으론 무서운 날이라건 인정한다) 그날따라 일이 술술 풀렸다. 부담스럽던 강의도 만족스럽게 끝냈고, 산더미처럼 쌓였던 일도 하나씩 풀어나갔다. 급기야 저녁 글쓰기 수업도 훈훈하게 마무리하면서 서너 명 신청하던 문집까지 9명 전원이 신청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12월 12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동시성의 원리일까?
내가 좋아하는 숫자 12는 일 년에 한 번씩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과거 몇 번 기분 좋게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12월 12일은 내 생일 다음으로 의미 있는 날로 다가왔다. 겹치진 않지만 매월 12일 역시 기쁨을 주는 날이 되겠지? (숫자가 나에게 위안을 주는 건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일 게다) 일 년에 12번의 행복한 날이 나를 기다려 준다니 든든하다.
따지고 보면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여기 살아 숨 쉬고, 일과 삶을 누리는 하루하루가 감사한 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항상 좋을 수만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숫자의 날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다가올 1월 12일을 기다린다. 그날도 행복하겠지?
당신이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인가?
참고 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숫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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