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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Mar 11. 2024

표정은 곧 말투, 표정의 중요성

듣지 못하는 이에게 표정은 말투이다

[봄: 제9부]



말의 언어가 아닌 손의 언어는 어떤 것일까 라는 물음에서 수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졌다. 그래서 수화 수업을 듣기 위해 충정로에 위치한 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다. 농아인 선생님께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셨고 우리는 매일 새로운 단어들을 배웠다. 수업을 듣게 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한국어와 다른 나라의 언어가 다르듯이 수화 또한 한국에서 사용하는 수화와 국제 수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수업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바로 표정의 중요성이었다.


그 당시 매 수업이 끝나면  그날 배운 단어들을 활용하여 발표를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내향적인 나에게 있어서 사실 그 시간이 제일 곤욕이었다. 선생님은 직접 발표자를 뽑으셨고 그 시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아래로 떨구곤 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선생님의 눈에 더 띄었던 것인지 그런 나를 자주 지목하셨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너무 긴장이 되어 표정이 굳어지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선생님은 한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그 조언은 표정이 굳은 상태에서 수화를 하게 되면 전달되는 언어의 느낌이 굉장히 딱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말투가 꼭 군인 말투처럼 딱딱하게 느껴진다고 나에게 표정과 몸짓으로 설명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왜 그렇게 선생님의 표정이 밝고 다채로울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이전부터 많은 강연과 책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말이 아닌 몸짓과 표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면접을 보러 갈 때에도 사람들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표정과 말투 그리고 제스처를 다듬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짓는 표정에 따라 손에서 전달되는 언어의 말투가 결정되는구나 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새로운 사실이었다. 듣는 이와 듣지 못하는 이에게도 우리가 짓는 표정이 전달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말이다.


 그 수업은 ”표정은 곧 말투“라는 말로 깊게 각인되었으며 비언어적인 표정과 몸짓이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경험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발표에 대한 부담으로 한 달을 끝으로 수업을 더 들으러 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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