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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Mar 21. 2024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은 과연 나쁠까

나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봄: 제11부]



영화와 드라마에는 보편적으로 주인공이 선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악한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시련을 겪게 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장면들을 보며 “저 사람 진짜 못됐네.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지.” 라며 쉽게 주인공의 입장을 헤아리며 감정 이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런 장면들을 보면 주인공을 측은하게 생각하며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감정보단 그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예를 들어 학업을 병행하며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이 있다고 보자.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실수로 손님의 옷에 주스를 쏟았다. 주인공은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지만 손님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아르바이트생한테 너무 한 거 아니야.”라고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을 안쓰러워하며 그 실수를 감쌀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화를 내는 입장도 이해가 되고 주인공의 입장도 이해가 되면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우리가 손님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과연 웃으면서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을까 말이다.

특히 새로 구입한 옷을 처음 입은 날이었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옷을 입은 날 발생한 상황이라면 말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각자 다 나름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쉬울 수 있는 결정이 나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일이라면 쉽사리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


또한 대중매체에 비치는 공인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직업인 만큼 사생활이나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들로  눈물을 지어야 하는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에 대해 따끔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가끔 사람들의 질책과 비난의 강도가 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사과를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공인이기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마음 한구석이 안 좋아진다.  만일 그들이 공인이 아니었다면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하는 말실수나 행동들로 끝날 수 있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우스갯 소리로  “우리가 만약 연예인이었잖아.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나 행동들이 방송에 나오면 우린 이미 티비에서 볼 수 없을걸?” 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말실수나 잘못된 행동들을 한 경험들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의도치 않게 누구에게 상처를 주며 받기도 할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우리가 무심 결에 하는 말이나 행동이 누구에게는 선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장면만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며 뭐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상황이 아니기에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을 들이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사람은 감정이라는 걸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지 못한다. 특히 나와 매우 밀접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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