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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녀녕 Mar 28. 2024

학교 해바라기

순수함은 단순하다

[봄:  제12부]



커피를 마실 때 시럽이 첨가된 커피를 선호하며 오후에는 달달한 초콜릿 과자에 손길이 간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부터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라면 사족을 못썼다. 특히 입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해바라기씨 초코볼을 좋아했다. 그 당시 물가를 생각해 보면 학교 앞 컵떡볶이는 300원이었고 어묵 한 꼬치는 100원이었다. 그에 비해  초코볼 한 봉지는 500원이었다. 물론 가격만큼이나 양 또한 합리적이지 않았으나 용돈이 생기거나 과자를 얻어먹을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 초콜릿 과자를 구매했다.


 그 초콜릿 과자와  얽힌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후문 울타리를 따라 해바라기 꽃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친구와 하교를 하던 길에 발걸음을 멈췄다. 해바라기 중심부에 가득 꽂혀 있는 갈색의 해바라기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해바라기씨를 보며 즐겨 먹던 초코볼을 단박에 떠올렸고 해바라기씨에서 초코볼 맛이 나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듯이 초코볼 포장지에 그려진 해바라기꽃이 나에겐 그런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때 나는 친구와 함께  몰래 억센 해바라기 꽃가지를 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들뜬 기분으로 해바라기씨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당연히 그 맛은 텁텁한 견과류 맛이었고 남아 있는 많은 해바라기씨를 버릴 수가 없어서 가방 앞주머니에 욱여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해바라기씨의 존재를 잊고 있던 나에게 책가방 정리를 하던 엄마가 ”도대체 이 해바라기 꽃은 왜 갖고 온 거니? “ 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던 게 기억난다.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헛웃음을 짓게 된다. 해바라기꽃을 보고 초코볼이 잔뜩 박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 봐라.

그 단순함이 참 투명했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상황이나 말들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거기에 담긴 의도 혹은 의미를 생각하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비교했을 때 그때의 단순함이 더없이 순수하고 예뻐 보이면서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왜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어린아이들에게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 하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 그때의 내가 그립고 반가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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